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생. 무직. 고시원 살고 미술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바보같이 시간 허비하고 군대 늦게 가는 바람에 08년 9월쯤 전역하고
09년에 미대 들어가려고 서울 올라와서 학원 등록하고 바이트 시작했습니다.
스물 여섯 먹을 때까지 연애 한번도 못해봤습니다. 입대 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냐면요. 스스로 한테 자신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서
사람이라곤 다 무섭고 세상 여자들은 다 저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밖에 돌아다니는 일도 별로 없고 돌아다닐때는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키 162,3 정도라 외모에 자신도 없고 사교성도 없어서 성격이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군대 갔다오니까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뭐든지 하면 될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서울 올라와서
방도 구하고 야간 아르바이트도 구했습니다.
밤에는 아르바이트 하고 낮에는 미술 학원다녔습니다.
야간 아르바이트 20살짜리 멀쩡하게 생긴 여자애하고 하게 됐습니다.
한달쯤 됐나, 그 애가 저랑 사귀자고 해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 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이도 먹고
군대도 같다오니까 사람 같이 변했나보다. 하고요.
사귀기로 하고 일주일도 안돼서 그 애가 제가 사는 곳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습니다. 아마 고백받고 4일째였을겁니다. 잡아먹혔습니다.
일본 야게임에 나올 것 같은 진행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연애라곤 못해봤으니 이상하다고 생각 못했습니다. 그냥 애정을
부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몇 일 있다가 한참 망설이더니 그 애가 말 하더군요. 나 말고 만나는 남자 2명
더 있다고. 개 같은 일인데, 개 같은 년인데 그 때는 그런 년이라도 필요했습니다.
한달쯤 됐을까, 둘이 알몸으로 누워있는데 헤어지자고 그러네요.
옷 다 입을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다가 물었습니다. 내가 뭐 잘못 한거 있냐고.
제 안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할 말 없었습니다.
출근하니 아르바이트 그만뒀더군요. 나한테 한마디도 안하고.
다음에 같이 일하게 된 사람은 저 보다 나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남자 친구도 있는 여자였는데 요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종종 말하더니
어느날 그게 나 때문인것 같다고 그러네요.
남자 친구 있어도 상관없었습니다. 빈자리 메우는게 급하니까요.
다음날 키스하고 그 다음날 같이 잤습니다. 남자친구 보다 날 우선해줄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취하는 집에도 가고 반찬거리 사서 음식도 해줬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니 24시간 넘게 붙어있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2주일 쯤 됐나, 집에 못오게 하더군요. 남자친구하고 추억이 많은 장소에서
나하고 자기 싫다고. 기분 나빴지만 처음에 그 누나 한테서 사랑을 원한게
아니었고, 누나한테 고백 받을 때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쯤이었을 겁니다. 그런 적 한번도 없었는데 미치게 우울한 기분이 드는겁니다.
하루종일 죽을 것 같이 가슴이 아프고 높은데서 창 아래로 내려다 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죽을 상을 하고 있는데도 이 여자는 전화 한번 해주질 않더니 어느날 관두자고합니다.
입시생이라 조만간 아르바이트도 그만둬야 하는데 제가 자기를 좋아하게 되면
더 힘들어질테니 지금 그만 두는게 좋겠다면서.
관뒀습니다.
그 때 부터네요. 한달에 3번, 4번. 3일, 4일 혹은 일주일을 미치게 가슴 쑤시고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10월달쯤에서야 생각이 닿았습니다. 내가 우울증인가 보구나. 미친년 하나 때문에 내가.
학원에 여자가 많습니다.
학원 여자 강사는 잘생긴 남학생한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합니다. 왜 내 그림은 안봐주냐고 그러면
저는 안 봐줘도 잘한다네요. 다른 반 여자들도 허구헌날 넘어와서 다른 남학생 한테 먹을 거 먹이고
때거지로 모여서 떠듭니다. 지랄맞습니다.
입장 한번 바꿔 볼까요? 여학생A가 학원을 다닙니다. 남자강사가 여학생B 한테
줄창 붙어서 그림 봐주고 A는 안 봐줍니다. 다른 남자들도 전부 B한테 모여서 하루종일
떠들어댑니다. A입장에서 얼마나 개같을지 왜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할까.
학원 분위기는 저런데, 생리하는 것도 아니고 몇 일 기분 좋으면 몇 일 지랄맞고, 그게 12월 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거랑 상관 있는지 없는지 입시는 망했습니다.
대체 애인 있는 여자 두명이 연달아서 저한테 고백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도 많이 하고 여기 있는 여자 사용설명서도 읽어보고 결론 내렸습니다.
나 진짜 찌질한 놈이다.
제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걸을 때 구부정하고, 그림 그릴때나 뭔가 만들떄는
거북이 처럼 목을 내밀어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말도 잘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지도 못합니다. 제일 친한 친구 만나도 기껏 할만한 이야기는
게임이야기 밖에 없습니다. 키는 또 163에 몸무게 47이나 되려나.
전에는 키같은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김도경 망할년 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여자들 대부분이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잘 알게 됐구요.
12월까지 학원에 있던 잡것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학원생들이 줄어들어서 지금 분위기는 꽤 좋습니다.
그 편애 강사도 지금은 없고, 편애받던 학생- 아참 그 애는 같은 과 지원하던 원생중에 혼자 합격 했습니다.
강사가 종일 붙어있는데 떨어지는것도 좀 이상하죠. 봐줄게 없어서 안 봐주던 저는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ㅎㅎ.
지금 학원에 남학생이 별로 안들어와서 여자애들이 많긴 한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한달 넘게 우울증도 없습니다. 근데 이게 얼마나 오래 갈까요. 지금 이 반에 남자가 저 혼자라 이것들이
저랑 이야기하는거지, 남자 한 명만 더 오면 다들 그 쪽으로 넘어갈겁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거
같겠지만 그간 당한것도 있고, 대비하고 있는게 현명할거라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확신도 있습니다.
여자라는 동물은 고딩부터 서른까지는 그렇게 움직일거라 봅니다. (제가 봤을때 여자는 이렇습니다.
이야기도 잘 하고 안면튼지 반년도 넘었는데 어느날 문자 보내니 누구냐고 답장 보내는게 여자고,
갑자기 친한척 굴던 오크같은 년이 말도 안되는 걸로 삐져가지고선 사과하려고 불러냈더니
오빠가 싫은게 아니라 오빠랑 말하는게 재미없어서 말 안하는것 뿐이라고 개소리하는게 여자고,
집에서 먹을거 싸가서 먹였더니, 지 먹을거 생기면 내 옆에 잘생긴 남자한테만 내미는게 여잡니다.)
그리고 제가 언제 또 우울해져서 말문이 막힐 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이 들어가서 뭔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잡소리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어쨋든
여자 사용설명서 다시 읽어봤습니다.
여자 습성 파악 백날 해봤자 소용없겠더군요. 저를 좀 바꿔봐야겠습니다. 지금 술김에 이렇게
긴 글쓰고, 저 답지도 않은 생각이 떠오른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학원 출퇴근길에 예쁜 여자 전화번호 하나씩 따는거 어떨까요.
전화번호 따는데 익숙해지면, 거절당하는데 익숙해지면 좀 자신감이 생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