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Bf109E만큼이나 좋아하는 전투기다. 포케불프Fw190D-9 도라Dora, 혹은 카울링이 길다고 해서 코가 긴 Long nose라고도 불리우는 녀석. 아마 프로펠러 전투기 가운데 이보다 섹시한 곡선을 갖는 전투기는 없을 것이다. 어쩐지 남성적이면서도, 또 한 편으로 무척이나 섹시한, 그렇다고 글래머스럽지는 않은 묘한 매력이, 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개발되어 그 빼어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해 볼 기회조차 없이 패전을 맞아야 했다고 하는 비장미와 함께 나의 마음을 잡아끈다.
원래 도라의 원형이랄 수 있는 Fw190A는 당시 독일공군의 주력전투기로 채택되었던 Bf109를 서포트할 목적으로 개발된 보조전투기였다. 요즘으로 치자면 하이-로우의 개념이랄까? 그러나 웬걸? 정작 개발이 완료되어 실전배치된 Fw190A는 모든 면에서 Bf109를 압도하고 있었다. 속도, 상승력, 선회력, 심지어 조종하기까지 편해, 성능만큼이나 예민하기 이를 데 없던 Bf109와는 달리 신참 조종사들조차 몇 번의 비행만으로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종사가 부족하던 독일군에 이보다 더 요긴한 장점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결국 Fw190A가 Bf109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데서도 알 수 있듯 - 그렇기는 커녕 오히려 대전말기에 가서도 생산량에서 Bf109쪽이 절대 압도하고 있다. -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Fw190A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고고도로 침투해 오는 연합군의 4발 중폭격기들을 요격해야 하는데, 정작 1만 피트 이상의 고고도에서 공랭식인 엔진의 출력이 급격히 저하되더라는 점이었다. 더구나 생산공정마저 보조전투기로 개발된 녀석답지 않게 더 복잡했으니, 단 한 대의 전투기가 아쉽던 독일공군으로서는 여전히 Bf109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연합군 중폭격기의 위협을 거세어만지고, 새로이 호위기로 딸려오기 시작한 P-51 머스탱은 오로지 고고도 요격만을 위해 변태가 되어가고 있던 Bf109로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너무나도 강력한 적이었다. 새로운 전투기가 필요했다. Fw190만큼이나 강력하고 조종하기 쉽고, 그러면서도 Bf109와 같이 고고도에서의 요격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가.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Bf109처럼 액랭식 엔진을 장착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이미 성능이 검증된 Fw190을 베이스로 액랭식 엔진을 장착해 새로이 개발된 전투기가 바로 Fw190D 도라다.
원래 쿠르트 탕크 박사는 당시 다임러 벤츠에서 개발하고 있던 DB603엔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DB603엔진의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당시 폭격기용으로 쓰이던 Jumo213엔진을 장착하게 되었는데, 나로서는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래 보면 알겠지만, 쿠르트 탕크 박사가 처음 의도했던 대로 마침내 개발이 완료된 DB603엔진을 장착한 Ta-152H는 정말 변태스럽다. 아무리 긴 코가 도라의 매력포인트라지만 저건... 이건 아니다. 날개마저 길어서 이건 뭐 언제 실리콘이 무너져내릴 지 모르는 성형미인의 꼴이다. 나의 도라가 이런 끔찍한 모양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덜덜덜덜...
아무튼 폭격기용 엔진이라고 우습게 여겼던 것과는 달리 유모Jumo213엔진은 매우 훌륭한 엔진이었다. 평상시 출력은 1750마력급밖에 되지 않지만 - Fw190A와 고작 50마력 차이다. - 물과 에탄올의 혼합액을 분사하는 방식의 부스터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2050마력까지 낼 수 있었다. 최대 속력 시속 685킬로미터, Fw190A의 설계 자체가 우수했기에 증가한 출력만큼 그 상승력과 비행성능 또한 강화되어 당시 유럽의 하늘을 누비던 그 어떤 연합군의 전투기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라가 처음 대량생산되어 배치된 시점이 44년 6월로, 전쟁이 끝나기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때였다. 당연히 유럽의 하늘은 온통 연합군의 전투기로 가득 차 있어서 갓 태어난 도라로서는 발가락 하나 들이밀 틈조차 없었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은 고대하던 새로운 전투기가 드디어 양산되기 시작했음에도 기존의 생산시설을 그리로 돌릴 겨를이 없었고, 헤아릴 수 없이 압도적으로 밀려드는 연합군의 공세에 고작 700대 남짓 생산된 정도로는 그냥 녹아버릴 뿐이었다. 말 그대로 뭘 해 보려고 해도 해 볼 기회가 없는 때에 태어나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녹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Me262와 같은 제트전투기보다 이미 42년말에 시험비행을 했던 도라 쪽이 먼저 양산되어 배치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딱 몇 개월만, 아직 하늘에서의 압박이 그렇게 심해지기 전에 양산되어 더 많은 에이스들에게 이 새로운 전투기가 주어졌더라면. 만들기도 복잡하고, 운용하기도 번거로우며, 더구나 능숙하게 조종하기는 더 어려웠던 슈발베따위보다 Fw190을 베이스로 개발된 보다 익숙한 프롭기 도라가 보다 일찍 양산되어 쓰일 수 있었다면 기왕에 결과가 결정난 전쟁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 독일의 한계였지만 말이다.
