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성 평등의 관점에서 적는 글은 물론 아니구요... 진부한 가타부타식 논쟁은 이 글의 요지가 아닙니다...
물론 남성분들의 군복무에 상응하는 다른 형태의 국방의 의무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군생활 당시 여군들의 이미지가 너무 안좋아서 여성들이 군복무에는 회의적이 되더군요...
전 여단급의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제 전입 당시는 행정부대로서 훈련 못지않은 행정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왕 하는 군생활이라면 조금이나마 남는 군생활을 기대했었고...제 전공과 관련있었던 전산병을 지원하였더랍니다... 똥창고였던 3*6 보충대에서 3박4일 대기하다가 배치받은곳이 이 여단이었습니다... 부대원이 대략 120명 정도였던 작은 부대였죠... 제가 상상하던 군대라는 이미지와는 매우 달랐지만... 어쩌면 더욱 가족? 같은 생활이 되지 않을까 기대반 두려움 반이었더랍니다...
그러나...전산병이란 생활은 너무 고됐습니다... 작은 부대이다보니 전산병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회에서의 평범한 컴실력가지고는 일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각종 서버관리와 전산오류(아시겠지만 요즘은 군대도 하나같이 모두 전산화이므로 이것저것 손볼것이 너무 많습니다...), 프로그래밍 (비주얼베이직 조금 해본 정도였던 저에게는 이것이 제일 스트레스였습니다...), 각종 훈련과 본연의 전산업무 등등... "이 여단에서 전산병은 만능이 돼야해!!" 한 간부가 이러더군요...
병무청에 행정쪽 특기병 지원 경쟁률을 보면 행정병 경쟁률이 장난 아니죠... 조금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무지한 생각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만... 절대 아니죠...몸과 마음이 다 죽어나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그로부터 2~3시간밖에 못자는 강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산분야에 대해 잘 모르시는 우리 잘난 간부님들... 무조건 말만 하면 다 돼는 줄 알더군요...
"야...갑자기 인트라넷이 안된다...와봐..." "야...컴퓨터 좋은거 없냐...바꿔줘..." "야...이 시스템 뭐냐...안돼잖아...빨리 조치해..."
"이거 이렇게 돼지? 만들어..." "우린 이렇게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는 시스템이 필요해...일주일 줄테니 만들어..."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하면 어떻해? 너 전산병 맞아?" "그건 시스템상 그렇게 안됩니다..." "웃기지마...이렇게 해!!"
"여단장님이 이렇게 하면 좋아하실꺼야...당장 바꿔..." "야...여기서 포탄을 딱 쏘면 바람, 사거리, 위력 등등을 계산해서 아군 피해와 적 상황 B*A현황이 딱딱 나오는 뭐...그런거 안되냐? 내일 모레 훈련인데... 이런거 있으면 여단장님이 참 좋아할거야... 프로그램 가능하냐? "내일 모레까지 말입니까...힘듭니다..." "야...힘든건 아는데 어쩔 수 없잖아...내일 모레까지 해라..."
이런...XX같은...도대체가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직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밤새워 공부해야했고...그렇다고 어떤 열외가 있는것도 아니고... 황당한 프로그램을 당장 만들어내라는 압력이란것은 정말 미쳐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이런 스트레스 만땅 생활 중에... 전산장교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여단 전산 시스템에 대해 빠삭했던 대위가 다른곳을 가고... 소대장 생활 방금 마친 중위가 초임으로 오게되었습니다... 맞습니다...여성장교였죠...
처음엔 젊은 여성장교와 같은 사무실에서 생활한다니 약간의 기대?도 있었답니다... 전 전산장교님이 무척이나 무서운 사람이었기에 일종의 해방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임이어서 그런지 아는것이 거의 전무했던 전산장교는 그저 한 간부일 뿐이었습니다... 아는것도 없지...짬도 안되서 말도 안되는 요청이 있어도 커버도 못해주지... 4명이었던 우리 전산병들은 또 다른 고생의 시작이었습니다... 제 사수가 제대하며 저에게 이런 말은 남기더군요...
