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측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서 던진 인분에 맞아서 현대본사에서 나온 직원들(구사대?)의 대열은 건물뒤쪽으로 물러났고,
이제 바톤은 우리 진압중대원들에게로 넘어왔다.
가끔 누가 물어보고는 했다. "도대체 현대본사에서 경찰측에 돈을 얼마나 발랐기에, 전의경들이 완존무장을 하고 현대본사를 지켜주는 거냐?"
답은 간단하다.
"노조원들이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장소가 현대본사 앞 인도 이고 현대본사의 주차장은 집회장소로의 이용& 출입을 하지 않기로 이미 사전에 신고를 한거다. 그러니 노조원들이 갑자기 사전에 신고한 장소인 인도를 벗어나서 차도를 점거한다던가 현대 본사로 몰려들려구 하면 당연히 경찰이 제지를 해야 하는 거다."(불법의 제지라고 보면 된다.)
물론 어떤 한총련 새퀴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새퀴도 있었다.
"시위를 하다보면 시간을 넘길 수도 있고, 어찌하다가 차도를 좀 점거할 수 도 있고. 폴리스 라인을 좀 넘을 수도 있고..."
뭐, 이런 이야기도 당연히 할 수 도 있다고 본다.
그러니 내 대답은 "시위땜시 출동을 나오다보면 경찰이 옆에서 좀 지켜보다가 방패로 막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방패로 찍을 수도 있고 진압봉으로 후려 깔 수도 있고... "
바꿔서 이야기를 하면
"어떤 자식이 네 여동생과 사귀다가, 같이 잘 수 도있고, 그러다가 덜컥 애라도 밸 수 있고... 안그래?"
이새퀴.. 그이후부터 말을 안하고 눈을 피하더라...
어찌되었든간에,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동지들이 회사로 밀터이니, 경찰들은 물러나라, 안그러면 이후 벌어지는 책임은 노조는 책임못진다~!"라는 전형적인 협박멘트가 나오구, 시위대들이 우리쪽으로 밀기위해서 점점 모이는 거였다.
이때가 내가 기동대로 배치 받은 후 처음으로 몸싸움이라는걸 해보게 된 상황인데,
정말 그때의 기분은... "두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고참들의 입에서는 "어라? 우리에게는 인분을 안던지네? 다행이구만~~ 신병들 너네는 땡잡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의 여유가 있었지만, 처음으로 몸싸움이라는걸 해보는 내 마음은 여러가지로 복잡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만일 뚫리면 어떻하지?"
"옆중대 누구는 몸싸움하다가 끌려나가서 그냥 길바닥에서 밟혔다는데.."
"왜 심장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지? 혹시 내가 겁먹었나?"
정말 긴장되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니 그냥 다리까지 후들거렸는데, 그당시의 생각이나 지금의 생각도 겁을 먹어서 몸을 떨었다기 보다는, 너무 긴장이 되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그냥, 씨바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내자!"라는 생각부터 나중에는 "최소한 나도 첫외박 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할 이야기는 생겼군.."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건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전국 대학 친선 태권도 선수권 대회"를 출전했을때와 복싱장에서 처음으로 스파링이란 걸 하게 되었을때도 거의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얼마나 떨리던지... 주변에 아무것도 안보이더라.)
하지만, 1회전이 끝나고(첫시합이 끝나고) 나니까, 그리고 시합을 하면 할 수록 마음이 안정이 되가면서 주변의 사물들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고, 상대방의 몸짓을 보면서 판단을 하게 되더라는 거다.
어찌되었든간에, 기동대 배치후 처음으로 해보는 몸싸움이라는 거에 심장은 벌렁, 다리는 후달리는 상황에서 뒤에서 들리는 고참들의 지엄한 목소리....
"뚫리면 죽인다!"
"방패조 끌려 나갈 것 같으면 뒤의 비방조(봉조)가 같이 끌려나가서 같이 죽어버려라!"(방패조와 비방조는 한팀이다!)
