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넋두리....

열공허자 작성일 09.01.16 17:58:43
댓글 4조회 573추천 3

그냥 넋두리 좀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지도 모르니 귀찮으신 분들은 과감히END키나 페이지 다운을 눌러 다른 게시물을 보세요.

 

 

 

좀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자살을 결심하신 여자분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다보니

 

저도 저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년 5월에 어떤 녀석이 자살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정확히 반년 뒤에 자살을 했군요.

 

 

그녀석과 그녀석의 남자친구와 저

 

이렇게 셋이 한 일년 반정도를 같이 살았었네요.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복학 할때 그녀석의 남자친구가

 

괜찮으면 방하나 남으니까 월세 조금 보태고 같이 살지않겠냐고 해서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석과 그녀석의 남자친구...저랑 2년정도 같이 일해 친한 형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말고 근처의 다른 학교 근처에서 조그만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했습니다.

 

저도 학교 다니면서 가끔씩 가게의 일을 도와주었고

 

아르바이트를 못 구할때면 아르바이트로 일하곤 하면서 형의 여자친구 즉, 그녀석과 친해지게 됐습니다.

 

그녀석...성격이 굉장히 남자같기는 하지만 좋은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석이 유일하게 힘들어하는 문제가 가게와 남자친구였고,

 

그녀석의 친한 사람들이 대부분 형이랑 친한 사람들이어서 그런 문제에 대해 잘 이야기를 못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였고,

 

저도 성격상 위로의 말은 잘 해주지는 못하지만 들어주는 것만은 잘해 곧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녀석이 형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일이거나 형이 구박하는 일은

 

제가 대신 하게 되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같이 무한도전을 보며 군것질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만화책을 빌려보는 일이었습니다. 가끔 아침에 같이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곤 했지만요.

 

그리고 그녀석이 형이랑 싸우고 혼자 술마시고 사라진뒤 전화를 걸어오면 찾으러 가서

 

집으로 데려와 재우거나 하고는 했죠...그리곤 다시 학교로 가고...

 

주로 그때 형은 싸운뒤 혼자 분을 삮이며 가게에서 그날 장사할 안주를 다듬으며 술을 마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석때문에 학교 생활이 참 많이 말리기는 했네요...학점도 별로 안좋았었고...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가 드디어 2007년 12월 둘이 결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결혼 날짜를 잡고 웨딩촬영이다 뭐다 해서 가게를 한달정도 쉬었습니다.

 

그리곤 가게를 쉬니깐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이제는 제가 그 투정?을 받아줄 필요가 없게 된 듯했고,

 

결혼 전 쯤에 해서 제가 취업문제로 힘들때...(과사 조교의 실수로 직장을 날리게 되어서....)

 

그녀석과의 트러블 아닌 트러블로 약간 사이가 어색해져

 

전 독립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취업문제로 속이 속이 아니었던지라... 그쪽과의 연락은 거의 끊고 지냈고,

 

가끔 술자리에 불러도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5월....

 

그녀석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아무생각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녀석이 죽기전에 제가 그녀석 곁에서 전처럼 받아주었으면 죽지 않았을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

 

제가 사놓은 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기타등등 잡다한 생각이 절 괴롭히더군요...

 

 

그리고 그녀석한테 전 어땠는지 몰라도 저한테 그녀석이 그렇게 소중했구나....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감기에 걸려 끙끙댈 때 사다준 감기약과 죽에 눈물이 날정도로...

 

 

지금도 그녀석이 좋아하던건 다 기억합니다.

 

무한도전, 달자의 봄, 개와 늑대의 시간, 태왕사신기, 가게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청과점에서 팔던 딸기와 체리,

 

크라운베이커리&올레뜨의 빵, 순정만화, 애니메이션, KGB자몽맛, 잭다니엘, 나이트......

 

 

나이트하니깐...그녀석과 둘이 나이트 갔다가 제가 알러지로 기도가 막혀 응급실에 갔던게 생각이 나네요....

 

 

우스워야 될 추억이 슬픈 추억이 되다니... 언젠가 그녀석이 아이를 낳고....저도 결혼을 하게되고 이렇게 모두

 

모여서 같이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될때나 나올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 이야기를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힘드네요....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도 않고....

 

지금 제 처지가 여자문제를 논할 처지도 아니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힘들것 같네요...

 

다른 소중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힘든일이라는 거....잊으려면 그게 최고일텐데...

 

최고의 방법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해서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다른 사이트에서 자살하신다고 한 여자분....이틀뒤에 뛰어내리려고 신변정리중이시라는데....

 

그냥 계속 살아가셨으면 좋겠네요...

 

그것이 저한테는 구원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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