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게시판 잘 안오는데 글들 쭉 읽어보다가 저도 짱공유저들한테 상담(?)을 한번 받아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글을 남겨봅니다. 일단 저는 26년 모쏠입니다. 흔히 말하는 남중-남고-공대 테크도 아닙니다. 중학교는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남고였으나 학원 계속 다녔었고, 대학교는 인문대. 환경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여자들이랑도 나름 잘 지냈고, 지금도 일년에 한두번은 중학교 여동창들 만납니다.
문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그러지 못하다는거죠. 용기도 없고 표현도 못하고, 자신감도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저보다 2년 선배를 짝사랑했고 제 첫사랑이기도 합니다. 혼자 가슴앓이만 죽어라 했습니다. 그거도 굉장히 오래요. 그 선배 휴학, 저 군대 등등으로 실제로 같이 학교를 다닌건 1년반 정도이고 같이 들은 수업 딱 하나. 쉽게 말하면 같이 보내 시간은 얼마 안되고 못본 시간이 훨씬 많은데 그 짝사랑을 너무나 오래해버렸죠. 무려 5년동안. 그러다가 2년전에 우리과 어떤 선배 결혼식에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뭐랄까. 변한건 별로 없는데 환상이 확 깨지더라구요. 제 기억속에서 그 선배가 너무 미화되었었나봐요. 만나기 전날 그렇게 쿵쾅쿵쾅 했었는데 막상 마주치니 전혀 아무 느낌도 안들구요. 그날 좀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니...예전 5년은 그 선배를 못 잊어서 딴 여자에게 눈이 안갔다면 그 이후부턴 앞으로 이 선배만큼 날 흔들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딴 여자에게 눈이 안가네요.......아니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 7년간 혼자다보니 이젠 이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버린거죠. 왠만한것들 걍 친구놈들끼리 다 하구요. 요새는 혼자 해버리는 경우도 많고 그게 더 편합니다.(영화관람 카페가기 밥먹기 여행 뭐 그런것들) 한동안 저의 성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저는 이성애자가 맞습니다. 무엇보다 여자친구를 만들기위해 소개팅을 하거나, 아니면 괜찮아 보이는 여성에게 대쉬를 하거나 하는 겋들이 너무 싫고 제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들을 투자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저한테는 너무 귀찮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거 할바에 제가 좋아하는 영화 한편 더 보거나 책한권 더 읽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해서 착각하는 것일수도 있는데 여자친구가 있으면 귀찮을것 같아요.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또다른 누군가를 신경쓴다는게 엄두가 안납니다.
쓰다보니 걍 모쏠의 찌질함이 잔뜩 묻어나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쓴 글인데 걍 지금처럼 평생 혼자 살아가는게 나을랑가요...제가 생각해도 전 여자친구 만들기 글러먹은거 같아요. 혹시 짱공유저분들 중에도 저랑 비슷한 성향이거나 비슷한 경험 하신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