"시위라는 건 초반기싸움에서 모든게 결정되니까, 절대로 기싸움+눈싸움에서 지지마라!"
"무조건 방패는 가운데열쪽으로 짜줘야 뚫리지 않는다."
암튼간에 이런 소리를 들어가메, 심장은 벌렁벌렁 거리고, 다리는 떨리고...
그러더니, 시위대가 우리 차단경력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는데, 초반에는 밀어붙이면서 무슨 씨름장에서나 나는 소리인 "으쌰~ 으쌰~"하는 소리로 시위대는 밀어재끼기 시작을 하고,
그와중에 우리 3기동대 경력들은 방패짱의 구령에 따라서 악을 쓰면서(방패짱의 방패두들기는 소리에 리듬을 맟춰야 한다.) 시위대열을 차단하고..
이건 거의 천단위의 사람들이 서로 밀고 당기고를 하는데, (그냥 쉴새 없이 계속되는 줄다리기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반동을 줘서 당기다가 나중에는 그냥 뒤로 눕다시피 버틴다...)
근데, 이 몸싸움 대형이라는게.......
1636번 글의 초반부분에도 글과 사진으로 발혔듯이, 이건 맨앞의 시위대나 대원들 양쪽다를 죽이기 딱 좋은 전술이라는거다.
일단은 집고 넘어가야할게 몸싸움대형이라는건, 각 기동대소속 중대의 전투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일단 대가리수로 밀면 모든게 결정난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훈련이 잘 된 중대는 뒤로 밀릴 지언정 중대대열이 찢어져 버리지는 않는다는 정도?
몸싸움대형에 대한 전법이나 훈련도 별다른 방법도 없다.
단순히 몸싸움할때 대열이 유지되도록 각 방패조가 방패만 가운데로 꽉 짜주고 있으면 되는데, 방패조의 대열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뒤에서 봉조가 손으로 틀어진 방패간의 간격을 보강해주고, 방패조 대원들은 최대한 자신들끼리 한쪽으로 몸을 짜주려고 하면 끝나는거다.
근데 웃긴건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다보면 그냥 벽이 형성되서 앞쪽의 대원과 시위대의 경우는 그냥 빼도박도 못하고는 양쪽다 찡겨서
"압사라는게 이런 거였군~~"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1636번의 사진을 보면 맨앞의 시위대나 우리 중대 후임들이나 표정들이 전부 압사직전의 표정들이다...)
그나마 몸싸움대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맨앞의 중대는 시위대와 밀고 당기고 별 지랄을 다해도 상관없지만, 우리중대의 뒤를 밫쳐주는 중대의 경우는 그냥 제자리에서 버티기만을 해야지, 만일 시위대가 민다고 우리뒤의 중대가 같이 밀어 버리면 맨앞의 우리중대는 말그대로 그날 "공중부양"이라는걸 경험하게 된다.
우리만 공중부양을 하는게 아니라, 우리와 같이 맨앞에서 밀던 시위대역시 같이 공중부양을 하게 된다. (이거 거의 평소에 내가 칼슘을 얼마나 잘 먹어둬서 뼈다구를 보강해놨느냐에 따라 살아남느냐 죽느냐가 갈린다고 보면 된다.)
씨바... 공중부양을 한번 하게 되면 내 앞뒤로 몇백(심하면 몇천단위)의 사람이 밀어버리니 정말 뼈마디가 부서지면서 압사당하는 느낌이 난다는 거다. 게다가 공중부양은 했으니 발은 땅에 안닿지, 버둥을 치려구 해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져 있으니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된다.(이런 상황에서는 장비를 빼았겨도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다. 실제로 전의경들이 가장 장비피탈을 많이 당하는게 이 때다.)
몸싸움 대형의 정석은 딱 하나다.
