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훈련병은 저뿐인가요....?ㅠ_ㅠ 훈련병 시절 글써봅니다

조문의영창자 작성일 07.10.15 18: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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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고개를 못들겠네요....

 

어서 진급을 해야지 ..!!

 

 

 

**벌써 거의 10년 전..  

 

 

 

 

 

 

"기상!" "기상!" "이 *들 빨리 빨리 전투복 입고 침상위에 앉아!"

 


'아... 나 군인이지..'

 

훈련소에 입소한 지 어언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여섯시에 일어나는 것이 어색하다.

 

생각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내 몸은 이미 적응했나보다. 어느새 모포 다 걔고 전투복 입고 있다.

 

간단한 인원파악이 끝나자마자 우린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연병장으로..

 

수많은 훈련병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온다. 각자 사회에서 이런 저런 일 하다 왔을텐데..

 

지금 그때의 개성이란 없다. 그냥 '몇번 훈련병'이다.

 

"야! 185번!"

 

"예. 185번 훈련병 임!욱!" "줄 똑바로 안 맞춰!!"

 

김선열 분대장은 참 무섭다.

 

 쉽지가 않다. 한 2주전만 해도 이 많은 인원이 줄 맞춰서 점호에 임하려면 앞사람 어깨에 다섯번 정도 손 올리고 앉은 번호 열번정도 했는데..

 

 이제 그래도 4주차 됐다고 알아서들 잘 한다. 사람은 참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조교들의 도수체조는 언제봐도 멋있다. 딱딱 절도있는게 아주 일품이다.

 

그에 반해 우리 훈련병들은 아무리 멋나게 하려해도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오늘도 역시 알통구보다.

 

 상쾌하고 좋다. 앗 이런 쒸댕.. 176번이 혼자 흰런닝 입고 나왔다. 어제 자기 전에 그렇게 얘기했건만...

 

 구보 끝나면 한소리 듣겠다. 아오.. 난 구보할 때 손뼉 치며 달리는 게 제일 좋다. 군가를 부르면서 달리는 것도 괜찮지만 왼

 

발에 맞춰서 손뼉 치며 달리는 게 더 신난다.

 

그래도 노래는 크게 부른다. 그래야 배에 살이 찌지 않을테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176번 덕에 아침 먹기 전에 살짝 얼차려 받고 시작한다. 얼차려라 해봤자 그냥 팔굽혀펴기다.

 

 어차피 매일 밤 200개씩 하다 자는 거 오늘은 아침부터 운동시켜주고 좋다.

 

ㅋㅋ 오예~ 오늘 반찬 닭고기다. 맛있겠다. 배식조가 2중대군..

 

우리가 배식했을때 2중대 얘들 잘해줬으니 얘네도 잘해주겠지? 오.. 역시 큰거 얹어주는군. 눈인사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2중대 65번.. 착해보인다. 근데 저렇게 배식하다가는 빵꾸날 것만 같다.

 

1주 전에 햄버거 샐러드 배식하다가 빵꾸내서 식판으로 맞은 기억이 떠오른다. 기분 되게 안 좋았는데..

 

65번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 라고 속으로 되뇌어본다. 밥 먹고 여섯명씩 모여서 다시 중대로 복귀한다.

 

내 동기들은 언제나 내가 인솔하게 해준다. 그래야 영철이를 만날 수 있으니깐~! 영철이는 8중대 조교다.

 

난 3중대고.. 하지만 같은 29연대라 연대 안에서는 마주칠 수 있다. 이렇게 밥 먹은 후 훈련병끼리 갈때가 제격이다.

 

저 나무 밑에 서 있는 영철이가 오늘따라 더욱 반갑다.

 

"충성!"

 

 "이리 와. 똑바로 인솔 못하나?"

 

오늘도 영철이는 나를 꾸짖는다 ㅋㅋ 내 동기들은 나무쪽에서 제자리 걸음을 해준다.

 

고마운 녀석들..

 

 "욱아 이번주는 교회로 와라. 나 교회 인솔 맞게 됐다. 그날 보자. 글구 이거 동기들이랑 나눠먹어."

 

핫브레이크 세개를 건빵주머니에 찔러준다. 나보다 저기 서서 제자리 걸음하는 다섯동기들이 더 좋아하는 표정이다.

 

"충성!"

 

세상에서 가장 친한 영철이에게 다시 한번 경례를 하고 막사로 복귀한다.

 

 입소한 지 일주일 되던 날 어떤 목사님이 오셔서 자살방지 강연을 하신 적이 있다.

 

그 때 육군훈련소의 모든 훈련병이 다 나와 지루하게 듣고 있었다.

 

나 역시도 땅에다 별이나 그려가면서 고개 푹 숙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낯익은 얼굴의 조교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

 

니는 게 보였다.

