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이 필요하다라..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둘이 사귀던 말던, 나는 그냥 내 갈 길가면 될 것인데. (이하 여자는 A라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핑계를 대자면, 그녀에 대한 맘이 커질대로 커진 상태에서, 그녀가 저의 마음을 가지고 자꾸 장난을 하는 행태를 보이니까 이렇게 휘둘러질 바엔 확실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정황 상, 그 둘은 사귀고 있는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가령, 우연한 계기로 그녀가 이번 주말 1박으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듣게됐는데 (아마도 다같이 식사하거나 커피먹다가 들은 이야기) 그때 당시 저는 그 둘이 사귄다는 심증을 하고있었기 때문에 남1에게 우연을 가장해서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1박으로 여행다녀온다고 답한다거나. 등등 말이죠. (남1은 다른부서 사람이기때문에 A가 우리부서 사람들에게 여행다녀온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모름)
이미 모든 상황에서 둘이 사귀는 중이라고 확신했지만, 뭔가가 부족했습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만일 물증까지 있다면 더 쉽게 맘을 정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부서사람들이 우연히 각자의 일로인해 사무실을 잠시 비우게 된거죠.
텅 빈 사무실.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 그 중에는 몇 초내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최소한 몇 분은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우연히도 각자의 이유로 인해 잠시 비워진 사무실.
심장이 뛰었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면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죠.
‘그래 문자 한 통만 확인하면 돼. 그럼 모든게 해결 돼. 니가 나를 괴롭힌 걸 생각하면 이정도는 괜찮은거야. 더이상 희망고문당하면서 맘 아프기 싫어. 그래 단 몇 초면 나는 A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떨리는 가슴으로,
저는 결국 그녀 책상에 덩그러니 놓여진 그녀의 핸드폰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러나…
핸드폰은 비밀번호로 잠겨있었습니다.
곧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도 나기시작했죠.
저는 서둘러 폰을 내려놓았습니다.
저의 가슴은 여전히 뛰었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됐습니다.
남1은 평소에 A를 두고
‘걔 졸라 이쁘지 않냐. 난 걔만 보면 따먹고 싶은 생각밖에 안든다’ 라는 말을 입사했을 때부터 해오던 친구입니다.
입사초기에는 저도 A에게 맘이 없던 때라 별 생각없이 넘기곤 했는데,
나중에 A에게 맘이 생기고 난 후에는 평소에 여성을 성적도구처럼 묘사해오던 남1도 싫었지만,
그런 남1과 사귀고 있다고 생각드는 A에게도 쓸데없는 측은함도 들더군요.
A처럼 곱상한 얼굴을 가진 애가 왜 저런 날탱이 같은 애랑 사귈까 생각도들고.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여자들이 소위 씹선비들이랑만 사귀어야 되는 건 아니고, 다 각자의 소관이겠죠.
그리고 뭐..이 모두가 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제가 느꼈던 열등감과 질투의 일환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A를 확실히 잊고 떠나기위해 심증이 아닌 확증이 필요하다는 자기합리화 아래,
우연한 기회는 정말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바로 워크샵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