"간부들은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위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전산장교 보다는 저희 전산병들을 닥달하기 시작했고... 분명 간부가 해야할일과 병이 해야할일이 나눠져 있을 것인데 저희들은 저희가 전산장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윗분들 말이... 전산장교가 실수를 해도 여자라서 남자들 처럼 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도 못내겠고...심한 말도 못하겠고...남자들 처럼 엄중한 처벌도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웃기는 건 부대에서 여군들을 대하는 행태가 이렇다 보니 여군들이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내일이 훈련인데 아침이 돼도 전산장교가 출근을 안하는 겁니다... 위에서는 빨리 빨리 훈련준비 하라고 미치도록 들락날락 전화통 불이나는데... 군단과 각 대대와의 시스템을 맞추기 위해서는 병으로서 할 수 없는것이 분명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산장교의 부제는 정말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계속 콜을 해봐도 전화도 안받지...이곳저곳에서 전산장교는 찾아대고... 어렵게 전화가 되서 한다는 소리가...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야...나 오늘 몸이 좀 안좋아서...훈련...니네가 알아서 좀 해주라..."
참나...어이가 없었습니다... 한번이면 이해를 해 줄수도 있었으나 몸이 아프다는 핑계나 이레저레 둘러대는 핑계로 자신의 본연의 위치를 망각하는 일이 너무나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래놓고는 다음날 와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생활하는 그 태도...
윗분들은 또 심하게 질타를 안하더군요...여자니까...
그리고 더 웃기는건 대부분 여군들은 그 희귀성? 에 의해 부대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여기저기서 추근덕 대고 힘든 일 있으면 대신 해주고...때론 여동생처럼 귀여워? 해주니...
이게 미친건지...공주병에다가 도끼병에다가 좀만 힘들면 행행대면서 남자들에게 일을 넘겨버리지 않나...바빠 죽겠는데 지 영어공부한다고 사무실에서...훈련중에도 영어책을 잡고 있질 않나...약한척 이쁜척 앵앵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여군이란것에 미치도록 미워지는 것입니다...
결국... 2주동안 실시되던 군단 대화력전 기간 내내 영어책 붙잡고 자리만 지키던 그 전산장교는 군에서 지원하는 미국 유학 어쩌고 저쩌고에 지원하더니 인수인계도 안하고 어느날인가 부터 안나오더군요... 군단 대화력전...그 빡세다는 전투지휘검열...그 외 줄줄이 이어졌던 훈련들을 전산분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통신보좌관의 전산장교 대행으로 우리 4명의 전산병들이 다 해쳐나가야 했습니다...그때 생각하면...에휴...
여하튼 그 후 20살밖에 안되는 하사 하나가 또 여단에 등장했습니다... 장교도 아니고 부사관이었습니다... 하는 행태는 전 전산장교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아니...완전히 애였습니다... 하루종일 한다는 것이 중사나 상사들 따라다니며 앵앵대기였습니다... 일을 하긴 하는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일을 하는지... 주임원사님이 딸 같아서 귀여워해주니...이건 영내 돌아다니는것도 무슨 소풍온마냥... 눈에 보이는건 병사들이나 간부들과 히덕히덕 노가리나 까고 있고... 도대체...
제가 겪어봤던 여군들만 특별하게 이런겁니까? 아님 다른 부대도 이럽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분명 여군으로서의 자긍심으로 열심히 군생활하는 여군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정말 대부분이 아니라도 이런 여군들 보면 국방 예산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도 아니고 군대에서까지 이런다면...정말이지 답답합니다... 군대도 또 다른 사회이니 당연한겁니까... 지금은 제대하고 그냥 웃고 말려고 하지만...
여하튼 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소모전에 불과한 남녀논쟁을 일으키려고 쓴 글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도 하도 어의가 없어서요...
여러분들이 겪으셨던 여군들은 어땠나요... 내심 여러분들이 겪은 여군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군생활하는 멋진 여군이었다는 말도 듣고싶습니다...여자로서 정말 멋진일 아니겠습니까...
그냥 생각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여하튼 군생활중이거나 앞으로 가야하거나...전역하신 모든 대한 남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