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60미리의 추억 -행군-

smok 작성일 06.08.03 03: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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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군생활 주저리 얘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또 글을 씁니다.

자대생활은 훈련소랑 참 많이 다르더군요. 정말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감시 당하는 느낌.

고참들은 제가 꾼 꿈내용도 알고 있을듯...

아침점호 끝나고 구보 한판 하고 내무실 들어오면 막내야 잠깐 뒷사전으로 와볼래...

그럼 어김없이 어제 왜 그런짓을 했냐...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등등

이래저래 갈굼 당하고 그러다보니 훈련을 한다고 하네요.

지금은 기계화사단만 띤다고 하는 공지합동 훈련~~

예비사단 나오신 분들은 왠만큼 알고 계실 그 훈련!!

저에겐 첫 행군이었습니다. 부대 출발해서 낭유리 고개 넘고

여우 고개 넘어가는데...... 저희 60미리의 친구라 할수 있는

81미리 소대 얘들이 여기저기 거품물고 쓰러져 있더군요.

심지어는 입에 거품잔뜩 물고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전우도 발견!!

여우고개가 급경사로 거의 1시간을 기어 올라가야 하는 길이어서 그런지

낙오자가 많이 생겼습니다. 저희 포반도 포 맨 사람들은 점점 뒤로

쳐지더군요.

군대에서 육체적으로 제일 힘든 일은 뭐니뭐니 해도 행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 듭니다.

18kg. 둘로 나눠서 12kg 정도 되는 포신, 포다리를 포군장에 결속시키고

거기다가 판쵸우의, 수통 만땅, 야삽, 기타 등등 군장품들......

쉿덩어리를 지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까지 겹치면 정말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것 같았죠.

작계지는 어찌나 멀던지. 가는데만 18키로 였으니.

작계지 찍고 오는 무박 2일짜리 훈련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왕복 36키로 행군을 해야했죠. 그것도 고갯길을 왕복으로 넘어서...

정신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으면 90미리 무반동총이나 k-4, 심지어 4.2인치 박격포 차량까지

거지 꼴로 걷고 있는 저희 옆을 휙휙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럴때면 선탑해서 졸고 있는 분대장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죠.

하지만 한번은 뒤에 쳐진 2대대 먼저 보내주느라 길가에서 잠깐 쉰적이 있는데
(전 3대대 였습니다)

8중대 81미리 박격포 소대가 저희 60미리박격포 두배만 한걸 등에 지고 헐떡데면서

지나가는걸 보고 하늘에 감사한적도 있구요. 후후

진정한 군인을 키우는건 8할이 행군이라는게 제생각 입니다.

복귀행군 막바지에 거의 30분 오르막을 기어올라가야 되는 낭유리고개 입구에서

허벅지에 쥐 날라는 신호가 감지될때, 내가 남들 다자거나 술마시며 신나게 놀고있을

이 새벽에 쇳덩어리 짊어지고 왜 이 고개를 넘어야 되는가...라고 고민될때,

지금 생각하면 닭살 나오지만 전 그때 제 가족과 애인, 친구들을 생각했습니다.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라는 군가가사가 머릿속을 울리더군요.

그래... 내가 이 좆같고 지랄같은 고생을 하니깐 우리 엄마, 아빠가 맘 편히 이 시간에

잘수 있는거다. 그거다. 참자. 참자. 쪼금만 더 걸어보자.

쫌만 참으면 내리막 길이다...씨발 쥐나서 낙오하면 군생할 앵꼬다...

부대 분위기가 딴건 다 용서되도 행군 낙오해서 앰뷸 타면 그 순간 군생활이 엔딩 이었죠.

그 만큼 행군도 많았구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행군은 일병시절 대대 ATT때, 출발하자마자 폭우 쏟아지고(8월이었음)

작계지에서 텐트 치는데도 폭우. 텐트 걷고 진지 투입하는데도 폭우.

진지 투입해서 방어하는데도 폭우. 진지변환하는 와중에도 폭우.

정말 머리속부터 발가락 끝까지 쫄딱 젖어서...비실비실

비가너무 많이 와서 라이타가 다 젖어 담배도 못피운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방어 끝나고 공격 집결지 30키로 행군 시작할라는데 해가 쟁쨍!!

미쳐버리는줄 알았습니다. 그 동안 젖어있던 몸이 마르면서 똥냄새가

나더군요. 해뜨니 어찌나 덥던지... 비 맞으면서 앵꼬난 체력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습니다. 비 온다고 수통에 물도 안채워 놔서

목마름도 절정~~아지랑이 피어오르는걸 감기는 눈으로 보면서

겨우겨우 집결지 도착해서 행보관이 미리 떠다놓은 말통 끌어 안고

한 2리터 정도 물만 마신 기억이 있습니다.

후후~~써놓고 보니 무슨 특전사 저리 가라네요.

그래도 그 당시에는 정말 딱 죽기직전까지 힘들었습니다.

동기들이랑 그런 농담도 했었죠. 끝이 안보이는 행군에서 정말 쫌만 더 걸으면

바로 죽겠다 싶으면 앞에서 들리는 희망의 목소리!! 집결지까지 10분 남았답니다....

헉헉~~그럼 바로 초자력 충전 시작~~

하지만 훈련이 힘든 만큼 내무생활은 비교적 수월했을꺼 같지만...

군생활이야 워낙 상대적인 거라 내무생활도 힘들더군요.ㅋ

요즘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일이 있을때면

군대시절 행군을 떠올립니다.

그땐 정말 죽기직전까지 힘들었어도 이겨냈는데 지금 이런일로 무너지지말자

...라고 다짐하려고 애쓰죠..;;

이상 행군 많이 한다는 오뚜기에서의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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