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추락한 미군폭격기의 최후

슈퍼스탈리온 작성일 08.02.27 18: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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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4월 4일 실전에 처음 투입되는  Lady Be Good호의 승무원 9 사람은 긴장에 가득차 있었다. 그들은 훈련을 막 끝내고 처음으로 폭격 임무에 투입되는 완전 초보들의 조합이었다. 이탈리아 나폴리 항을 폭격하는 임무를 맡은 그들은 376 폭격 그룹과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섰고, 그것을 끝으로 2차대전이 끝나고 13년이 지나도록 그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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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전이 종전된 후 13년 후인 1958년 5월 16일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거대한 폭격기의 모습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상공을 지나치며 단지 존재를 확인했을 뿐 그것이 어떤 비행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서 그 잔해는 2차대전 중 사라진 Lady Be Good호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동체 착륙을 했지만 반으로 갈라진 것 외에는 크게 손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기체 내에 승무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그들이 동체 착륙 이후 구조를 바라며 이동하였다면 의당 기체 내에 식음료를 가지고 갔어야 하지만 그러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고, 또한 왜 귀환해야할 기지에서 700km나 떨어진 이곳에 추락해 있는것도 의문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 기체와 사라진 승무원에 대한 이야기는 온갖 상상을 불러 일으켰고, 버뮤다 삼각지대의 전설처럼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남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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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이 종결되고 수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5명의 승무원 사체가 사막의 모래바다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명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일기가 공개되며 Lady Be Good호에 닥친 처절하고도 끔찍한 비극이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앞서 말한 바와같이 1943년 4월 4일의 폭격은 그들에게 첫 임무였다. 나폴리를 폭격하고 돌아오던 기장은 귀환해야할 기지가 아직은 수시간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는 순풍을 타고 예상보다 빨리 북아프리카 해안에 도달한 상태였으나 기장은 자신들이 아직 지중해 위를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야간 비행에서 초보 조종사가 지중해의 바다와 사막의 바다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위를 날아가며 어딘가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사막 깊숙히 들어온 상태에서 연료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장은 여기서 또 한번의 실수를 하게 된다. 야간에 위험한 동체착륙을 하기 보다는 비행기를 버리고 인근 도시까지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승무원과 함께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고, 혼자 남겨진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지기까지 날다가 기장도 없는 상태에서 '무사하게' 착륙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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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에 사막에 떨어진 승무원들을 모아 보니 9명 가운데 8명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한명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8명만 남은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해안가로 추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8명의 그들에게 남겨진 물은 수통 하나 였으니 그들의 고통스러운 여정은 익히 말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바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사막의 태양은 그들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 먹었다. 사막의 바다 한복판에 떨어진 그들은 방향이 맞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지겹도록 걸어갔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5일째가 되는 날 두 사람이 낙오했다. 그들은 데리고 가려다가는 남은 일행마저 모두 '미라'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하여, 구조 요청을 하고 오겠다는 말과 함께 일행은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또 다시 3명이 탈락, 남은 2 명은 계속 걸어갔으며 마침내 한 사람만이 남게 된다. 21살의 Vernon L. Moore는 쓰러진 동료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혼자서 나아간다. 그들은 벌써 물도 식량도 부족한 상태에서 수 백 킬로를 걸어왔지만 사막은 끝이나지 않았다. 홀로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나아간 무어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걸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오직 사구 하나만 넘으면, 또 하나만 넘으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걸어갔겠지만 결국 신은, 자연은 그를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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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Lady Be Good호에 닥치 지옥과도 같은 운명이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소용없는 것이지만 그들이 기체와 함께 추락하여 식량과 식수를 조금 더 확보한 상태에서, 또한 좀 더 넓은 지역이 포함된 작전지도가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생명이 다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그들은 죽은지 십여년도 더 흐른 뒤에서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혼자 떠난 21세의 무어군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낙하산 탈출시에 헤어진 다른 한명은 낙하산 불량으로 인해 추락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량과 물도 없는 사막의 가혹한 환경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보통 40Km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수배에 달하는 거리를 통과했다. 실로 그들의 생명과 맞바꾼 엄청난 기록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전쟁의 잔혹한 역사의 일면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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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Be Good호의 승무원들

 

자료제공 : 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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