 

 앗! 신영철이다! 나랑 계속 같은 아파트에서 살아온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난 훈련병 신분으로 감히 조교를 부를 수가 없어 살짝살짝 손짓을 보냈다. 다행히도 영철이가 금방 알아봤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빨강 파랑 모자가 무섭게만 보였는데 영철이가 쓴거 보니깐 멋있다. 와우~

 

"욱아 3중대로 갔구나. 내가 조만간 놀러갈께."

 

그냥 영철이를 보고만 있어도 좋다. 이 낯선곳에서 얼굴만 아는 이를 만나도 얼마나 반가운 데..

 

후에 박격포 주특기를 받고 27연대로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재민이를 만났던 날은 더욱 감동이었다.

 

 신막사에서 마이크로 들려오는 목소리.

 

"교육생들 중에 임욱. 임욱 지금 막사 앞으로 나오도록!"

 

"예 182번 교육생 이병 임욱!"

 

 하고 쏜살같이 튀어나갔을 때 재민이가 팔 벌리고 서 있었다. 그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꼭 안아주면서 나를 데려가는 재민이가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다.

 

그날의 감상에 젖기에는 오늘 훈련이 좀 빡쎄보인다. 교정이 상당히 먼것 같다.

 

 우로 어깨총으로 도대체 얼마나 가는거여?? 아오.. 그냥 총 메고 다니면 될 것 같은데 꼭 수직으로 세워서 들고 가라고 한다.

 

 팔만 두꺼워지겠다. 이 놈의 총은 생각보다 무겁다. 총검술 곧 시작할텐데 아오..

 

도착하니 벌써 10시반이다. 좀만 교육받다보면 점심시간이겠다.

 

ㅋㅋ 지루한 이론 교육을 살짝 해주고는 역시 멋진 조교들의 시범이 이어진다. 오.. 이제서야 알았다.

 

각자 맡은 분야가 있다는 걸.. 김선열이는 앞에총, 무릎쏴, 엎드??같은 거 되게 잘한다.

 

 탁탁 소리내가면서 멋진 시범 보이면 우리도 박수로 응대한다. 아마 굉장히 연습 한 것 같다.

 

저런면에서 조교는 상당히 매력있다. 한번 겪어볼만한 보직인 듯 싶다. 시범이 끝난 후 우리도 해*만..

 

자세 안 나오고, 조교 따라했다가 팔만 아프고.. 날은 덥고.. 전투복은 왜 이리 통풍이 안되는 지.. 빨리 점심이나 와라..

 

점심을 먹고 나면 항상 생각한다.. 아.. 담배.. 벌써 한달이나 되었나? 아니구나..

 

지난번에 진섭이가 편지에다가 말보루 넣어줬지.. 편지를 받자마자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끝에 느껴지는게 분명히 담배였기 때문에 난 속으로 너무 놀랐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 담배를 쥔채로 편지를 뜯어 흔들고는 편지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만약 그 때 그거 걸렸더라면.. 아마 주말 모두 반납하고 군장구보만 했을꺼다. 개념없는 신진섭이 편지에 그렇게 썼었다.

 

"형 말보로 새로 나온 담배예요. 조교랑 하나씩 나눠피우라고 두가치 넣었어요."

 

진섭이.. 아오.. 나중에 소위로 임관할 놈이 이렇게 어리버리 해서야... 네가 날 초죽음 상태로 몰아갈 뻔했다.

 

 이 눔아!! 그 날 그 담배를 들고 어찌해야할 지 몰라 179번 재용이한테 물었더니 자기가 라이터를 갖고 있단다!

 

이 좌쉭.. 놀라운 놈이다.. 그렇게 검사했는데 어디에 숨겨놨는지.

 

. 우린 그 날 새벽에 불침번을 끝내고 화장실에서 그 담배 두가치르 해치웠다.. 정말 떨렸다..

 

고등학생 때 야자 쉬는 시간에 선생님들 휴게실에서 피운 것과는 상대도 안됐다.

 

오랫만의 담배로 인한 몽롱함과 걸릴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우릴 극으로 몰아갔다.

 

ㅎㅎ 다행히도 그날 걸리지 않았고 나와 재용인 담날 얘들한테 영광스럽게 무용담을 얘기해줄 수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밥 먹고 나면 또 생각난다. 아.. 빨리 자대 가고 싶다. 자대 가면 맘껏 필 수 있다는데..

 

이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저기 구자현 조교가 온다.

 

"야! 니네 지금 밖에서 제일 인기있는 영화가 뭔지 아냐? 친구라고 알어? 유오성이랑 장동건 나오는데 뒤진다.

 

야 700만 넘었어. 나 이번에 휴가나가서 봤잖어. 그게 영화더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 이거 쥑인다."

