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와 루리웹에도 적었었는데 이곳이 연령층이 좀 되는것같아 마지막으로 올려보고 의견을 구합니다..
참 기구하네요. 제목만 적었을 뿐인데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행복한 일만 생기길 바랬는데 어찌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르는지 사건이 벌어진 저번 주 일요일 부터 계속 신경이 쏠려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부사관으로 군에 입대하여 군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28살 남자입니다. 여자친구는 저와 동갑으로, 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고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고, 자주 연락도 주고 받지 못하는 연애를 이어나가며 만날 때 마다 사랑을 속삭이고 서로를 의지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여자친구는 대학교 다니며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물론 이 길고 험난한 생활에 여러 번 싸움도 있었고, 실제로 한 번 헤어지고 반 년 후 다시 만나기도 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에 사랑을 키워온 만큼 금세 서로를 이해하고 만날 수 있겠더군요.
그렇게 저도 군대에서 장기복무가 되고, 집도 어려웠으나 악착 같이 모아 6천 만 원의 부채도 갚고 드디어 버는 돈을 순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기가 되었기에 여자친구에 프로포즈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는 대학 졸업 이후로는 아동복 디자인 회사와 룩티크라는 잡지 회사, 작은 개인 브랜드에서 협업하며 자기 진로를 꾸준히 살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해외도 여러 번 나가서 패션쇼에도 참가하고 자기가 디자인한 옷도 보여주고, 입어보기도 하고 참 열심히 살더군요. 그러면서 힘든 내색도 별로 안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패션 관련 일은 잠시 접는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힘든것도 있고, 어머니가 식당을 개업했는데 생각 보다 너무 잘되서 가족이 총동원되어 일을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도 가게 명함을 두 박스 가까이 뽑아서 저에게 자랑하며 나눠주기도 했구요. 그리고 예전 부터 장거리 출퇴근하는 게 안타깝다고 어머니가 홍대에 원룸을 해준다고 했다고, 자기도 대학 이후 드디어 자취를 해본다고 신나하더군요. 그게 올해 10월 초입니다.
사실, 이때 이상한 걸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다시 제목의 얘기로 돌아와서.. 저 사실을 알게 된 건 바로 저번 주 일요일인 11월 10일입니다.
일때문에 바쁘다지만 참 유난히 연락이 뜸한것도 같고 뭔가 이상한 느끔이 들어서 혹시 다른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돌직구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11월 4일경) 그때는 정말 불에 데인것 마냥 깜짝 놀라며 절대 아니라고, 혹시 내가 요즘 서운하게 굴었으냐고 제가 휴가 출발할때 만나서 같이 이동하자고 할정도라.. 제가 쓸데 없는 걱정을 한 것 같아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왜이리 찜찜한 기분을 벗을 수 없었을까요? 11월 9일에 만나 서로 술을 잔뜩 마시고 모텔에서 자고, 10일 새벽에 눈을 떴을때 여자친구의 핸드폰이 눈에 띄었습니다. 죄책감과 이 의심의 싹을 자르고 싶다는 생각에 여자친구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안경오빠ㅋ OOO"라고 저장 된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내용을 저장하여 제 이메일로 보내고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보면서.. 심장이 벌렁벌렁 하더라구요.
사랑한다, 보고싶다, 전화하자, 옆에서 자고 싶다, 생리 중이니 콘돔 사와라 등등..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이라 정말 몸에 피가 어디로 흐르는지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보면서 참 이상한 내용들이 있더라구요.
내일 부터 홍대로 출근한다, 예약 2시간 잡아주겠다, 새로 출근한 곳 여자애들이 다 이상하다 등등..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대체 무슨 얘기지 이게? 식당을 하니 식당 예약해달라는 의미인가? 근데 왜 홍대로 출근한다는 거지? 식당은 전혀 다른 곳인데? 쭉 읽던 중 출근한다는 가게 주소가 있기에 네이버 지도로 따라가봤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키스방이더라구요. 그 순간 머리 속에서 맞물리지 않던 이상한 대화들이 한 번에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사랑스럽고 자신의 일에 열심히고,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겠다고 자신하던 내 여자친구가 업소에서 (키스방) 일하고 있으며 이 "오빠'라는 남자와 2차, 그것도 자신의 원룸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다는 것을요.
마침 옆에서 자던 여자친구가 일어나 돌직구로 물어보았습니다. 이사람이 누구냐고. 0.5초 정도 미묘한 정적 후에 "그게 누구야?"라고 말하더군요. 다시 물었더니 2초 정도 정적 후 "혹시 연락왔어..?"라고 묻더군요. 사실 카카오톡을 봐서 다 알고있지만 하나하나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만난 사이고 너와 무슨 관계고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어머니의 소개로 만났고 진도는 자기 식당에서 밥 먹은 정도라고 하더군요. 곧 정리할 생각이었다고.. 그래서 핵돌직구 날렸습니다. 그런데 왜 생리중이니 콘돔을 사오라고 했으며, 홍대에서 일하는 건 대체 뭐냐고. 그랬더니 어떻게 그걸 다 아느냐고, 자기 핸드폰을 봤느냐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 진정이 되어 우선 집에 돌아가서 이야기하자고 하고 모텔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카톡으로 간단히 얘기하고 헤어졌습니다. 업소에서 일하는 건 끝까지 인정을 안하더군요. 그게 그 애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요?
참 비참한 기분입니다. 저를 만나기 불과 이틀 전까지 그 사람을 만나 집에서 섹♡하고 보고 싶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그리고 제가 업소 다니는 사람을 혐오한다고, 난 절대 성을 사고 파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전에도 말했는데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까요? 10년을 알고 지냈고, 7년을 사귄 사이인데 말입니다.
제 추측이지만, 업소에서 일하게 된 건 아마 3개월 쯤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 식당이 잘 된다고 말 한 순간부터 이 애가 씀씀이가 커졌거든요. 만날때 쿨하게 밥값을 내고, 저에게 구찌 지갑을 사주겠다느니, 장사가 잘되어 두 달만에 천 만 원을 벌었는데 이걸 어찌 사용할까 라느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습니다. 어찌나 나는 이리 순진한지.
근데 진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뭐냐면.
이러한 일을 겪었음에도 그 애가 밉지 않다는 겁니다. 바보 뿅뿅 호구새끼마냥.. "차라리 몰랐다면, 그 애가 그 일을 정리하고 나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나에게는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었는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걸까?"하는 뿅뿅 같은 생각이 든다는 점입니다.
평생 상처로 남을 기억을 주었는데 시원하게 쌍욕 한 번 못하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히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다시 결합해도, 절대 그 애와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제 마음 깊히 박힌 배신감과 불신의 감정을 절대 씻어내리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렇기에.. 너무 보고 싶은 이 마음과 믿을 수 없는 감정이 충돌하며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