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사랑은 애증으로 변하는건가?

영포왕 작성일 07.06.17 11: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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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자친구의 일 때문일까.
아니면 내 인생에서 그런 일을 좀 겪어서일까.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그녀에게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같이 가는 듯 싶다. 침대에 누워 둘이 끌어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던 '우리는 하나야...'라는 말을 했던 만큼 서로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만큼 그녀는 나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그녀와 사귈동안 본의아니게 나는 그녀에게 그다지
진취적이고 멋있기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고 그런 나를 그녀는
원망하기 일쑤였다. 왜 오빠는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 못하냐고
왜 오빠는 나를 실망시키냐고.

'그러면 니가 좋아하는 돈 많은 남자에게 가버려'라고 했더니
'나는 오빠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 남자들에게
끌리는 게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차츰차츰 그녀가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점점 환멸을 느껴갔다. 하지만 그 모든 악조건이
하나씩 성립되고 있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은 잊지 않았다.

그녀가 만약 나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소위 말하는 인조이나 즐길 남자로 생각했더라면
아니, 그보다 그냥 많이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정도까지만이라도 나를
생각했더라면 그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나에게 대해 증오심의
감정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니가 이렇게 되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너는 그런 나를 배신하고 나를 실망시켰고 그래서 너무 너무 화가나고
나중엔 니가 증오스럽다'

와 같은 감정을 느낀 듯 싶고 '헤어지자고 말하기까지 당시엔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울었는지 모른다'는 말을 우습게
듣고 '사람을 버리면서 자기 합리화나 하는 못난 계집애'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감정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게 과연 그 아이에게 내가 끼친
영향이란 게 좀 컷긴 컷나보다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망가진 사랑의 결과는 증오인건가.
다른 사람들은 헤어지고도 친구로 남는다 어쩌고 하던데...왜 우리는...

한때는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아이의 감정을 동감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지만 또 만약 나를 잊어버렸다면 흔히 여자들이
지나간 남자를 잊어버리듯이 그녀의 머리 속에서 내가 깨끗이 지워지고
잊혀졌다면 아직까지도 그녀를 도저히 잊지는 못하고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왠지 모를 억울함이랄까.

나도 잊고 싶은데...
나도 힘들었는데..

예전에 100일이 안 되어서 헤어지려 했을 때 헤어졌으면
내 가슴 속에 남은 이런 상처와 고통은 모두 있지도 않았을 일이었을텐데라고
읎조리며 그녀가 나에게 품었던 원망과 증오심을 조용히 이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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