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유 없이.. 제 얘기 좀 들어 주실래요?

룬준 작성일 09.02.21 2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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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와서 글좀 읽고 그러다가.

오늘은 제 얘기를 좀 하고 싶네요 ㅎ

 

 

요즘 졸업식 많이 하죠.

군대 다녀오고, 어찌어찌 정신없이 살다보니 저도 이제 졸업이 얼마 안남았네요.

저랑 나이가 비슷한 분들도 비슷한 상황을 격지 않나 싶어요.

 

 

 

저한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 아니, 있었다고 해야하나?..

암튼 동갑이고, 알고지낸지 오래 되었고.

원래 알던 사이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 친해진, 그런 경우죠.

사람 좋아하는게 이번 처음도 아니고, 나름 이성 사귀면서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사건도 많이 격어봤다 생각하는데요.

얘는 뭐랄까. 그냥 같이 있으면 편하고, 부담되지 않고, 말도 잘 통하고..

그런 느낌 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같이 있는게 괜히 긴장되고(뭐... 사귀기 이전의 그 느낌 ㅋㅋ), 말한마디 다 신경

쓰이고.

그런거보다는, "아, 진짜 나랑 잘맞는다", 이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

서로 말 없이 그냥 앉아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집에서 일어나서 밥먹고 양치질 하는 얘기 해도 지루하지 않은 그런.

그런 친구였죠.

 

 

군대 다녀오고, 간간히 만나면서 "아. 놓치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언제 고백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죠.

맘같아서는 바로 하고 싶었지만, 서로가 자기에일에 굉장히 몰두해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말하자 생각했죠.

 

그렇게 시간을 재면서 서로 종종 만났어요. "매번 색다른 걸 해보자" 하면서 ㅋㅋ 이래저래 재미있었죠.ㅎㅎ

그후로... 한... 일년이 지났나?

이제 고백해야지 하고 맘 먹었는데.

인턴을 가더라고요... 해외로; 기간은 5개월 남짓.

 

 

고민 많이 했죠. 그냥 고백할까. 아니면 미룰까.

그러다가. 돌아오면 그때 고백하자 맘 먹었습니다.

괜히 말꺼냈다가 다시 왔을 때 서먹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렇게 떠나고나서, 별로 힘들지 않는 기다림이 시작되었죠 ㅎㅎ 어짜피 올거니깐.

연락 자주하고, 전화통화도 가끔 하면서요.

 

그렇게 기다리는게 거의 끝날 쯤에 얘기하더라고요.

 

 

"저기... 나... 여기서 남아서 1년 정도 일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아.. 올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인턴이란게 그렇잖아요. 인턴하고 바로 그곳에 취업하는 그 테크트리.

외국에서 회사생활 하는것만큼 경력에 도움되는 일도 드물죠. 더군다나 요즘같은 불경기에.

 

그래서 전 대답했습니다.

 

너에게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고.

그런데, 난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고.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멀리 있는게 유쾌한일은 아니라고.

 

그렇잖아요. 사귀는거도 아닌데 가지 마라 말하기도 좀 그렇고.

무엇보나 나 자신에게 투자를해야하는 시기잖아요.

만약 나같으면 어떻게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매번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더라고요. 남는 것으로.

 

며칠간의 고민 끝에, 결국 남기로 결정하더라구요.
계속 물어봐도 "응. 남기로 했어" 이렇게 말은 절대 안했어요. 차마 말 못하겠었나봐요.
매번 넌지시~ 대화 중간중간에 슬쩍. 흥!

 

까짓거 일년?

그냥 이 생각뿐이었어요? ㅎㅎ 뭐 일년 쯤이야 기다리면 기다리죠. 그만큼 놓치기 싫은 사람이었거든요.

 


ㅎㅎ 근데. 이건 또 뭔일인지 ㅎㅎ

그후 한달 정도 후에, 회사랑 의견 조율이 안되서 다시 한국 오기로 했다고 하는거에요.

참나. 이건 뭐 사람 가지고 노는것도 아니고 ㅎㅎ

암튼, 걱정하더라고요. 취업해야하는거하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등등.

그래서 말해줬습니다.

"일단 와, 오고 나서 고민해!"

완전 고민거리 하나 줄었죠 ㅋㅋㅋ

자기 한국 가면, 많이 놀아 달라는 둥, 막 그런소리도 하고 ㅎㅎ

 

그리고, 얼마 후, 한국으로 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휴가남은거 쓴다면서 열흘정도 잠시 온거였어요.

그러니까, 열흘의 휴가 후, 다시 출국 했다가 남은 한달여 기간을 마치고 완전히 귀국하는 거였죠.

 

그래서 만났습니다.

만나는 것을 그리 서두르지 않았어요.

귀국하기로 결정한 거였고. 저는 그때 저 나름대로 바빴었거든요. 그래봤자 학생이지만;

아무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맛있는거도 먹고...

분위기가 좀 차분해지더니, 곧 쭈뼜쭈뼛하면서 말을 꺼내는 거에요.

"나 근데... 결국 거기서 일년 더 일할거 같아"

.

.

.

응? 뭐? ㅡㅡ?

회사측과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하더라구요.

물론 자기는 한국 오기로 맘을 먹어서 딱 잘라서 말했는데...

