결국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babo 작성일 07.04.22 03:13:06
댓글 31조회 4,162추천 26

스크롤의 압박이 심합니다..;;;귀찮은걸 싫어하시는분은 사뿐히...

 

 

오늘 쉬는 날이라 12시쯤에 일어나서 음악틀어놓고 샤워하고 머리만지고..

 

뭘입을까 옷을 골르는중에 꼬맹이가 왔습니다..한참 뭘입을까 고민하던중에

 

꼬맹이가 골라준걸 입을려 했는데..너무 날티나는 옷을 골라서..;;

 

세미정장 스타일로 입고 말았죠..

 

어쨌든 담가뒀던 술중에 산수유를 챙겼습니다..이거 맹글때 씨빼느라 고생좀 한건데..

 

맛도 못봐서 좀 아쉬움이 남지만..어쨌든 챙겼습니다-_-;;

 

꼬맹이랑 같이 내려가서  집쪽으로 가는데..

 

꼬맹이 아버님이 나와계시더군요..아버지 차타고 왔답니다..;;

 

순식간에 긴장했죠..;;뻘쭘하게 가서 인사드리고 차타고 가는동안 계속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길래..좀 당황했습니다...;;인상은 안경을 쓰시고..굉장히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기시더군요..

 

한 40대 중후반??뭐 어쨌든 집도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습니다..;;

 

집안에 제일 마지막으로 따라 들어갔는데..뭐라그럴까..부족한거 없이 사는집??

 

그런 이미지가 풍기더군요..일단 제 기준으로..;;부의 상징인 피아노가 있고..;;;

 

tv가 굉장히 크고;;비싸보이는 관상수가 많더군요..

 

일단 기분이 조금 착잡해졌습니다..;;뭐 자격지심에 그럴줄 알았다는 심리가 겹쳤달까..;;

 

잘사는집이구나..잘사는 집에 공주님처럼 살아서 얘가 그렇게 떼를 쓰고

 

지맘대로 안되면 우는거군..그런 생각으로 심기가 좀 틀어졌죠..

 

뭐 어쨌든 어머니도 뵙고..두분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셔서

 

저도 계속 허리를 숙이며 "아닙니다..할일을 한건데요..뭐.."이말로 일관했죠..;;

 

어쨌든 식사준비를 하셨다고 식탁으로 갔습니다..역시나..식탁에 음식이 한가득

 

있더군요..;;주방에 냉장고도 큰거랑 김치냉장고도 큰거..;;

 

식기세척기도 있고..오븐이랑 렌지가 따로 있더군요..말그대로 ..부유한집이란 생각이..-_-;;

 

여기서 또한번 기분이 좀 상했죠..뭐 기분상할건 아니지만..

 

말그대로 자격지심이고..제가 좀 커오는 동안에 부잣집 애들중에 제대로 된

 

친구를 못만나봐서..뭔가 하나 부족하고..그게 아니면 완전히 부족하고..

 

그게 아니면 부모빽믿고 까불고..그런애들만 봐왔어서..그런종류의 사람을 보면

 

별로 곱지 않게봅니다..;;

 

꼬맹이 아버지가 식탁 제일상석에 앉고 어머니가 그 왼쪽에 앉으시고

 

저랑 꼬맹이가 어머니 반대편에 앉았죠..식탁도 왜 그 있잖습니까..

 

식당가면 3명씩 양쪽에 6명정도 앉을수 있는 크기의 식탁..그정도 크기더군요..

 

한마디로 집도 컸습니다 -_-;;;

 

어쨌든 좋지 않은 기분으로 식탁에 앉았죠..전 기분이 나쁠땐 거의 얼굴에 드러나는

 

편이라 바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몸이 안좋으신가봐요??아까부터 표정이 안좋으세요.."

 

꼬맹이 어머니 말씀였죠..아픈건 아닌데..;;

 

"아닙니다..괜찮습니다..감기기운이 있어서요..괜찮습니다.."

 

"요즘 일교차가 크니 감기 조심하셔야지.."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아 이래 쓸래니까 글쓰기가 불편하다는..;;구어체로 바꿀께요..;;

 

식사가 시작되고 또다시 아까와 같은 인사치례가 되풀이된다..

 

"정말 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너무 고마워서..이것좀 들어요.."