 

이런 쒸댕.. 휴가 나갔다 온 조교마다 친구타령이다. 도대체 얼마나 재밌다는거야? 700만을 돌파했다니..

 

 jsa보다 재밌나보다.. 나도 빨리 가서 보고싶다!! 아오... 오후 교육도 무사히 마쳤다.

 

아까 왔던 그길로 다시 돌아간다. 오 나이수 갈때는 어깨메어총으로 간다. 휴.. 좀 살만하다..

 

논산의 농촌길을 걷고 있으면 기분 참 좋다. 저 멀리 보이는 고속도로.. 언젠간 저 길 지나면서 오늘을 떠올리겠지?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지나가는 꼬마를 향해 빙긋 웃어본다.

 

 "아저씨 그거 진짜 총이예요? 빵빵~"

 

 이 동네 살면 군인들 많이 볼터인데 진짜 총이냐구 묻는 꼬맹이들도 꽤 있다.

 

 "이동중에 군가한다. 군가는 팔도 사나이. 군가시작 하나 둘 셋 넷!"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두다리 쭈욱 펴면 고

 

향의 안방~♩"

 

 이경규씨가 개그프로그램에서 불렀던 이 노래가 군가인 줄 몰랐다.

 

교육 마치고 다시 막사로 들어가면서 부를때 굉장히 신난다. 군가는 다 무섭고 쳐부수자 찌르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아주 괜찮다. 장구류 관물시켜놓고 바로 밥먹으러 간다. 훈련을 마친 후에 저녁밥은 참 맛있다.

 

근데 좀 빨리 먹어야 한다. 어서 먹고 들어가 세면세족도 하고 오늘 입은 런닝도 빨고 장구류 수입도 해야하니까..

 

특히 오늘은 엄마한테 답장써야 하니깐 빨리 빨리 끝마쳐야한다. 이틀째 편지를 못 쓰고 있다.

 

4주차 되니깐 왜 이리 시간을 안주는 지.. 원래는 편지 하루에 한통씩 썼었는데..

 

요즘은 빡씨다. 그래도 꾸준히 오는 편지를 읽는 재미에 저녁 시간이 즐겁다.

 

지금 한 80통 정도 왔는데 정말 목표로 했던 훈련소 100통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162번이 한 90통 받아서 내무실 1등인데.. 저 좌쉭 이겨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한방에 10통씩 보내는 통에 당해낼 수가 없다.

 

아오... 정국아 힘내라. 많은 후배들에게 주소 끊임없이 뿌려다오. ㅎㅎ 환송회에 왔던 그 많은 후배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

 

다. 참 고마웠었는데... 아 씨. 청소하란다. 이제 청소도 얼마나 잘하는 지 모른다. 알아서 일 분담해서 언능언능 한다.

 

이곳에서도 가끔씩 뺑끼 쓰는 놈들이 있긴 하지만, 별로 신경 안쓴다. 자대가서 많은 걸 느낄테니까...

 

내게 맡겨진 일이 짜증나는 일이던 힘든 일이든 무조건 열심히 해서 해내야한다. 그래야 내가 떳떳해질 수 있다.

 

한달 동안 느낀 것이라고는 이것 하나이다. 일단 맡겨진 일은 완벽하게 처리하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군대나 사회나 마찬

 

가지인 듯 하다.. 청소도 마치고 나니 기다리던 편지 나눠주는 시간이다.

 

오예~~!! "임욱" "예 185번 훈련병 임!욱!"

 

오늘은 그리워가 편지를 보냈군. 학교 생활이 재밌나보다. 하긴 그렇게 원하던 실용음악과에 가게 됐으니 오죽 좋을까..

 

요즘 누가 따라다닌단다. 드럼쟁이라나... ㅋㅋ 내가 밖에 있었으면 한번 봤을텐데.. 어떤 녀석인 지 궁금하다.

 

나중에 정국이한테 만나보라고 해야겠다. 오.. 남기.. 또 편지 보냈네. 이뻐죽겠다. 후배들 중에 일등이야~!! 내일은 남기한테

 

답장써야지.. 근데 내가 정말로 원하는 편지는 오늘도 오지 않는구나. 아... 뭘하고 있길래.. 내가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하지

 

도 않나? 아니다. 내가 편지 벌써 열통은 썼을텐데.. 답장도 없네... 아.. 답답하다.. 편지 좀 자세히 읽을라치면 수양록 쓰란

 

다. 이 놈의 수양록.. 우리 교육 나가면 다 훔쳐보는 거 모를 줄 알고... 조교 욕 써놓으면 안되는 거 이제 다 안다. 하긴 이걸

 

 훔쳐봐서 문제 있는 병사 가려내야 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이왕 훔쳐볼꺼면 다시 꽂을 때 제대로 꽂아놓던가. .ㅋㅋ 내

 

옆 전우꺼는 매일 보는 지 매일 다르게 꽂혀있다. 혹.. 내일은 내껄 * 않을까 싶어 우리 김선열 분대장 칭찬 좀 해본다.

