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연애는 한낮 불같이 사랑하고 짜게 식는다고 하더이다.
제 나이 스물 둘.
어찌보면 너무 어리고, 또 어찌보면 그래도 사회를 알아가야 하는 전 단계 혹은 사회경험을 하고 있어야 할 나이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꽃피는 청춘' 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으니 답답하고 허심탄회하게 누구에게 털어놓고자 글을 씁니다.
짱공이라는 사이트를 우연히 알게되서 오늘 가입한 초짜에다가
안면없고 처음 가입한 곳에 사연을 일일히 털어놓는 것도 우스꽝스럽고 보기 이상할지라도
저보다 인생의 쓴맛 단맛 새큼한맛 다 겪으신 선배분들이 많으실거라 짐작되어 털어놓으려 합니다.
남자친구를 사귀었습니다. 그렇다고 5살 아이들이 모래로 소꿉장난을 하는 것 마냥 쉽게 생각해서 한 연애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깊게 사귀고픈 마음이 있었고, 상대방도 저와 똑같은 마음이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연애했어요.
한살 연하의 남자. 사귀면서 '참 어리다' 란 생각 반, '그래도 멋지다' 란 생각 반으로 1년 반을 연애하다 결국 쫑났습니다.
이유는 성격차이도 아닌 그냥 '주변환경' 때문이었어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환경때문에 연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죠.
남자친구를 비유하자면....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기름이 동강나 한가운데에 정차한 격이었습니다.
집안도 유복했고, 남부러울 것 없이 가질거 다 가지고 살던 남자친구가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가장이 되어야 했었거든요.
돈의 유무에 따라 자존심이 꺾이고 자신의 대한 믿음이 싸그리 없어지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돈에죽고 돈에사는것처럼요.
지갑에 돈이 있을땐 자신감 넘치고 쾌활하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사정으로 돈이 없으니 피해의식도 생기고 안좋아지더군요.
특례로 일하는 곳에서도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던지 사소한 일로 화내고 종종 싸우던 날도 일상이 되어져버렸습니다.
남들 연애할때 싸우고 화해하고 하지만, 저희는 화해단계도 없이 바로 다이렉트로 결별이었습니다. 중간단계가 없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울고불고 잡았고, 그 사람도 마지못해 제 마음을 받아주고 다시 사귀는.....저는 그런 연애를 했습니다.
헤어지고 다시 붙게 될때마다 "이젠 다신 헤어지잔 말 하지마, 난 네가 돈이 없어도 다 좋아. 난 네 자체를 사랑해." 했지만
훗날 헤어지게 될 때는 그 사람에게 매번 부탁조로 했던 저 말도 다 부질없고 소용없고 그냥 무용지물이더군요.
똑같은 이유로 3번 넘게 헤어지다보니 저도 결국은 단련이 되었는지 알았다며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너무 피곤했거든요.
게다가 장거리연애라 한번 만날때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다가 사정으로 돈도 없다는 사람 불러다가 돈쓰게 하기에는
제 자신이 용납 못하는 짓이었고, 또한 그 사람 부담 덜어준답시고 신용카드 박박 긁는 제 자신도 너무 초라해보였거든요.
때 되면 속옷선물에, 지갑선물에, 니트선물까지 딱딱 챙겨주면서도 정작 저는 '내가 사랑 받고 있긴 한가?' 싶었었고요.
그러고 두달 뒤......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도 가끔씩 울컥 올라오는 그 사람의 잔상때문에 조금 힘들어하던 때였어요.
사실 최근의 일인데 그 사람에게서 카톡이 한통 날라온거예요. 일 없으면 금요일날 가도 되냐는 내용이었어요.
대학교때문에 자취를 하고 있었거든요. 회사에서 날아오는 일이 적고 시간이 생기면 그 사람은 금,토,일 이렇게 왔다갔어요.
무튼 저는 그 사람이 보낸 카톡 한통에 좀 오래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헤어졌는데 왜 찾지?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야 그거 몸이 외로워서 만나자고 하는거야. 연인은 못되도 섹.파는 하자는거지." 하더군요.
순간 진짠가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저랑 관계는 몇번 가지던 사람이었지만 제 몸만 사랑하던 남자는 아니었거든요, 제 모든것을 감싸주고 사랑해주던 사람이라
지인들이 말한 섹.파의 용도로 절 찾은 건 아닐거라는 강한 부정이 온 몸을 막 휩쓸고 생각도 어지러워지고 혼란스러웠어요.
다른 지인은 정말 보고싶어서 연락한것일수도 있으니 네가 아직 마음이 남아 있다면 만나봐도 괜찮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러기엔 제가 너무 지쳤어요. 다시 합쳐진다 하더라도 똑같은 이유로 헤어질게 뻔하단 생각이 첫번째로 들거든요.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사람을 온전히 못잊는 이유는 아직 제가 그 사람에게 마음이 남아있어서란걸 저도 잘 알아요.
그치만 헤어지자는 말을 너무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였고, 저는 너무 사랑에 목이 말라있었으며 이제는 힘이 들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잊을 수 있는지...아니면 어떻게 해야 다시 합쳐지더라도 이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당췌 머리를 부여잡고 몇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해도 모르겠어요. 답이 안나와요. 사랑받고 싶은데 그럴수가없는 심정이에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는 1년 반의 연애의 끝은 도대체 뭘까요. 이 사람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제 사랑도 알다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