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렁쩌렁한 군대추억

kanghiro 작성일 07.06.29 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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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ㅡㅡ 하고~ 생각하면

발업하여 떠난 님과 벙커에 고립되어 나갈 수 없는 나의 무능력함.

비실거리는 고참의 따끔한 충고와 어깨를 도닥이는 사투리 친구,

하나 남은 라면을 새벽에 뿌스럭거리다 느끼는, 하나 위 고참의 간절한 시선,

활동화 많이 들기 대회와 축구수비대회, 포상에 숨어 홀짝이던, 말년 동기들과의 두꺼비 소주맛.

취중 사격으로 정확히 표적을 격추시킨, 모든 포대원들과의 달콤했던 1박 2일 간에 군기교육대등등.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생각나지마는.

 

그 중 제일은 유격행군이었습니다.

 

유격을 마치고 돌아오는 행군중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분대장인 저에게 후임병 한 녀석이 다가와서

누가 생일을 맞았다고 고하더군요.

그래서 다들 피곤하지만, 휴식이 끝나고 걷기 시작할 때, 자기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터이니

저도 따라서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응~ 알았어." 수락은 했지만 조금 간지럽더라구요. 뭐 이런 놈이 다 있어~~~했죠 ㅡ.ㅡ;;

 

시간이 조금 지나고, 다들 걷기 시작할 무렵,

역시나 녀석이 크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랍쇼~했죠...

처음엔 좀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조금씩 따라부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작게나마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곳이 돌산이어서(채석장 근처)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더라구요.

게다가, 처음엔 우리 포대만 불렀지만, 앞에 그리고 뒤따라오던 포대까지 모두 따라부르기 시작하더라구요.

삽시간에 온통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사랑하는~~" 노래로 가득차있었죠~

점점 소리도 커지고, 살짝 제 앞에 가던 간부들도 따라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ㅎㅎ

그렇게 거듭거듭 몇 번이나 축하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부를 때에는, 저도 생일인 것처럼 기쁘고 마음이 저리는 게, 살짝 눈물까지 나려 하더라구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아직까지 모두를 만나 술을 마시면 즐겁고 기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더라구요.

함께 가진 추억의 힘이란 ㅜ.ㅡ

 

 

많은 사람들이 군에 가면 힘이 들고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느낀 군대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제일 순수한 공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다녀오신 분들에겐 다른 추억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아직 가지 않으신 분들에겐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잘 쓰지도 못 하는 글 조금 적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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