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하기 전에 방을 자주 갔었습니다.
한...3년? 안마방이나 대털방이 아니라 미팅방입니다.
버디나 세이나 요샌 싸이서도 하는 그...
거기서 27살짜리 누나를 만났습니다.
그때 제 나이 22이었죠.
처음엔 사귄다 라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너무 방에 자주 가고 방의 특성을 꿰고 있다보니,
혹여 이 여자도 패밀리 아닐까(방장과 한몸처럼 움직이는 여자들을 지칭)
그런데 같이 술 마시고 하다보니 어느새 사귀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때는 마냥 좋았습니다.
보고 싶다고 하면 사는데는 광명인데 신림까지 새벽에 택시타고 갈때도 있었고,
가서 모텔방 잡고 싸들고 간 음식먹으면서 사랑도 나눌뻔하고..
아마..
전 여자친구는 지켜주고 싶었나봅니다.
물론 건전한 생각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전에 안마방이나 대털방도 몇번 다녔었고 했는데
여자친구한테만은 차마 그러질 못했습니다.
미안해서? 사랑하니까? 지켜주고 싶어서? 뭐가 정답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전 입대를 했습니다.
부모님이 전방은 가지말라고 제 주소까지 시골로 옮기셨더라구요.
50사단 훈련소에서 M16소총 쏘며 훈련 받을때 운좋게 만발 맞춰서 포상 전화를 땄습니다.
부모님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죠.
1633은 처음이신 우리 아버지... 1633으로 걸었더니, 끊어버리셨더라구요.
제가 포상으로 딴 전화는 10분, 조교가 옆에서 9분 남았다고 했습니다.
1분밖에 안 지났지만, 그 동안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생각에 동생하고 어머니에게도 연달아 걸었습니다.
동생과 어머니도 부재중이었는지 신호음만 가더라구요...
남은 시간은 7분정도..
일단 제일 중요한 가족을 챙기고 나니 생각나는 여자친구라서...
좀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제사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음 3번만에 받더라구요. 기뻤습니다.
"지금 군대야?"
"응..어떻게 전화 할 기회가 생겨서 전화했어"
"그렇구나..."
그리고 서로간에 말이 없어졌습니다.
뭐랄까.. 갑자기 전화를 받아주니 마음은 기쁜데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그때 그러더군요.
"나 할말 있는데..."
"응? 어떤거?"
"...그동안 즐거웠어"
"무슨말이야?"
"헤어지자고"
그 다음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3분정도 남았다고 말하는 조교 뒤를 돌아서 그냥 내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전화할 기운도 나지 않더군요.
그날 저녁 취침하면서 저녁동안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서 눈치채고, 위로라고 해주는데..
"야 원래 부모님하고 처음 전화하면 다 운댄다"
"니는 그래도 전화라도 했잖아 우린 뭐냐"
나름대로 해 준다는 위로에 울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고, 그 다음날 부터는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잊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등병이 되고서 전역때까지 전화 한번 안걸어 본것은 아닙니다만...
4번 걸었는데, 3번은 꺼져있었고, 1번은 다른 사람이 받더군요. 번호를 바꾼거죠.
여자친구랑 아는 사람을 연락을 통해 만난적이 있어서 근황을 알아봤더니, 공무원 시험 9급에 합격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하는 일 잘 되길 빌어주고 있습니다.
게시판 성격이랑은 좀 안 맞는거 같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