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제 막 대학교 1학년 남학생인데요.
같은과 어떤 여자애랑 그닥 많은 일들이 있진 않았지만 머릿속이 그 애 때문에 복잡하네요.
그 여자애에 대한 제 마음은 아주 없는것은 아닙니다. 이건 좀 확실히 해두기가 어렵네요. 좋아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싫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대충 있었던 일을 주저리 주저리 꺼내봐야 겠습니다;
제가 토요일에 한번 그 여자애네 집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8시까지 그 여자애랑 같이 있었습니다.
이때 밥도 얻어먹고 카페에서 커피도 얻어먹고 계속 다 얻어먹었습니다. 여자애 부모님도 만나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일요일) 제가 걔보구 과제도 할겸 전시회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교양과목 과제중 하나가 전시회 레포트 쓰는거라서) 그런데 여기서 그 여자얘가 바쁘다고 다음주에 전시회 없냐고 오늘은 못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월/화/수/목 수업때 마주칠때마다 저랑 그 여자애 사이가 굉장히 어색해졌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얘가 저를 조금 피해다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딱히 나한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구나 하구요.
그러다 목요일에 카톡이 왔습니다.
여 : 토요일에 전시회에 같이 가자~
나 : 전시회 머 있어?
여 : 찬규랑 같이 가자~
나 : 미안 나 토요일에 약속이 있어서 담에 불러줭
여기서 제가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사실 복잡할 것도 없지만
저는 그 여자애가 저한테 이제 전혀 관심 없는걸로 알고 저도 그냥 그러려니 지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시회를 같이 가자고 한점 , 근데 제가 모르는 찬규랑 같이 가자고 한점이 저를 조금 복잡하게 만들더라구요.
그냥 저에 대한 그 여자애의 최소한의 배려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배려가 맞나?)
그 다다음날 토요일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여 : 혹시 자고있었어?
나 : 어 조금
여 : 아..미안해.. 나 뭐 물어볼거 있어서... 전자친화도가 이해가 안가서.... 이게 플러스면 발열반응인거 맞아?
나 : 응 (솔직히 빡돌기 일보직전이였습니다.)
여 : 아~ 혹시 전시회 갔다왔어? 나 아직 안갔다왔는데
나 : 어 나 전시회 갔다왔어 (사실이기도 하고 거의 반 졸린상태라서 거의 아무생각 없이 대답했습니다.)
여 : 아....... 그래?.... 언제? (아쉬움이 딱 티나는 목소리 , 순간 미안할 것도 없었지만 괜히 미안해지더라구요)
나 : 그냥 저번에 갔다왔는데
여 : 아 그렇구나... 아 혹시 월요일날에 나 화학좀 알려줄 수 있어?
나 : (이때 진심 물리하기 너무 바빴습니다) 아니 나 물리 과제 해야되
여 : 나랑 같이 화학.물리 다 공부하면 되지~
나 : 모르겠다. 월욜날에 한번 보구 다시 얘기하자.
여 : 그랭 잘자 ~
이 전화통화로 또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나한테 완전 관심 없는줄 알았는데 아닌가? 하고요.
그 다음주 월요일이 되고서 수업이 하나 겹치긴 했지만 얼굴을 전혀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전에 통화한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 연락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멍청하게도 그냥 연락 안하면 될 것을 바보같이 그 날 오후9시쯤에 연락을 했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저도 그 여자애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나 봅니다.)
나 : 너 오늘 뭐 물어본다고 하지 않았어?
여 : 너가 연락이 없어서 그냥 있었지.
나 : 아 그래? 그랭
여 : 내일 알려주라. 내일 영어 끝나고 알려주면 되지~
나 : 알았어.
여기서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그 다음날(화요일)에 영어 수업이 끝나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 : 나 이번주 목요일에 수업2개나 있어서 오늘 좀 힘들거 같아. 다음에 하자
나 : 언제?