 

어머니가 고기 접시를 내쪽으로 놔준다..

 

"아닙니다..할일을 한건데요 뭐.."

 

접시를 뻘쭘하게 받아든다..꼬맹이는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젓가락질에 열중이다..

 

"오빠 이것도 먹어요.."

 

한참을 젓가락질을 하고있더니 갈치튀긴걸 바르고 있었나보다..

 

밥위에 얹어준다..이건 뭐...등줄기에 땀이 흐른다고 해야하나..

 

 

놀래서 꼬맹이 부모님 눈치를 봤다..그냥 묵묵히 식사를 하고 계시고..

 

꼬맹이만 생글거리고 있다..

 

"빨리 먹어요.."

 

".........;;"

 

아무말도 못하고 먹었다..;;

 

"은지야.."

 

"왜??"

 

꼬맹이가 아버지를 노려본다..

 

"아니다..밥먹어.."

 

아버지가 뭐라고 한마디 하실것 같더니..그냥 식사만 하신다..

 

꼬맹이는 또 다른 반찬을 집어서 내 밥공기에 놓고..

 

나역시 아무말도 못하고..땀만 흘리고 있고..

 

그냥 잽싸게 밥한공기를 비웠다..밥을 푹푹퍼서..한 10숟갈 정도로 마무리 했던거 같다..;;

 

"밥좀 더드릴까요?? 밥을 맛있게 드시네.."

 

"아뇨 괜찮습니다..많이 먹었습니다.."

 

"오빠 더먹어요.."

 

"아냐 괜찮아.."

 

식사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느낀거지만 뭔가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뭔지 딱찝어서 말은 못하겠지만..

 

뭔가가 이상하다..

 

식사가 끝나고 거실에 앉아 있고..어머니는 차를 준비하고 계신다..

 

"은지아빠..집에 과일이 없네..과일좀 사와야겠다.."

 

아버지가 일어서신다..

 

"새끼토마토랑 딸기좀 사와.."

 

새끼토마토?? 방울토마토 말하는건가?? 새끼토마토라고도 하는구나..;;

 

"자네도 같이가지??바람도 쐴겸.."

 

"예..예.."

 

꼬맹이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꼬맹이도 따라 일어선다..

 

"나도 같이가.."

 

"은지는 엄마 도와줘야지..이것좀 거실에 가져다줄래??"

 

주방에서 어머니가 부르신다..

 

꼬맹이 아버지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차에 올라타신다..

 

근처에 슈퍼도 있는데..멀리가시네..어쨌든 보조석에 탄다..

 

주택가를 나와서 신호등에 멈췄을때 꼬맹이 아버지가 말을 꺼내신다..

 

"우리애가 좀 버릇이 없지??"

 

"아뇨..아닙니다.."

 

"아니 나도 다 아는데 뭐.."

 

"예??..헤헤..;;;"

 

뻘쭘하게 웃는다..

 

"쟤가 어릴땐 안그랬는데..갈수록 성격이 이상해지네.."

 

"외동따님이라 그런게 아닐까요??"

 

한참을 말이 없으시다가 말씀을 하신다..

 

"혹시 쟤한테 뭐 얘기들은거 없나??"

 

"어떤걸 말씀하시는건지??"

 

"아무말도 안했나.."

 

"예..별 특별한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우리애랑 자주만나나??"

 

"자주라기 보단..따님이 연락하면 봅니다.."

 

"연락은 자주하고??"

 

"뭐..거의 매일..;;"

 

"벌써 한 열흘 됐나??"

 

"뭐가요??"

 

"걔랑 처음만난게.."

 

"예..그정도 됐습니다.."

 

"애가 평소보다 늦게 들어왔는데..얼굴은 퉁퉁 부어있고..입술은 찢어져있더라고..

 

눈은 울어서 뻘겋고.."

 

"예..그날 제가 좀 늦게 알아서..많이 맞은듯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얼굴로 실실 웃길래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

 

"..........;;;"

 

"거의 2년 동안 웃는걸 못봤거든..울던가..아니면 짜증내던가.."

 

"외동딸이라 그런거 아닐까요.."

 

"가면서 얘기하지.."

 

아울렛에 도착했다..바나나를 고르고 딸기를 고르고..여러가지 과일을 본다..

