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폭력을 성욕의 문제로만 보는것에 대해 반대한다.
그 이유가 뭐냐면, 성욕 때문에 항상 성폭력에 대해 '관대' 해지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말이냐하면..
간단히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무언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그 부모라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또 무언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개인적으로 저런 소리를 하는 부모를 비롯 가족들까지 모조리 연좌제로 처벌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결국 저런 일들도 벌어지는 것이니까.
더 어이가 없는 건 피해자조차도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남자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건 이해를 하는데..."
성매매에 대해서도 내가 비판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돈을 주고 여자를 사서라도 성욕을 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자체가 성욕 그 자체를 당위로 여기는 사고를 반영하고 있으니까.
묻자.
성욕이라는 것이 반드시 해소해야만 하는 욕망이던가?
식욕? 밥 안 먹으면 죽는다.
수면욕? 잠 안 자도 죽는다.
그런데 성욕은? 평생 섹스라고는 하지 않고 살다가 죽으면 오히려 사리가 나온다더라.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정히 성욕을 참기 힘들거든 손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다.
요즘 자위용품도 좋은 것 많이 나오고 있고.
솔직히 성매매며 심지어는 성폭력에 대해서도 관대한 사람들이 정작 섹스숖에 대해서는 그리 엄격한 이유를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차라리 섹스솦에서 파는 자위기구들은 내 지갑에나 손해를 입히지.
거기서 파는 섹스용품 가운데 상당수는 합의한 성행위에서나 필요한 것들이다.
모두 그 좋아하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그런데 돈으로 여자를 사서 풀고, 심지어 힘으로 여자를 어떻게 해서 강제로 하는 것은 괜찮고 그런 것은 안 된다?
사실 이것은 우리사회에서 성폭행과 성매매가 일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즉 우리사회에서 성욕이란 은밀한 것이다.
음습한 것이고 추악한 것이다.
이게 중요한데, 성욕 자체를 추악한 것으로 단정짓고 보니 성욕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위들에 대해 그 추악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폭행을 용인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 마디로,
"원래 성욕이라는 자체가 더러운 건데, 그것을 해소하자니 조금 무리한 수단도 쓸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섹스숖에서 파는 자위도구들은 안 되고, 성매매는 되고,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 것은 음란하고 성폭행은 남자가 충동으로 그리 할 수도 있는 것이 되고, 그래서 정작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자기 자신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것이 문제고,
그러나 성욕이라는 자체가 그렇게 추악한 욕망이기만 한가 하면, 실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아마 평생 성매매라고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성폭행에 대해서도 간단한 성추행조차도 민망해서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여자와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고, 더 만족시켜주고 싶고,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다기보다는 상대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하는 것이 성욕이다.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이다.
섹스라는 것은 성기를 가지고 성욕이라고 하는 욕망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환하고 나누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감정과 상대가 좋아하는 감정과, 내가 상대를 기쁘게 하고 싶은 욕망과 상대가 나를 기쁘게 하려는 욕망과, 원래 섹스라는 것이 그래서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가 그 어떤 멋진 상대와의 섹스보다도 더 즐겁고 더 만족스러운 것은 그래서다.
아무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가 천하에 둘도 없는 명기라고 그저 좋기만 할까?
그런데도 워낙 섹스 자체를 터부시하다 보니 그런 성욕의 긍정적인 부분은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부분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 그것이 성욕이라 납득해 버리는 것이고.
그래서 돈을 주고라도 성욕은 해소해야 하고, 폭력으로라도 성욕은 해소할 수 있고,
자신의 음습함과 불결함과 추함이 그의 성욕마저도 동일시해 버리는 것이다.
성에 대해 올바로 보지 못하고 올바로 판단하지 못한 결과, 그러한 성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터부가 어쩌면 보다 긍정적일 수도 있을 성욕의 밝은 부분을 가려버리고는, 그 자신의 더럽고 추하고 흉악한 모습으로 대체해 버리는 것이다.
성욕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더러운 것이다.
그런 주제에 마치 그것이 옳은 양 하고 있으니 드러난 성욕은 불결하고 가려진 곳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은 오히려 긍정하고.