...아무튼 딱 줄여 말하면, 자기는 오고 싶은데 그 자리를 소개시켜준 분에게 죄송스러워서 그럴 수 없다는 거였죠.

이번 휴가 기간 중에 갑자기 터진 일이라고.

 

 

"그럼... 이제 번복할 일은 없는거야? 일년 동안?"

 

"... 응"

 

"아..."


 

그렇게 같이 있는 동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막막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까짓거 일년! 이랬지만, 다시 온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걸 다시 엎어버리니까요.

뒤통수 맞은 기분이랄까나...

그리고 더 중요한 것.

난 앞으로 몇년은 학생일 것인데, 걔는 아니잖아요.

또.. 걔 성격상... 일년 더 일하고 나서, 바로 한국으로 올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만나기로 약속 잡을 때 부터 왠지모를 거리감을 두려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저 말 꺼내기 전까지 뭔가 좀 이

상하다 느낌을 계속 받고 있었는데...

그렇게 혼자 패닉에 빠져서 참... 어이없게 아무것도 없이 집으로 왔습니다.

사실 뭘 말하고 싶어도 분위기가 영 아니었고...

 

뭐랄까. 애초에 기다리리라 맘먹은 그런게 한번에 무너졌다고 해야할까요.

진짜 현실적인게 눈으로 갑자기 보이더라구요. 서로 사귀기 힘들다는거.


 

 

그렇게 그 다음날 자기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걔도 뭔가가 있었나봐요.

메신저에서 그렇게 수다도 많이 떨고 그랬었는데.

그런게 없네요. 저랑 비슷한걸 느꼈나보죠.

 

'지금 이때는 자신에게 충실하자.'

 

정말 오랜만에 여자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히더군요 ㅋㅋㅋㅋㅋ

그러던 와중, 대뜸 메신저로 말을 걸었어요.


 

"또 무슨 고민 하고 있어! ㅋㅋ"

 

"나?... 고민 없는데? ㅋㅋ"

 

"너 거기 회사에서 일하면서 맨날 이런 저런 고민얘기만 했잖아~"

 

"아~. 이제 없어... 이렇게 결정 났는데 뭐... 이젠 우리 회사고..."

 

"아. 그래... 그랬지."


 

이렇게 짧디 짧은, 그런데 그렇게 짧지도 않은 제 이야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나름 할말의 1/10밖에 안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생각보다 분량이 많네요.

성인이 되고 다시 만나게된 사건 하며, 제가 군대있는 동안 있었던일, 서로 몰랐던 사실 등등.

좋은 카페 찾아다니고, 서로 공연도 보고, 계획없이 만나서 돌아댕기고, 한밤중에 예전에 같이 다니던 학교도 몰래 들어가보

고, 그러다가 길 잃어버려서 한참 헤메고. ㅋㅋ

 

난생 처음. 그냥 이유없이 선물하고 싶어서 선물도 하고.

참 재밋는 일 많았어요.

그만큼 저한테 특별한 여자같아요. 이렇게 재밋는 기억이 많은걸 보면.

 

 

한달 조금 지났네요. 마지막으로 본게.

지난 2년여간 사건들, 이제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도 다른 사람 만나 봐야죠. 지난 2년간 아무도 안보였으니까 ㅎㅎㅎ

 

주변에서 그런말도 해요. 포기하지 말라고.

근데 전 포기하는건 아니거든요. 그냥 잊고.. 그냥 잊고 살다가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해보면 되죠.

지금은 저 자신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더 멋진 사람 되자.

 

 

그런데 웃긴게...

그러다가 더 좋은, 다른 사람 만나겠죠. 다~ 그렇더라고요.

정말 못 잊고, 그 사람 아니면 안될거 같고 그래도 결국은 다른사람 잘 만나고 잘 사귀더라고요.

저도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이래서 나이먹는다고 하나봐요 ㅋㅋㅋ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눈을 갖는 것!ㅋㅋ

 

그래도.. 걔가 거기 있는 동안 만약 다른 사람 만난다는걸 알면, 며칠 또 멍때리고 살겠죠..?

그리고 나서 후에, 다시 만나면 그냥 소탈하게 말하려고요.

 

 

나 너 진짜 좋아했었어. 넌 그때 어떤 심정이었니?..

 

 

때마침 토요일이겠다~ 걔생각도 나겠다~ 술한잔 하고 싶지만! 그렇지만!!
이런거로 술 찾는다거나 하지 않으려고요~ ㅋ 그래봤자 뭐 빨리 잊혀지나요.
(아... 그나저나 진짜 술 생각 나네;;)

 

 

암튼!. 제 썰을 들어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ㅋㅋㅋ

뭐 여기까지 쭉 읽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도 모르고, 악플도 달리고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속은 좀 풀리네요 ㅋㅋㅋ 머리도 좀 멍 하고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 헤어질 쯤에 했던말이 생각 나네요.

 

 

 

"나한테 일생동안 네명의 남자가 있다고 그랬거든? 근데..., 이젠 세명 남았나봐."

 

 

 

으악~ㅁ;ㅣㅏㄴㅇㅀㅇㅀㅇㄹㄹㅇㅎㅇㅎㄹㄹ ㅎㅎㅎ

 

아무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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