 

시끌시끌하다..수박 몇킬로 짜리가 얼마~...

 

꼬맹이 아버지가 과일을 고르고 난 장바구니를 들고있다..

 

"자주 놀러와도 괜찮아..우리 마누라랑 데이트도 좀 해주고.."

 

"예??"

 

"내가 좀 바쁜 사람이거든..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할거야.."

 

"아..예.."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아는 사람도 없거든.."

 

"아..."

 

다시 과일을 고르시다가 계산대 쪽으로 향하신다..난 옆에서 걷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을때였다..

 

"3년전에.. 손목을 겄어.."

 

"....예??"

 

"그이후론 웃는걸 통못봤어.."

 

"7890원입니다.."

 

지갑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카드를 꺼내신다..

 

다시 물을 수가 없었다..내가 잘못들은 걸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누가 손목을 겄다는 거지?? 어머니?? 아니면 꼬맹이?? 뭔가 두리뭉실하다..

 

다시 차에 타고 가는동안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집에 거의 도착했을때쯤에 또다시 말을 꺼내신다..

 

"젊은 친구한테는 정말 고마운게 많아.."

 

"아뇨..뭐 당연히 할일을 한건데요.."

 

"우리애가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한것도 오랜만이거든..

 

그러고 보니까 한 밥상에 앉은것도 오랜만이네..자주 와.."

 

아까와 또 말이 다르다..아까는 자주와도 된다 였는데..

 

이제는 자주와 로 바꼈다..

 

"예..."

 

"술은 산건가??"

 

"아뇨..제가 술담그는걸 좋아해서..제가 담근겁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는데??"

 

"많이는 못합니다.."

 

"언제 술한잔 하지.."

 

"예..예.."

 

도착했다..꼬맹이 아버지가 먼저 들어가시고 따라들어간다..

 

어머니는 과일을 *시고..거실 쇼파에 둥글게 앉았다..

 

꼬맹이는 내옆에 앉아있고..매번 딸기와 토마토를 하나씩 번갈아 찝어준다..

 

배가 부르다..;;또하나 찝어준다..이제 됐다고 손을 흔든다..

 

"딸기 시러?? 그럼 토마토??"

 

딸기를 놓고 토마토를 집는다..;;

 

"..........;;아니 배불러.."

 

내가 만약 꼬맹이 아버지였다면 아마 한소리 했을상황이다..

 

그런데도 아무 말이 없으시다..뭔가 문제 있는 집안이다 라는 생각이든다..

 

과일을 다먹고 인사를 드리고 일어선다..

 

어머니가 김치통 하나와 비닐에 담은 반찬통같은걸 주신다..

 

"혼자 산다면서요?? 김치랑 반찬같은거 몇개 넣었는데..떨어지면 또와요.."

 

웃으면서 말씀하신다..꼬맹이가 그사이에 말을 했나보다..

 

"예...예..고맙습니다.."

 

"고맙긴요..뭘..우리.."

 

뭔가 말을 할려다가 안하신다..

 

인사를 드리고 집밖으로 나온다..

 

"다음에 또오게.."

 

"다음에 또와요.."

 

"예..예..그럼 가보겠습니다.."

 

또다시 인사를 하고 나온다..

 

"엄마 나 나갔다올께.."

 

"그래..너무 늦지 말고.."

 

"일찍 돌려보내겠습니다.."

 

몇번의 인사를 하고 꼬맹이는 반찬통을 들고 난김치통을 들고 내집으로 왔다..

 

내 초라한 집에..초라한 냉장고에..김치통이랑 반찬통을 넣으니..

 

더이상 넣을 공간이 없다-_-;;

 

꼬맹이는 오자마자 지집인냥 침대에 퍼질러 누웠고...

 

그런데 손목을 그었다는게 뭔소릴까..쟤말하는건가?? 아니면 어머니??

 

아까부터 이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성격으로 봐선 쟤는 아닌데..

 

어떻게 물어볼 엄두가 나질않는다..본인이 말하기 전까진..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꼬맹이 쪽으로 간다..

 

"뭐 마실거좀 줘??"

 

"아뇨..배불러요...터질거 같애.."

 

지 배를 뚜들기고 있다..-_-;;;침대밑에 기대고 앉는다..

