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4번에 글쓴 사람입니다. 오늘 한번 접근해 봤는데요.

부표 작성일 09.12.03 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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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4 번 글을 쓴 여성에게 기피증과 공포증을 느끼는 사람입니다....ㅠㅠ

 

1일에 글을 쓰고 댓글 올라오는거 보고 한번 접근하기로 마음먹어봤습니다.

 

항상 같이 학교로 통학하는 버스에서 만나는 여자인데요. 이번 학기 초, 여름날 통학버스에서 봤는데,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 차림이 너무 기가 막히게 예쁘고 귀엽다고 느껴져서 바로 옆에는 차마 앉질 못하고 건너편 옆에 슬쩍 앉고 몰래 훔쳐보다가 틀어올린 머리에서 하얀 목덜미가 갸냘프고 너무 예뻐서 한방에 뻑 갔습니다.

 

통학버스 기다리는 곳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제가 하숙하고 있는 곳도 지나치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먼저 지나가는지, 같이 통학하는 날이면 항상 그녀가 먼저 시내 버스에 타고 있더라구요. 맨날 기피증 땜에 말도 못 건네고 멀리서만 보다가 오늘 전번이라도 따볼려고 말을 걸어봤습니다.

 

이렇게 빨리 하려는 이유가 기말고사가 다다음주이고 다음주는 보강주라서 시간표가 바뀔 확률이 높으니까 오늘 접근해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어떻게 접근할지 계획을 세우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어디 다닐지 계획을 세우고 옷차림까지 연구해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학교를 통학하는 곳까지 가는 시내버스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는 시장으로 가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많이 타고 있어서 말을 걸진 않았습니다. 힐끗 보니 평소처럼 이어폰 끼고 음악듣고 있는 자태가 도도하고 귀엽더군요.

 

통학버스 타는곳에 같이 내려서 혹시 누가 있나 확인해 봤는데 다행이 아무도 없더군요. 그녀는 통학버스가 오는곳을 바라보고 있고 저는 그녀 뒤에서 어떻게든 접근해 볼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어제 연습한대로 대본을 기억해 내고 그녀의 매서운 눈초리나 찌푸린 얼굴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천천히 접근 했습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더군요. 거리가 1미터쯤 가까워질 무렵 말을 걸려고 입을 열려고 하다가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휙 돌아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서 속으로 깜짝놀라서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연기하고 말도 못 꺼내고 지나쳐 버렸습니다....ㅠㅠ

 

최대한 아무것도 아닌척 지나쳤지만 이미 손은 덜덜 떨리고 추운날이지만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식은 땀으로 범벅이 돼었습니다....ㅠㅠ 결국 아무것도 못한채 통학버스를 타버리고 그녀는 맨 앞에.....저는 맨 뒤에 앉아서 학교가는 길 내내 저 멀~~~~~~리 있는 의자땜에 잘 보이지도 않는 그녀 뒤통수만 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하교때를 노려야 했는데요. 오늘 휴강해서 일찍 버스 타고 가도 될것을 그녀를 볼려고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렸는데요. 또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또 스토커 처럼 멀리 앉아서 힐끗힐끗 보기만 했습니다...ㅠㅠ

 

통학버스에서 내릴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내릴 때 같이 내렸습니다. 집에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또 아침에 있었던 자리 배치 상황이 돼었는데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두근두근 거리며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

 

"저기요?"

 

"......"

 

계속 응답이 없던 그녀.....왜그럴까 생각하다가 2초만에 이어폰 끼고 음악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허탈해서 그녀 앞에 나가 부를용기가 사라지는 바람에 5분을 더 그상태로 있다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그녀 앞으로 나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어폰을 떼고 경계하는 눈으로 보더라군요.

 

"혹시 버스에서 저 보신적 없어요?

 

"모르겠는데요"

 

"아니....전 통학버스 말고도 시내버스에서도 쭉 그쪽을 보았는데 절 보신적 없어요?"

 

"모르겠어요."

 

그 순간 '아! 나의 존재에 대해 신경 쓴건 하나도 없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수 없다는 생각에...

 

"전 그쪽이 마음이 들어서 그런데...혹시 시간 있으세요??"

 

"없는데요."

 

"그럼, 버스오는 동안 만이라도 함께 얘기 좀 하면 안될까요?"

 

"안돼는데요"

 

.........말이 막혔습니다. 여자하고 한번도 사적인 얘기라던가 그런거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애인이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습니다.

 

"없는데요"

 

.........왜 이럴까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낯선 사람이 말을 거니까 경계하나 싶어서 '어디 사는지', '이름이 뭔지', '학과가 어딘지' 계속 말을 걸었는데 '왜요?', '알아서 뭐하게요?' 하가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고 대답을 안하다가 한번 쏘아 보더니 날 지나쳐 가거니 이어폰 꼽아 버리고 버스를 계속 기다리더군요.

 

뭐라 할수 없는 마음이더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물어보면 안될것을 물어봤나?하고 아까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릴적 기억이 떠올라서 여자들은 왜 날 싫어할까? 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살면서 여자들에게 안 좋았던 기억들만 계속 떠올르더군요. 버스가 와도 같은 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차마 같이 탈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보내 버리고 다음 버스 탔습니다.

 

지금은 말건거 후회하고 안주도 없이 소주 물면서 이거 쓰고 있습니다. 조금은 상대 해 줄주 알았는데 처음으로 가족이나 친척 외에 호감이 가는 타인인 여자에게 말을 건 건데 바로 차여 버리네요. 이렇게 돼어 버린거 기피증하고 공포증이나 심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째려본게 이미지가 돼어 전두엽에 박혔네요.).

 

문제는 내일인데, 같은 시간에 통학버스를 타고 갑니다. 이거....피할려고 일찍일어나서 먼저 통학버스 타고 가야 할지....아니면 다시한번 기회를 노려야 할지 걱정입니다.....ㅠㅠ

만약 어떻게 됀다면 내일 다시 한번 글 올려 보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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