여 : 토요일에 하자 ~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토요일에 내가 먼저 연락해야 되는 상황도 아니고 그냥 씹어넘겨도 딱히 찝찝할것도 없으니까요.
그 다음날 수요일에 몇번 마주쳤지만 인사도 없이 그냥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날 저는 60명의 청중자를 두고 대표로 토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서 머릿속에 오직 토론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대충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그 여자애랑 몇가지 일이 있었지만 먼가 어색하게 돌아갔고 서로 거의 인사도 없이 만나는 것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여자애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조금 남아있긴 했구요.
이제 그 다음날 목요일에 보니까 그 여자애가 수업을 다 빠지고 학교에 아예 안오더라구요.
여기서 제가 그 여자애랑 친한 친구한테 물어봤습니다.
나 : 지은아 너 물리실험 레포트 나한테 메일 보내놨어?
친구 : 응 아 미안 내가 너무 늦게 보냈지.
나 : 아냐아냐, 아 그리고 혹시 너랑 영어시간에 맨날 붙어있던 걔 있잖아. 걔 오늘 무슨일 있대?
친구 : 아니 걔 오늘 늦잠잤대
저걸 왜 물어봤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고해서 그리고 혹시나 머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아주 최악의 상황일수도 있을테니까 그래도 한번쯤은 물어봐야 될 거 같아서 였습니다. 아니 이정도면 인정해야 겠네요.
솔직히 아주 좋아하는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그 여자애에 대한 마음이 확실히 있긴 있나봅니다.
이 날 목요일 밤에 바로 그 여자애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아마 퍼지겠지...... 생각이 짧았다.'
현재로는 엄청 어색한 사이인데 전화 올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전화 받을때 목소리 톤이 되게 밝더라구요.
여 : 머하구 있었어? ~ 되게 시끄럽네 혹시 밖이야?~
나 : 어 그냥 캠퍼스 돌아다니다가 지금 벤치에 앉아있어.
여 : 아 진짜?~ 나 어떻하징 내일 미적분 시험보는데 하나도 모르게썽...
나 : 그래? 어차피 애들 다 똑같을꺼야.
여 : 그런가? 아 근데 너랑 나랑 상극이지만 은근히 닮은점 많아서 잘 맞는거 같아. 나 방학때 진짜 공부 열심히 할껀데 방학때 너 대전 내려갈거야? 나 좀 알려주라 ~~
(주절주절 한 30분정도 통화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금요일에는 서로 연락 한번도 안했습니다.
그러다 토요일에는 제가 먼저 연락을 해서 먼저 약속했던 것을 지킬겸 같이 카페가서 수다떨고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밤 10시까지 같이 있었는데 이 여자애가 저녁도 못먹고 이 날 점심에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쏘는 바람에 돈이 하나도 없는거였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인도적 차원에서 저녁 사주고 보냈죠. (근데 그 저녁을 카페에서 먹어서 엄청 비싸게 나오긴 했습니다.)
막상 써놓고 보니 딱히 문제될 건 없어보이는데,
그 여자애가 저랑 같이 있을때는 친구들 눈에 안띄는 곳으로 자꾸 갈려고 하는것과 카페에서 둘이 있을때 그 여자애가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친구들에게 저랑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자꾸 숨기려고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겁니다.
어차피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뭐 신경쓸 부분도 아니지만 제가 쪽팔린 걸까요?
쪽팔린다면 애시당초 접근하지도 않았을텐데요.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차피 사귈것도 아닌데 이런거를 신경쓰고 있는 제 자신을 제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왜 이런글을 이 게시판에 썼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냥 먼가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털어놓기 전엔 공부가 잘 안잡히네요.
이런 목적도 주제도 없는 얘기를 누구한테 털어놓기도 애매하고
인터넷은 이럴때 참 편하네요.. 이러라고 있는 인터넷 아닙니까?
이상 뻘글 읽어주신분들께 꾸벅 미리 사과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낭비하게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