 

"뭐 재밌는거 안하냐??"

 

"몰르겠어요..tv보는게 오랜만이라.."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린다..채널이 돌아간다..거의가 재방송 프로..

 

"넌 내가 좋냐??"

 

아무말이없다..난 남녀의 감정에 대해선 거의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바꼈다..물론 감정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때만 -_-;;;

 

"왜요??"

 

"궁금해서.."

 

"글쎄..잘모르겠어요.."

 

"나랑 사귈까??"

 

난 tv를 아무 생각없이 보고있고 꼬맹이는 일어나서 앉는다..

 

"갑자기 왜요??"

 

"그냥.."

 

꼬맹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내옆에 앉았다..

 

"tv재밌어요??"

 

"아니..별로 재밌는건 안하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걸 물어봐요??"

 

"말했잖아..그냥.."

 

"그냥??"

 

"그냥은 아니고..너가 나 좋아하는거 같아서.."

 

꼬맹이가 한참말이 없다..

 

"....그럼 오빤 나 좋아해요??"

 

"모르겠네.."

 

"그런데 왜 사겨요??"

 

"싫으면 말고.."

 

"사귀는건 싫어요.."

 

"그래..그럼 말던가.."

 

일어나서 냉장고 쪽으로 간다..물을 한잔 꺼내 마신다..

 

뭐지?? 사귀는건 싫다고?? 뭐여..;;;

 

다시 침대로 와서 침대에 걸터앉는다..꼬맹이는 그대로 바닥에 앉아있고..

 

꼬맹이가 tv를 보면서 말을 하기시작한다..

 

"사귀면..언젠가는 헤어지잖아요..사귀는건 싫어요.."

 

"원래 다 그래..잘되면 결혼까지 하는거지.."

 

"그건 잘되면이죠..잘안되면 헤어지는거고..헤어지면 남이잖아요.."

 

"그런가...;;"

 

"사귀지 않고 결혼하면 안돼요??"

 

".......;;뭐??"

 

"지금 사귀면 언젠간 깨질거고..그럼 남보다 못한사이가 될거고..

 

그런데 결혼하면 이혼하지 않는이상 헤어질일 없잖아요.."

 

이건 뭐...;;;나름대로 꾀많은 연애를 해본 나지만..이런 소리는 첨들어본다..;;

 

"........;;;야...서로 사귀고..상대를 알아야..서로가 잘맞는지 알거고..

 

그래야 결혼을 해도 별문제 없이 잘사는거지.."

 

"오빤 결혼을 왜할려고 해요??"

 

"나??일단 혼자있는건 외롭고..결혼을 해야 자리잡고 돈을 모으고..

 

혼자서 밥먹는것도 지겹고..일끝나고 집에 오면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것도

 

지겹고..여러가지겠지??"

 

"그럼 저랑 결혼해요..맨날 밥도 같이 먹어주고..일끝나고 집에오면

 

반갑게 반겨줄테니까.."

 

"...............;;;;뭐??"

 

어이가 없다..;;;

 

"결혼을 아무나랑 하냐?? 서로 잘알고 사랑해야 하는거지..애가 왜그래 철이없냐.."

 

"서로 잘알아서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고??"

 

"......;;;아니다 싶으면 헤어져야지..아닌데도 같이 살수는 없잖아.."

 

"난 그게 싫어..오빠한테는 내가 아니여도..별문제 없겠지만..나한테는 오빠여야 되니까

 

오빠랑은 사귀기 싫어요.."

 

이건 뭔 궤변론자도 아니고..;;;그런데 딱히 할말이 없다..;;

 

들었던 정이 딱떨어지는 순간이다..이건 철이 없어도 너무없다...

 

아니 생각이 없는건가??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중에 하나다..생각없는 여자..

 

뭐 더이상 할말도 없을거 같다..

 

"아..너랑 말하고 있으면 짜증나..뭔 말이 통해야지..가라 그냥.."

 

순간 짜증을 내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꼬맹이는 그대로 앉아서 tv를 보고있다..

 

몇초간 시간이 흘렀을까..

 

"야..갈때 열쇠 두고가.."

 

꼬맹이가 아무말도 않고 자리에 앉아있다..난 그대로 누워있고..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꼬맹이가 일어선다..가는구나..지도 자존심은 있겠지..