시위대가 밀어재끼던 뭐하던 간에
(1) 1열의 중대는 방패를 가운데열로 꽉 짜주면서 뭉쳐서 시위대와 같이 민다.
(2) 2열부터 뒤에서 밫쳐주는 중대는 절대로 앞으로 미는게 아니라 그냥 제자리에서 버티기를 해야한다. 안그러면 1열중대는 공중부양 신공을 경험한다~~~
계속 공중부양, 공중부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니 대충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을 했을거다.
그날 우리는 공중부양이 뭔지를 제대로 경험을 했다.
그날은 경력배치 부터가 잘못된게,
각 기동대산하 타격대의 구성은 대장타격대 3~5개중대/ 부대장 타격대도 3~5개중대로 구성이 되서 서로가 연합훈련/대형 이라는걸 하므로서로가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거다.
그럼 경력구성을 3기동대장 타격대끼리 묶어서 서로가 서로를 밫쳐주게 배열을 했어야 하는데,
1열에는 3기동대장 타격대 소속 각 중대를 1선에 횡대로 깔아버리고, 우리뒤를 밫치는 중대를 1기동대장 타격대 소속 중대들로 해버린거다.(우리옆에는 2,4기동대와 특기대가 서로 그러구 있고...)
씨발, 게다가 우리 뒤에는 특기대직원중대가 아닌, 1기동대 직원중대가 뒤를 밫치고 있었다는거다.(직원중대의 특징은 불법폭력시위에서는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몸싸움대형에서는 영~ 아니올시다 라는거다. 이 사라들은 그냥 여차하면 시위대덜 패버리는게 전의경들보다 더 심했다...)
그날따라 우연히 작전지역까지 우리 운전반장님께서 같이 나오셨는데,(지금은 아마 1기동대에서 차량반장님 하실거다. 2005년도 기준)
마침 우리 반장님께서 우리중대 운전반장으로 오시기전에, 1기동대 직원중대에 있었기때문에,
반장님께서 1기동대직원중대사이를 돌아다니시면서,
"알지?알지? 우리 애덜 뒤 잘못 밫쳐주면 나하고 얼굴 봐야되, 알지?" 하시면서 돌아다니시고...
일단은 우리중대가 아닌 거의 가운데쪽의 3기동대 31중대쪽을 노조덜이 밀어재끼는데, 순간 31중대와 특기대가 버티고 있던 자리를 보니 ,하이바가 날아다니고 노조덜 깃발도 빼았기고...
그러더니 우리들을 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좀 버티는가 싶었는데 시위대의 숫자가 워낙많으니 슬슬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때 우리뒤에서 들리던 소리는 내가 지금도 안 잊어 버린다.
"어? 얘들이 좀 버티더니 밀린다? 밀어~ 밀어~!"(씨발, 몸싸움대형에서는 2선에 대기중인 중대들은 미는게 아니라니까...)
이번에는 시위대가 뒤로 밀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리까지 시위대하고 마주보구 공중부양을 하고 있더라는 거다.
정말 죽는줄 알았다. 어느정도였냐구?
각 대원들 입에서 우리 뒤가 직원중대인걸 알면서도 "밀지마, 이 개새퀴덜아~"라는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서 조금 지나니까 몸싸움이 끝나고 시위대가 뒤로 조금 물러나면서 소강상태가 되었는데,
맨앞에서 밀다가 뒤로 물러나던 시위대덜이나, 맨앞의 우리들이나... 다리가 후들거리다 못해 휘청거리더라. (부축받으면서 돌아가는 시위대도 봤다.)
처음에는 "난생 처음 겪는 몸싸움이다~"라는 생각에 긴장되서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이제는 공중부양을 통해 압사직전까지 한번 갔다오니까 몸에 힘이 빠져서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는 거다.(그나마 방패를 지팡이 삼아서 버티고 있었다. 안그러면 고참들에게 작살난다.)
