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60미리의 추억 -조포훈련-

smok 작성일 07.12.13 17: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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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바로 "조포훈련"!!!

 

공용화기병들은 타 병과에 비해 힘들다...그럼 왜 힘드냐?

 

우선 군장 무게가 소총수 보다는 무겁다는 인식이 있고

 

두번째는 바로 이 조포훈련을 비롯한 주특기 교육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에프엠 군장 무게에 있어서 60미리 포반은 포지게로 분해한 포만 들고 다니니

 

그냥 에프엠 군장과 큰 무게 차이가 없지만 워낙에 소총수들이 까라로 군장을 싸다보니

 

그리고 쇳덩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더 무거워보이죠.

 

물론 남들 단독군장할 때도 여전히 포를 메야한다는 그지같은 상황이 있군요...잊고있었네...헐

 

암튼 군장 무게 말고도 포반원이 힘든 하나의 이유가 주특기 훈련입니다.

 

모두 받는 병기본 훈련 외에도 따로 시간을 내서 조포훈련을 해야하니 부담이 이중이죠.

 

사실 조포훈련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포"를 "조"작하는 방법을 숙달하는 훈련이니...

 

차려포 라고 해서 짊어지고 가던 포를 포반원들이 힘을 합해 적 방향으로 사격이 가능한 상태로 세팅하는

 

과정을 반복 숙달하는 훈련입죠.

 

하지만!!!!쉬운 훈련도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 군대의 특수능력으로 인해 조포훈련은 말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군생활 최악의 위기로 인식됩니다.

 

저희 포반은 특히 임무복창을 할때 특이한 퍼포먼스를 하는데 긴장하거나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바로 찍고와, 선착순이 벌어집니다. 이 퍼포먼스는...뭐랄까...정말 쓰잘데기 없는 군기잡기용 성격이 강한

 

뻘짓 중에 뻘짓이었죠. 동작이 일치하지 않아서 찍고와. 순서가 틀려서 찍고와. 목소리가 작아서 찍고와.

 

등등등. 사실 고참들이 평소에 구타나 얼차려가 완전 금지되어 있으니 속에 불만을 착착 쌓았다가

 

조포훈련 할때 폭발시키곤 했습니다. 임무복창을 오전 내내 하며 똥물 올라온 만큼 250미터 타겟 찍고오면

 

점심 먹을땐 일부러 조금만 먹곤 했습니다. 오후에 찍고와 하다가 토할지도 몰라서요. 헐~별걱정을 다했다능~

 

오후되면 본격적인 조포 7단계 훈련에 들어갑니다. 1단계 차려포 훈련을 주로 했는데 이게 또 시간 경쟁 입니다. 

 

젠장....사실 포반 등 화기 부대의 군기가 빡신 이유가 여러 명이 한 팀으로 하나의 무기를 다루기 때문에

 

자연히 어리숙한 신병이나 고문관들은 죽어납니다.

 

포를 잡은 포수나 부포수가 아무리 날라댕겨도 이등병 탄약수 하나가  어리버리 타기 시작하면 포반 전체가

 

찍고 옵니다. 흑. 보통 60초를 기준으로 잡고 오바 되면 찍고와. 근데 이 60초가 상당히 짧은 시간이라

 

하루 종일 찍고 오다 보면 해 떨어질때쯤은 돼야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더군요...

 

그 전까지는 죽어라 찍고 다니고 분대장이 도저히 안돼겠다 싶으면 "까스" 를 걸어버린다는...

 

한 번은 사격장에서 대대연병장까지 방독면쓰고 찍고 오는데 연병장에서 철조망 치던 옆 소총소대애들이

 

힘내라고 박수까지 쳐주었어요.

 

사실 포반은 평소에 이렇게 힘들게 훈련해도 막상 야전훈련에 나가서 행군만 끝나면 거의

 

할 일이 없었기 땜에...소총들은 행군 끝나도 무거운 몸을 끌고 낙석 설치하러... 철조망....지뢰까러 갈 때

 

저희는 포진에서 양말까지 벗고 달콤한 낮잠을 자곤 했지요.

 

암튼 지금도 조포 7단계는 외우고 있을 정도죠...

 

"포반의 포 삼문을 적 방향으로 신속하게 어쩌구~~~~편각 얼마 사각 얼마~~~방위각~~~등등"

 

지금도 제 추억상자 속에는 군생활 당시에 박격포 제원이나 박격포교본에서 요약 정리해서 가지고 다니며

 

외웠던 500원 짜리 수첩이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등병 때 만들어서 제대하기 전까지 품속에 넣고 다니며

 

모르는게 있거나 까먹었을때 꺼내보곤 했죠. 그 수첩을 볼때 마다 그 때 생각이 나곤 해요.

 

여럽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고3 시절보다 더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시절이었네요.

 

그리고 포를 만질때면 나던 알싸한 쇠 냄새와 차가운 감촉 등....그 땐 정말이지 힘들었는데

 

제대한지 3년이 넘은 지금 돌아보니 참.....힘들었네요..ㅋㅋ

 

전 과감히 포반의 꽃은 바로 "조포훈련"이라 말하겠습니다.

 

비록 쓸데없는 똥군기가 전부였지만 내가 박격포를 만지는 포반원이란걸

 

확실히 각인시켜주던 고마운 조포훈련...ㅠㅜ

 

지금도 임무복창을 하며 무릎을 허리까지 안 올렸다고 선착순을 시키고 있을까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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