 

난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말..그리고 상처주는말을 잘안다..

 

아마도 내 단점중에 하나일거다..승질이 나면 그런 말들이 입밖으로 막튀어나오니까..

 

꼬맹이가 냉장고로 가서 물을 한잔 따라마신다..

 

물먹고 갈려나..;;;

 

물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그리고 내옆에 벌렁 눕는다..

 

솔직히 놀랬다..아직 한번도 옆에 누워본적은 없으니까..

 

그래도 모르는척 옆으로 누웠다 꼬맹이 한테 등을 보이고..

 

"보통 사귀면 이런상황에 헤어지죠??"

 

".........."

 

"난 그래서 오빠랑 못사겨요..헤어질거 같아서.."

 

얘 선순가...;;;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꼬맹이를 보고 돌아 누웠다..

 

"넌 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좋아하는건지 사랑하는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건지 모르겠으니까.."

 

".............;;야 보통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이렇게 옆에도 안 누워있는거야..

 

아무감정없는데 이러고 있으면 헤픈거고.."

 

한참을 말이 없다가 내팔을 빼가서 벤다..그리고 천장을 보고 말이없다..

 

"우리 아빠가 별얘기 안해요??"

 

"뭔얘기??"

 

또다시 한참을 말이 없다..

 

"뭔얘기?????"

 

아까부터 머리속에 꽉차있던 얘기지만 말을 못꺼내던 말이다..

 

꼬맹이가 천장을 보다가 오른쪽 손목에 시계를 끌른다..

 

그리고 시계자국 밑으로 오랫동안 빛을 못봐서 퉁퉁 불은 긴상처가 보인다..

 

"아직도 안지워졌네.."

 

"..........."

 

말을 할수가 없다..

 

"우리집 이상하죠??"

 

".....뭐가??"

 

"우리 엄마랑 아빠..안이상해요??"

 

"몰르겠는데.."

 

한숨을 한번 쉬고 꼬맹이가 말을한다..

 

"우리 오빠가 나 중학교 2학년때 물에 빠져서 죽었어요.."

 

그냥 얘기를 듣고있다..

 

"저기 어디지??망상인가..거기 친구들이랑 여름에 놀러갔다가..밤에 술먹고 들어가서 죽었대나..

 

나 아주 어릴때..우리집엔 오빠랑 우리 엄마 아빠 밖엔 없었어요..난 그냥 식구도 아닌거

 

같았어..하긴..오빠는 공부도 되게 잘했고..성격도 되게 밝고..친구들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오빠가 고3때 바닷가에 놀러간다고 갔다가 죽은거예요..고3이 뭔 바다는 간다고.."

 

아무 표정에 변화없이 말을 한다...이런표정은 또 처음본다..

 

매일 푼수같이 웃는 얼굴만 봐왔다 나로선..

 

"한편으론 잘됐다고 생각했어요..나도 사랑받을수 있겠구나..그런생각도 했으니까..

 

그런데 예전보다 더 못한거예요..아빠는 맨날 술만먹고..엄마는 내가 밥을 먹는지

 

안먹는지도 모르고..나는 아무도 신경을 안써.."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그땐 어렸으니까..지금은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죽으면 엄마아빠가 슬퍼할까?? 사랑해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매일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엄마아빠는 모르는거야..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밥은 먹는지..관심이 없어.."

 

".........."

 

"그래서 샤워하다가 커터칼로 손목을 겄어요..tv보니까 다 그렇게 하더라..

 

그리고 정신을 차렸는데..병원에 누워있었어요..엄마가 옆에서 울고 있고..아빠는 안보이고..

 

그때 아빠가 안보이는것도 되게 미웠어.."

 

"밖에 계셨겠지.."

 

"네..밖에서 조금있다가 막 뛰어오시더라구요...지금은 안그런데..그땐 왜그렇게

 

아빠가 미웠는지 모르겠어요..그리고 매일 병원다녔어요..학교는 그래서 일년쉬고..

 

우리 집이 원래는 서울였는데 나 학교다녀야 돼니까..안산으로 이사온거예요..

 

안산이 공원도 많고 살기 좋대나 뭐래나..나 여기산건 2년정도 밖에 안돼요..