 

"오우 선열이.. 얘가 돌때는 좀 돌지만 그래도 가장 재밌고 잘하는 것 같다. 선열이.. 잘해.. 흠."

 

일석점호다. 분대장들이 제일 멋있을때가 바로 이 시간이다. 캬.. 저 절도있는 뒤로 돌기.. 굿이다. 나도 나중에 자대 가면 저

 

런거 하는 날이 오겠지? 내 후임병들한테 저들처럼 멋있게 보여야 할텐데..

 

 "2001년 x월x일 일석점호 인원보고! 훈련병 총원 60 사고 무 현재원 60 좌로 번호!"

 

 "하나 둘 셋!!"

 

이젠 4주차라고 경례연습은 안한다. 2주까지는 경례 연습 시켜서 좀 짜증났

 

다. 충성 충성 충성.. 내가 과연 충성이란 경례구호를 언제까지 하게 될까... 침상앞으로 튀어나오란다.

 

손톱 발톱 검사한다고.. 아오 짱나. 별걸 다 검사하네.. 하필 오늘 선임분대장 이지언 분대장인데.. 이 사람 연대 공대 다니다

 

온 사람인데.. 지난 번에 날 엄청나게 무안하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야 185번 너 고대다니다 왔어?"

 

"예 그렇습니다."

 

 "오호.. 그럼 fm 한번 해봐라."

 

"잘 못 들었습니다.

 

 "fm해보라고 이 *야.. 고대답게 멋지게 해봐라."

 

'이런 쒸댕... 아무것도 모르는 동기들 앞에서 무슨 fm이야..' 그때의 난처함이란.. 하지만 훈련병이 분대장이 시키는 것을 하

 

지 않을 수도 없고..

 

"야 너희들은 얘가 뭐라고 외칠때마다 어!만 해주면 되는거야. 알았나?"

 

"옙!"

 

난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59명의 내 동기들 앞에서 fm을 해야했다.

 

"안녕하십니까 민족고대 애국경영 자주ㅌ반 잘나갔던 99학번 임욱 여러분 앞에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얼굴이 붉어진 날 보며 웃던 그는 다시 요구했다.

 

 "자 그럼 이제 엘리제!"

 

헉.. 이 좌쉭이 미쳤나..

 

"못하겠습니다."

 

"뭐 이 *야? 너 뒤질래?"

 

난 그것만은 할 수 없다고 다짐하고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다른 조교가 와서 그 좌쉭을 데려갔다.

 

"야 넌 고대생들만 오면 그거 시키고 그러냐? 얘들 무안해하잖어. 아오 *.."

 

 그 날의 무안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지언 분대장.. 오늘도 역시 날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손톱 길잖어 이 *야."

 

"예 알겠습니다."

 

자대가서도 이런걸루 갈굼당할까?

 

그리 좋지 않은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보다 군에 늦게 왔고 나는 그의 훈련병일 뿐이니까.. 내가 고참이 된다면..

 

이런걸로 트집잡고 싶지 않다.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다. 추접스럽게 말야... 드디어 취침소등이다. 불이 꺼지면 여기저기서 가

 

뿐 숨소리가 들려온다. 언제인가부터 자발적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아놀드가 되고 싶은가보다. 나 역시 그래

 

도 명색이 군인인데 탄탄한 몸을 갖고 싶은 욕심이 없겠는가. 안그래도 어리게 생기고 또 여리게 생겼다는 소리 듣고 다녔는

 

데 전역해서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 단단해지고 싶다. 네번에 나눠서 200개를 마치고 이마에 땀을 닦고는 자리에 눕는다.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이 많다. 오늘은 누굴 떠올리며 잠에 들어볼까.. 하루에 한명 내지 한 그룹을 떠올리면서 잠에 든다. 그

 

럼 꿈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다들 날 잊지는 않았겠지? 내가 없어도 당연히 잘 돌아가겠지만.. 너무 아무 이상없다면.. 은근

 

히 서운하다. 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만 같았는데.. 아닌가보다. 이런 기분이 군인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사실 훈련 좀

 

받고, 통제받으며 규칙적인 생활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같이 있고픈 사람과 멀리 떨어져있고, 보고싶을 때 볼 수 없고,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없다는 게 힘들 뿐이지.. 이제 2주정도 남았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에 가면 전화 시켜준다고 한다. 빨

 

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엄마, 아버지, 그리워의 목소리가 아른아른거린다. 누가 그랬다.. 군에서 건강하게 나가는 것이 효

 

도라고.. 아프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내일도 무사히 보내야할텐데... 졸립다.. 그리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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