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25살, 그 친구 나이 21살.
아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
뭐 사귄지 그리 오래된 친구는 아닙니다.
학교에서 같은 강의 듣다 제가 들이대서 커플이 되었죠.
뭐 그간의 과정은 차치하고,
약 5일 전부터 연락이 (아예) 안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도 연락은 가뭄에 콩나듯 했었죠.
저번주 토요일 저녁부터 제가 하는 전화를 받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 화요일에는 전화기가 꺼져있더군요.
그 친구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
혹시라도 아파서 누워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화요일에 저녁에 그 친구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문을 두들겨도 인기척이 없더군요.
이때 촉이 좀 안 좋았죠. 더러운 느낌 엄습.
그냥 막연히 건물 입구에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여자랑 고추가 걸어 오는 실루엣이 보이더군요.
남자 손에는 먹을 거리가 잔뜩 담긴 봉지가 쥐어져 있었구요.
그 연놈들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털이 쭈뼛쭈뼛 섰습니다.
네. 그 친구였죠.
너무 어이가 없어
그 두 명이 제 옆을 지나가는 것을 벙찐 표정으로 보기만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봤는지 못봤는지 그냥 지나가더군요.
약 5초 간의 공황상태를 겪은 후 그 연놈들을 쫓아 올라갔죠.
이미 집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더군요.
(더 골때리는 건 남자가 집을 능숙하게 찾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집 안에는 인기척도 들렸고 불도 켜져있었습니다.
안 열어주더군요.
그날 '실소'가 뭔지 제대로 배웠습니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미친놈처럼 계속 웃었습니다.
거참.
사실 만나는 동안 의심할만한 징후가 보였었죠.
하지만 저는 '설마'라는 마음에 고딴 생각은 저 멀리 쳐박아 뒀었는데...
이 일을 겪고 나서 그간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아주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더군요.
결론은 제가 어린 친구한테 불꽃싸다구를 제대로 맞았다는 것이죠.
기가 찹니다.
순수한 제 소울에 스크래치가 제대로 났습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군요.
잠도 잘 안 옵니다.
그러니 이 시간이 이런 푸념이나 하고 있죠.
그냥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지나가는 짱공 형님들 아우님들,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한마디씩만 던져주시면
그 말들 곱씹으며 그 연놈들도 질겅질겅 씹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