 

학교 다시 다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애들이..다 언니라고 불러요..내가 뭐 그렇게

 

못됐게 대하는것도 아닌데..나만 보면 슬슬 피하고..집에가면 엄마랑 아빠도..

 

내 눈치만 보고..내가 뭘해도 응..그래..내가 뭘 사달래도 응..그래..무슨 남같아.."

 

"...그게 힘드냐??"

 

"힘들죠..안겪어본 사람은 몰라..나만 무슨 외계인같아.."

 

"외계인은 아냐.."

 

"....;;하여튼..그날도 별 생각없이 멍하게 집에 오는데..그때 걔네들이 날 붙잡았어요.."

 

"전에 그 양아치들??"

 

"네..처음보는 애들인데 여자애가 친한척하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돈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없다고 계속 그러니까..남자애들이 나타나서 저 막 끌고 갔어요..질질질..무슨 개처럼..

 

그 초등학교 신호등 앞에서 부터 끌려가는데..내가 분명히 건너편에 사람있는것도 봤고

 

도와달라고 소리도 질렀는데..그냥 못본척 하더라구요..아직도 똑똑히 기억나..

 

그때 신호기달리던 아줌마..그냥 쳐다보기만 했어..난 막 끌려가는데.."

 

꼬맹이가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다..다시 눈물을 닦고 말을 한다..

 

"그전부터 생각한거지만..나 진짜 외계인인가..왜 아무도 모르는척하지...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네 있는데까지 끌려가서..여자애들이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그때상황도 아직도 기억나..운동장에 운동한다고 사람들도 몇명있었는데..

 

아무도 안도와주더라.."

 

순간 뜨끔한다..

 

".............;;;나도 있었냐..??"

 

"오빠는 모르겠는데..;;;"

 

"나 운동장 돌고 있었는데..;;;"

 

"오빠도 있었나보다..운동장 막뛰는 사람하나 있었거든.."

 

"..............나네;;;;"

 

"........;;어쨌든 그때 막 맞고..도와달라 그러는데 아무도 들은척도 안하고..

 

정말 나 혼자만 세상에 다른 사람인거 같았어요..아니..외계인이 맞겠다.."

 

괜히 미안해진다..

 

"난 그때 너네 같은 친군줄 알았어..장난하는줄 알았지.......;;"

 

"무슨 장난을 때리면서 하냐??"

 

"...........;;그렇지??;;;미안..;;"

 

"됐어..뭐 ...하긴 오빠가 미안할건 아니니까..그렇게 한참을  맞고 있는데..

 

정말 살기 싫더라..아니 그런데 또 죽고 싶지는 않았어..계속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애들은 조용히 하라고 때리고 밟고 그랬으니까..그렇게 맞다가 갑자기 애들이

 

딱 멈췄어요..때리는걸 멈추고 애들이 한쪽으로 서는거야..날 가릴려는 것처럼..

 

남자애들 다리사이로 보니까..거기에 왠 아저씨가 한명 있었어요..그래서 소리쳤지..

 

살려달라고..정말 그렇게 애처롭게 살려달라고 한건 처음였던거 같아.."

 

"나네...;;;그 아저씨..;;"

 

"네..그 아저씨가 한참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주위를 한번 훑어보고..또 한참을 서있는거야..

 

난 주위를 훑어보길래..그냥 갈줄 알았어요..근데 담을 넘어서 오네??

 

담을 딱 넘었는데..담밖에 있을땐 몰랐는데..생각보다 키가 작았어요.."

 

"..............;;그랬냐..미안허다...;;;"

 

"뭐..미안할거 까지야..;;아 저 아저씨..나랑 같이 옆에서 맞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키가 안크니까..같이 맞고 같이 삥뜯기겠다 그런생각.."

 

".....................;;;;"

 

"걔들도 그랬어요..왠 똘추가 담을 다 넘어오냐..건수올렸다고..;;"

 

"내참..;;어이가 없다..;"

 

"그리고 남자애가 한명 지가 밟는다고 갔는데..그아저씨가 남자애 따귀를 때렸어요..

 

따귀를 때렸는데..무슨 등짝 제대로 맞았을때 되게 큰소리 나는것처럼..

 

아니 그거보다 더컸던거 같다..학교에 울렸으니까..그런 소리가 나고..

