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녀가 꿈에 나오는..'
입대전 길진 않지만 차츰 함께 사랑을 키워가던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멋좀 낸다고 잔뜩 기른 머릴 빡빡이 머리로 깎을때.. 기껏 한탄섞인 한숨 내쉴때 여자친구는
뒤에서 끅끅 거리며 울고 있었네요.
사실 그녀에겐 4년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네요. 그러다 그사람 군대보내게 되고 떨어져 있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
헤어졌어요. 그리고 만난 남자가 저인데.. 저마저 군대를 가버리게 됐네요.
입대후 100일휴가를 나오게 됐어요. 그녀를 만났죠. 한동안 못봤더니.. 좀더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네요. 그에 비
해 저는 빡빡머리 이등병.. 제 자신이 초라해보였고 그래서 위로받고 싶었죠. 하지만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 헤어지는게 좋을것 같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 이렇게 될걸 예상이라도 했던걸까요.
사귀면서 만났던 날보다 입대로 인해 헤어져있던 시간이 더욱 길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를 만나기 이전
남자친구도.. 4년이나 사귀어왔던 그 남자도 군대 때문에 헤어졌는데. 그 아픔의 상처를 제가 옆에서 치유해주겠
다며 끝없이 대쉬하였던 저까지 군대를 와버리니 제가 더 미안한 맘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1달.. 2달.. 1년.. 이젠 전역을 하게 됐어요. 지금 마지막 휴가 나왔고 내일 복귀해서 3일뒤에 전역
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 얼굴도 조금 변했고, 나이도 2살 더 먹었고, 몸도 만들었고, 욕도 많이 배웠고..
그런데. 변하지 않은게 있어요. 빡빡머리와 그녈 향한 마음이죠.
잊으려고. 잊으려고 부단히 노력 했습니다. 그녀의 꿈을 꾸는 날이면 어김없이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하루일과를
보내기도 하고.. 정신없이.. 제 자신을 혹사 시키면서까지 잊으려고 노력했답니다. 하지만 안되네요 ^^;
그녈 보고 싶어서 싸이월드를 몇개월 전 부대에서 가입했네요. 몰래 몰래 보는 제 심정 아시는 분들 많을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또 꿈을 꾸었어요.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네요. 그런데 맞은편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리곤.. 서로 아무말 없이 한동안 쳐다보다
미소지으며 포옹을 했습니다. 그리곤 키스를 나누었죠.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다 꿈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꿈인걸 알고.. 아쉬움에 다시 그녀를 찾아가려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질 않네요. 그리고.. 마음이 아파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게 됩니다.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군대만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네? 이제 곧 전역하니까 대쉬해보라구요?
저도 그생각 많이 했답니다. 무슨일을 하던 항상 자신감으로 충만해있고 적극적인 저입니다. 그런데.. 그것만큼은
안되더라구요. 사실 너무나 약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항상 자신감있게 행동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체적이고 매우 뚜렷한 미래를 아직 설계하지 못했고, 가진것도 없답니다. 돈도 없고, 집도 없으며, 부모님도
없네요. 이런 외적인 부분 되도록이면 신경 안쓰려고 해도 저에 비해 많은걸 가진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겠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러나.. 핫핫. 이전에는 안그랬는데 말이죠.. ^^;
그냥.. 이 야심한 밤에 깨어나 잠이 오질 않아서.. 혹여나 저같이 사랑하던 그녀를 보내줘야만 했던 사람들이 또
있겠지 싶은 맘에 글 올려보네요. 모두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