이어 들리는 고참들의 한마디.
"직원중대 새퀴덜 땜시 저승가서 염라대왕하고 악수하고 눌러 앉을 뻔했다...."(너무 열받아서 직원중대 새퀴덜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평소에는 형님, 형님하면서 잘 따라다녔는데...)
그러더니, 잠시 숨고르고 기운 회복하는 차원에서 약간의 소강상태가 이어지더니, 바로 이때의 막간을 이용해서 벌어지는 퍼포먼스.
이름하야
"장비 교환식!"
몸싸움도중 피탈당한 우리 장비들과, 반대로 우리가 빼았은 시위용품의 맞교환이 이루어 진다는거다.
몸싸움에서는 개인/중대원들의 전투력과는 상관없는 상황이기때문에 대원들이던 시위대던 장비/시위용품을 빼았아가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근데 이 장비교환식의 가장 웃긴점은 맨 왼쪽열에 배치되어 있던 중대의 장비가 바로 반대쪽 끝의 시위대의 자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거다.
반면에 시위용품은 그냥 빼앗은 중대가 가지고 있다가, 중대왕고인 무전병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시위대와 맞교환을 한다.
이후 잠시동안 시위대와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위원장인가? 우두머리인가? 하는 새퀴가 시위대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그 새퀴를 둘러싸고 검은색 조끼를 입은 수상한 무리가 같이 다니더라는 거다.
그 검은색 조끼를 입은 수상한 무리들의 조끼 뒤에 써진 찬란한 세글자...
"경! 호! 대!"
경호대란다 경호대.....
노동자 평등아냐?
어느 넘은 몸싸움 한다고 졸라게 박터지고 있고, 언넘은 경호대라는 넘 이끌고 다니면서 목에다가 기브스를 했는지 목 빳빳이 세우고 어께에 힘주면서 후까시까지 잡고 다니고?
노동자 평등이라메? 근데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기에 경호대가 붙어? 노동자 평등이라메? 그럼 그 넘도 경호대 데리고 다니면서 후까지 잡지 말고 같이 밀어야 할 거 아냐?
노동자 평등이라메, 누구는 왕으로 태어났고 누구는 머슴으로 태어났냐?
도대체 얼마나 VIP이고 중요한 넘이기에 경호대까지 데리고 다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면 그 사람을 경호하는 넘들도 뻔히 노조원들 중에 힘좀 쓰는 사람들일 터인데, 경호할 상황이 벌어지면 싸워야 할 대상은 누구지?
경찰? 아님 현대의 사주를 받은 청부폭력단체?(99년 당시의 대한민국에서 노사분규를 대하는 회사나 노조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됬나?)
그렇게 대치를 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햇볓은 쨍쨍~ 모래알은 빤짝~ 하는 상황인데, 노조원들이 죠스바를 나눠먹고 있는 거였다.
우리? 물땅이 물을 가져오기는 했는데, 이게 식수인지 아니면 사발면끓일때 부어먹으라고나온 물인지 모를 정도의 심하게 뜨거운 온수(?)라서 먹지도 못하고 목마른 상태에서 그냥 침만 삼키면서 노조원들이 먹고 있는 죠스바를 쳐다만 보구 있었다.
"졸라게 시원하겠다"
"저 검은 표면 다음에는 시뻘건 딸기쨈이...."
"죠스바는 깨물어 먹는 것보다는 표면먼저 벗겨먹구, 다음에 안의 내용물 먹는게 맛있는데..."
"난 외박나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난 내일 나간다, 나가면 죠스바를 제일 먼저 사먹으리라.."
난 당시 첫 외박이 1개월 반정도 남은 상황에서 속으로 끝없이 뱉은 말이.
"외박 나가면 기필코 죠스바를 양손에 들고 먹으리라. 기필코...."
하지만 외박 복귀후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아~ 맞다, 죠스바를 안먹었다~~~~~~~"
-디펜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