 

남자애가 털푸덕 주저앉았어요..그리고 아저씨의 승리 ㅋㅋㅋㅋ"

 

꼬맹이가 혼자 웃는다..

 

".........;;웃기냐...;;"

 

"웃기죠..그럼..생각지도 못한 아저씨한테 졌는데 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다..."

 

"하여튼 애들 도망가고 그 아저씨가 일으켜 세워줬는데..아저씨는 아녔어요..

 

어두운데서 볼땐 상체가 커서 꼭 아저씨 같았는데 언밸런스야.ㅋㅋㅋㅋㅋ"

 

"뭐가 언밸런스야.."

 

"오빠 솔직히 얼굴 좀 동안이잖아요..근데 몸매는 완전 아저씨고 ㅋㅋㅋㅋ"

 

"야..어딜 봐서 아저씨야 내가 배가 나왔냐??"

 

꼬맹이가 내배에 손을 대본다..

 

"어딜만져!!!"

 

"배는 안나왔네..;;좀 만지면 어때요..아쉬우면 오빠도 내배 만져보던가 ㅋㅋㅋ"

 

"..............;;아...됐다....;;"

 

"만약에..오빠가 그때..일으켜주고 그냥 갔으면..아마 그냥 고마운 사람이구나..

 

굉장한 아저씨구나로 남았을거야.."

 

"그냥 갔으면??"

 

"네..그냥 갔으면..그러고 그냥 갔으면 지금처럼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그런데 오빠가 따뜻한 커피도 사주고..동네 공원에서 같이 얘기도 해주고..

 

되게 오랜만였던거 같아요..다른 사람이랑 얘기를 해본게..아니..그렇게 아무

 

스스럼없이 나한테 웃어주고..세상사는게 원래 다 힘들다 말해주고..

 

눈물도 닦아주고..아픈지 걱정해주고..내가 잘들어가는지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들어가는 뒤에서까지 손흔들어주고..아니 처음 만난거 같아..그런 사람...

 

나랑 같은별에서 온 외계인 같았어.."

 

"..........그러냐.."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꼬맹이가 나한테 집착하는 이유가..

 

"정말 되게 좋았어요..기분좋게 웃는것도 좋고..편하게 말할수 있는 것도 좋고..

 

날 걱정해줘서 좋고..그래서 또 만날수 있을까 해서 그다음날도 찾아갔어요.."

 

"내가 핸드폰번호 줬자나??"

 

"여자가 어떻게 먼저 전화를 하냐??"

 

"..........;;;;;;;;여자??"

 

".........;;;남자냐 그럼??하여튼..또 갔는데..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그외계인이 또 오는거예요..그래서 인사를 했더니..그날처럼 또 웃어주고..

 

많이 아픈지 걱정해주고..반갑게 인사를 해줬어요..그래서 운동장뛰는거 기다렸다가

 

또 얘기를 했어요..한10바퀴는 뗘서 힘들텐데도 웃어주고 재밌는 얘기 해주고..

 

집에까지 데려다주고..그래서 그다음날도 찾아가고..그다음날도 찾아가고..

 

시험보다가도 생각나서 혼자웃고..밤새도록 생각하고..결국에 꿈에도 나왔어요..

 

가로등불아래서 환하게 웃는 외계인 ㅋㅋㅋㅋ"

 

"........;;;외계인은 좀그렇다..;;"

 

"왜요?? 멋있구만...ㅋㅋㅋㅋ하여튼..내가 오빠를 좋아하는지..아니..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요..난 아직 그런감정을 가져본적이 없으니까..맨날 외롭기만 하고..

 

힘들고..슬프기만 했으니까..그런데 오빠가 다른 여자랑 웃으면서 얘기하고

 

다른여자를 걱정하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면 되게 슬플거 같아..그냥..평생

 

나만보고 내옆에만 있으면 좋겠어요..날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아도 돼는데..

 

내옆에서 없어지는 건 안돼요..어떻게 찾은 동룐데.."

 

"...........그럼 너가 바라는건 내가 니옆에만 있어주면 되는거야??"

 

"어..평생..대신에 내가 빨래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오빠가 말한것처럼

 

오면 반갑게 맞아주고..밥도 맨날 같이 먹어줄께요.."

