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받고 바로 그 다음 날입니다.
짬먹고 내무실에 돌아와서 각잡고 있는데...
고참이 부르더군요.
그래서 다용도실(?)이든가, 거길로 갔습니다.
참고로 저희 중대가 상당히 높은 고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헬기장이 연병장에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면... 구름이 밑에 깔려 있습니다. -_-;;
아무튼...
그런 환경이다보니 경치는 끝내줍니다.
고참이 부른 곳에 가보니...
서 너명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을 들고 있더군요.
그 중 한 고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문 턱에 기대어 섰는데...
그 문 밖으로 구름이 쫘악 깔린데다...
하늘은 약간 우중충...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한 손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컵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적당히 균형 잡힌
몸에 들어난 근육이 너무 멋진 겁니다.
정말 분위기 있다... 멋있다. ㅜ.ㅜ;;
그 고참이 문득 저를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가 또 얼마나 남자답고
멋지던지... 같은 남자인 제가 봐도 정말 멋있더군요.
" 자, 마시렴. "
그 분위기 간지나는 고참이 제게 들고있던 컵을
내밉니다... 저는 감동에 감동... 이렇게 분위기있게
커피도 마실 수 있구나!
군생활 힘들다더니... 괜찮다!
이렇게 간지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저는 황송해서 마시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고참이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시라고
권합니다. 저는 황송해서 고개를 숙인 체...
컵을 들어 마셨습니다.
' 음... '
정말 몇 달 만에 마신 커피라서 그런가...
조금 짭니다. 물론... 아무리 간만에 마신다고 해도
커피가 짤리가 없겠지만요. -_-;;
어라, 그러고보니...
색이... 좀 붉습니다. 냄새를 살짝 맡아보니...
짠네와 매운 냄새가 납니다.
어.... 어....?
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소에서, 그 분위기 간지나는
고참이... 폼나게 기대서서 마시고 있던 것은...
뽀그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