더구나 사실 그러한 추악한 성욕이라는 것은 실제의 성욕과는 거리가 멀다.
섹스를 하고 싶어서?
그러나 성폭행을 당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성욕을 느낄 정도면 그건 아주 중증변태다.
정말 성욕이 생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얼굴을 보고서도 그래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또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정상이기도 하다.
왜?
그건 성욕이 아니니까.
비유하자면 아이들이 왕따를 하면서 괴롭힘 당하는 아이의 굴욕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과도 같다.
약한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면서 그 고통에 즐거워하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바로 지배욕이다.
소유욕이고.
상대를 힘으로 눌러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지향이 낳은 일그러진 욕망들이다.
물론 이것은 성욕과도 어느 정도는 통한다.
권력욕이란 사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보다 우월한 자신의 유전자를 보다 많이 후대에 남기기 위해 다른 경쟁자를 누르고 보다 많은 암컷을 차지하여 씨를 뿌리고자 했던 과거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그러나 인간이 더 이상 발정기를 갖지 않게 되면서, 단순히 후대를 생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섹스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그러한 욕망들은 성욕과 분리되게 되었다.
그저 유전자를 보다 많이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육체를 통해 보다 선명히 느끼고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욕이었다.
삽입하고 사정하는 것만이 아닌 상대를 보듬고 안고 어르고 상대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을 느끼는 성욕이었다.
그런데 워낙 덜떨어진 인간들 생기다 보니, 즉 진화에서 도태된 주제들이다 보니 여전히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여성을 오로지 아이를 낳는 자궁으로만 보고, 나의 정액을 받아줄 성기로만 보고, 그래서 누르고 지배하고 억압하고 강요하여 소유하고 싶어 하고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고,
결국은 여성을 여성으로 보지 않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존적 존재로서,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여성의 성기만을, 여성의 자궁만을, 물론 자기 자신도 자신의 성기만으로 자신을 정의할 때 아이들이 힘으로 우열을 정하고 그 우열을 바탕으로 약한 아이를 괴롭히며 쾌감을 얻는 그런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자각이 성욕을 더럽게 만들고 그나마 성욕을 자연스레 해소할 수 있는 수단들에 대해서까지 터부시하고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를 대신해 어차피 더러운 것 성폭행을 두고서도 "그럴 수 있"겠거니 한다는 것이 참으로 더러운 부분이라 하겠다.
성욕이 아닌 것을 성욕이라 여기고, 그것을 마치 당위로서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여김으로써 정당화하고, 그래서 여전히 여성은 자궁이고 성기이고, 남성 역시 고환이고 성기이고, 몰인격화된 사회의 한 단면이 이로써 드러나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아직 근대화에 이르려면 멀었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인간이 덜 되어서다.
독립된 주체로서의 개인에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기가 아닌 인간으로서, 고환이 아닌 인격으로서,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때문이다.
물론 그렇도록 만드는 것은 이 사회의 교육이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지 않던가?
너는 인간이 아닌 쓰레기라고.
너는 인격이 아닌 그냥 쓰레기라고.
쓰레기니까 시키는대로 하라고.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 하나의 인격으로 자란다는 건 한국사회가 근대화되는 것보다 더 끔찍한 난제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성폭행은 성욕과는 상관이 없다.
그리고 설사 성욕과 상관이 있어도 반드시 성욕을 풀어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성욕을 풀어주어야 해도 그것이 여자일 필요는 더욱 없다.
그렇게 성욕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면 손에 의지하거나 아니면 자위도구에 의지하거나, 저 유명한 단백질 인형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남자니까 그럴 수 있다?
나는 쓰레기라는 선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 하겠다.
최소한 한국사회에서의 성폭행이란 그래서 구조적인 것이다.
남성우월이고 마초이고 이전에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할 수 있다.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들도 인간이 아니고, 성폭행을 하는 자신들도 인간이 아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성욕이라는 욕망 자체에 대해서조차 객관화할 수 없는 주제들이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아닌 것들이 만든 인간의 사회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문제일 것이고.
어쨌든 우리 짱공인들만은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간절한 바램으로 주절거려 보았다.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는 선진 성문화를 대한민국에 정착시키는 선구자들이 되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