 

"너가 예전처럼 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죽으면 오빠가 힘들거 아는데 내가 왜죽냐??"

 

".......내가 왜 힘들어??"

 

"오빤 내 동료 외계인이니까..오빠가 없으면 내가 죽을만큼 힘든것처럼

 

힘들겠죠..;;"

 

"..................;;;난 있잖아..너의 정신세계가 이해가 안간다.."

 

"..........;;;왜요..;;;"

 

"너만 그런거냐..니또래는 다 그런거냐..;;;뭔 저능아 같아..;;"

 

"...............;;아 진짜..이런식으로 배신하네..."

 

"그럼 난 평생 니 옆에 있어주면 되는거고..넌 나한테 밥해주고??"

 

"그렇죠.."

 

"내가 손해 아냐??"

 

"왜요??"

 

"그냥 그런 느낌이드네.."

 

"그럼 뭘 더 바라는대요??"

 

"글쎄..지금은 별 생각이 안나고..그럼 일단 그렇게 하자고.."

 

"정말요??평생??"

 

"그래 평생..대신에 넌 몇년있다가 외계인 2세를 나아야 하고 2세를 잘키워야할

 

의무가 있다.."

 

꼬맹이의 얼굴이 빨개 졌다...아니 뻘개졌다..땀까지 흘린다..;;;

 

"..................;;;;"

 

"왜 싫어?? 싫으면 말해.."

 

"싫다기 보단... ;;언젠데요..;;몇년후가;;"

 

"너 졸업하면..대학 입학 전에 결혼을 할거고..우리별로 신혼여행을 갈거고..

 

그리고 너가 대학도 졸업을 하면 그때 2세를 날거야..오케이?"

 

"결혼은 저 주민등록증 나오고 바로하면 안돼나요??나 30일날 나오는데.."

 

".....................;;;왜 그렇게 급해..;;;"

 

"오빠가 없어질지도 모르니까..잡아놓는거죠.."

 

".....................;;;안없어져..걱정하지마..;;일단 말투부터 고쳐..자연스럽게 말을터.."

 

"그래도 돼??"

 

"당연하지..나도 그게 편해.."

 

 

 

여기까지 적겠습니다..;;글이 너무 길어져서;;;뭐 오늘은 아까 낮에 꼬맹이 집에갔다가

 

들어와서는 하루죙일 침대에 누워서 얘기만 했네요..

 

일단 정신세계가 독특하다는걸 오늘알았고-_-;;;;;

 

사람은 겉보기와 다르게 각자가 아픈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있다는걸 새삼 느꼈고..

 

하루 종일을 누워서 손 꼭 붙잡고 얘기만 하는데도 소재가 떨어지지 않고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뭐 자살기도를 했던게 남들눈엔 어떨지 모르겠지만..그런사람이 한둘도 아닌거고..

 

가장 최근에 헤어졌던 사람도 그중에 하나여서 별로 그리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일단은 처음으로 저런 장황한 사랑 고백을 받아서 오늘하루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이애가 제 짝이 되지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변이 없는한..고딩한테 남자친구가 생길확률은 극히 저조하고..

 

지금 꼬맹이 눈에 씌인 콩꺼풀이..엄청 크다는 결론을 내렸죠..

 

뭐 저도 오늘 필이란게 꽃혔고...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_-;;;

 

지금으로서는 언제까지 순수하게 사랑만 할수 있을까가 가장 걱정입니다-_-;;;

 

상대가 거의 무방비 상태라..;;가장 걱정스런 부분입니다..후덜덜..

 

아니..진짜 아이처럼 순수하다고 해야되나..맑다고 해야되나..그렇습니다..

 

뭐 소설이라해도 좋고 어떻다고 말을해도 상관 없습니다..전 일단 빨리 자야하기때문에..

 

내일 아침 일찍 꼬맹이랑 유람선을 타러 가기로 했거든요-_-;;;

 

아 그리고 제글에 가장 마지막쯤에 많은 나이차가 나는 커플 얘기를 해주신 고마운 분..

 

정말 감사합니다-_-;;;;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봤습니다(--)(__)

 

아..그리고 만약에 제가 이꼬맹이랑의 얘기를 쓰게 된다면

 

아마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푸헤헤...;;;;

 

그럼 좋은 밤들 되시길...푸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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