사실 도라야 말로 당시 독일군이 안고 있던 한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도라의 심장인 Jumo213의 통상출력은 1750마력, MW50부스트를 사용할 때만 일시적으로 2050마력의 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영국 롤스로이스사에서 개발된 그리폰엔진은 통상출력이 2200력을 넘어서고 있었다. 미국에서 개발된 공랭식 엔진 역시 대부분 2000마력 이상이었다. 그나마 개발이 지지부진하다가 전쟁 막바지에서야 개발이 완료된 DB603엔진만이 통상출력이 2100마력, 엔진기술에서 이미 독일은 영국이나 미국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그러한 엔진기술의 한계가 신형 전투기의 개발의 발목을 잡고, 전장에는 속속 새로운 더 강력한 전투기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전히 대전 초반에 개발된 Bf109와 Fw190에 의지해, 그나마도 고고도에서의 전투는 30년대에 개발된 Bf109에게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독일군이 연합군보다 앞서 제트전투기를 실전배치하고, 더 많은 제트전투기를 개발해 사용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었다. 물론 제트엔진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피스톤엔진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위이기는 하지만, 당시 독일군이 확보하고 있던 기술수준은 완전히 피스톤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못 되었다. 높은 고장율에, 낮은 가동율, 제트엔진의 수명은 극단적인 정도로 짧았고, 속도와 상승력을 제외한 다른 성능은 처참하다 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나치 독일이 제트전투기의 양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정작 피스톤엔진을 사용한 프롭기인 도라가 제트전투기인 Me262보다도 두 달이나 늦은 44년 6월에야 양산에 들어갔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슈발베와 도라 사이의 간격이 당시 독일이 처해 있던 기술적인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슈발베의 실전배치는 8월 이후에나 되었지만 선행양산은 4월부터 시작되었다. 그 사이의 4개월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슈발베의 폭격기 사용여부를 둔 갈등기간)
아무튼 이런 것이야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고, 역시나 원래 하고자 했던 본론은 아래부터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도라를 좋아하는 이유. 어쩐지 캐노피에서 수직꼬리날개로 이어지는 선이 여자의 등허리의 선을 닮지 않았는가? 등에서 잘록한 허리로, 다시 풍만한 엉덩이로, 정말 잘 빠진 여자의 늘씬한 허리를 보는 것 같다.(적당한 수위의 사진을 찾는데 실패했다. 워낙 건전하게 살아왔던 터라 정작 찾으니까 없더라. 혹시 있음 보내주시라.) 이 얼마나 멋진가.
이래서 또 내가 Fw190A형을 싫어한다. 이건 완전히 대두거든. 곡선은 잘록하니 그럭저럭 한데, 짧은 데다 머리까지 대두라 영 느낌이 안 산다. Ta152H는 이건 변태스럽게 길고. 긴 것도 어느 정도 적당해야지, 저렇게 가늘게 좌악 늘려 버리면 섹시도 아니고 몬스터다. 모든 게 적당해야 좋은 법이라, 그런 점에서 도라는 최고라 하겠다. 에밀이 미소녀라면 도라는 요염한 숙녀? 딱 어울린다. 살짝 표범 삘 나는 루프트바페 표준도장이면 금상첨화, 이 이상이 없다.
역시 사람이고 무기고 뭐고 일단 이기고 봐야겠다. 아, 이겨도 분리수거는 마찬가지 신세인가? 하여튼 제아무리 잘나고 잘 빠졌어도 이기자고 만든 무기가 이기지 못했으면 그걸로 무용지물이라... 하필 코털덕후의 장난감으로 태어나서는. 하긴 안경코모리나 카이젤 되다만 사제보다는 나으려나? 태어나기를 줄을 잘 서야 없던 복도 붙는 법이다.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