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때 가장 널리 사용된 미해군 카다리나 비행정
지난 4월 23일 포스팅 된 ‘파로호의 미 해군 어뢰 공격’ 이
독자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파로호는 바다에서 사용되던 어뢰가 육지의 호수에서 사용된
특이한 상황이었다.
그 후에 생각해보니 한국 전쟁 중에 화천호에서 사용되었었던
어뢰 외에도 응당 바다에서 사용됐어야 했을 전투 장비들이
바다가 아니라 한국 내륙의 호수나 하천에서 사용되었던 경우가
두 번 더 있었다.
그 한 경우인 미 공군의 비행정이 바다가 아닌 대동강에
착수하여 격추 된 전투기 조종사를 구조한 일화를 소개한다..
비행정은 땅과 바다 양쪽에서 이착륙 할 수 있는 수륙 양용기이다.
지금은 그 화려한 주역의 무대를 헬리콥터에게 내주었지만
2차 세계 대전 때는 폭격, 정찰, 수송, 구조 업무를 해내던 바다의
팔방미인이었다.
비행정은 한국 전쟁 때도 활약했고 월남전 초기까지도
구조 업무를 수행했었다.
미군에서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일본 해상 자위대는
대형 비행정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 해상 자위대 비행정,일본은 비행정 설계 기술이
세계 최고이고 비행정 운용도 다량으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1951년 6월 11일, 평양 상공에
출격했던 F-51 무스탕기가 대공 포화에 맞아서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미 공군 F-51 무스탕 - 이차 세계 대전시 P-51
조종사는 무스탕을 대동강에 비상 착륙시켰다..
그는 갈아 앉는 전투기에서 탈출하여 강변으로 필사적으로 헤엄쳐
대피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상공의 동료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불시착한 대동강의 지점은 일정 때 미쓰비시가 세운 제철소로
유명한 겸이포 인근 지역이었다.
이 제철소는 현재도 북한의 주요 제철소이다.
겸이포는 대동강 건너편 황해도에 위치해 있으며
평양에서 30리 하류, 대동강 하구 진남포에서 20리 상류의 위치이다
오늘날 평양시를 흐르는 대동강
같이 출격했던 세 기의 동료 조종사들은 상공을 돌며
추락 현장으로 접근하는 북한군을 기총 소사를 하며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 수원 기지의 본부로 긴급 구조 요청을 하였다.
미 공군 제 3 항공 구조대는 고민했다.
바다가 아니므로 구조 비행정이 아니라 구조 헬리콥터를
보내야 했었지만 빠르게 일몰(日沒)이 다가오고 있었다.
속도가 느린 H-19 헬리콥터로는 도저히 어두워지기 전에
구난 현장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어두워진 후에 도착한다면 구조 작업은 불가능했다
미 공군 H-19 시콜스키 구조 헬기
- 한국 공군도 1960년대까지 사용했었다
구조대는 조종사가 강에 빠졌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구조 비행정을 보내기로 했다.
속도가 빠른 비행정이라면 그래도 물체 식별이 가능한
이른 일몰 상황까지는 현장에 도착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결단을 내린 구조 대장은 즉시 존 나자리얀 중위가
조종하는 비행정 SA-16기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그러만 사의 SA-16 비행정
나자리언 중위는 이륙과 즉시 한반도 서해안과 병행하여
비행하여 대동강 하류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졌고 어두운 진한 땅거미가 대동강을 감싸 들고 있었다.
이륙과 동시 불시착 현장에서 선회하는
동료 조종사들과 계속 교신하며 북상하던 그는 드디어
대동강 상공에서 그들의 무스탕 기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동료 조종사들은 격추된 조종사가 불시착한 지점을 대략 알았지만
비행정이 조종사를 픽업할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심을 다진 나자리안 중위는 거의 어둠속에서 과거 한 번도
비행정이 내린 일이 없었던 대동강에 착수(着水)를 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구조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SA-16 비행정
사실 그가 어두움이 거의 다가오는 대동강에 착수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설령 장애물이 없는 바다에서도 비행정이 야간에 착수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대동강에는 모래톱도 있었고 물속에 감추어진 암초도 있었다.
게다가 상류에서 흘려 내려온 대형 부유물도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비행정을 조심스럽게 하류에서부터 상류 쪽으로
기수를 내리고 물보라를 뿌리며 착수하였다.
희미한 수면만 식별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위험천만한 착수였다.
적군의 숨격진 대공포가 나타날지 모르는 형편에 착륙등이나
기타 조명등을 사용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런 악조건의 어둠속에 대동강 상류에 착륙한 나자리언 중위는
격추된 조종사가 마지막으로 헤엄치는 것이 발견된 지점에서
훨씬 상류에 착수 한 것을 알고 당황했다.
그는 다시 기수를 돌려서 하류 쪽으로 내려오며 사방을 탐색했다.
어둠을 이용해서 좌우측 강변에 접근한 북한군이 마구 쏘아대는
총탄들이 수시로 기체를 때리는 소리를 들렸다.
그는 조종사를 찾을 탐색하다가 수 십명의 북한군이 사격을 해대는
강변에 잘못 접근하기도 했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SA-16 비행정
북한군의 사격이 더 심해질 무렵에야 나자리언 중위는 전방의
강 수면에서 점멸하는 후래쉬 신호를 발견하였다.
구명의를 입은 조종사가 강변의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비행정이
착수하는 것을 보고 강에 다시 뛰어 들어 헤엄쳐 온 것이다.
그는 조종사에 급히 접근하여 그를 구출했다.
주변 상황은 북한군을 피해서 급한 대동강 이탈을 요구했다.
그러나 비행정의 이수(離水)에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다
그는 아까 착수할 때 상공에서 선회하는 전투기들로부터
강을 가로 질러서 고압선이 설치되었다는 것을 경고 받았었고
강에 착수할 때 밤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했던 그것을 보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수하려는 중요한 순간에 그 고압선이
어디쯤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대공화기와 소화기들이 쏘아대는
판에 이륙 등을 켜고 활주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한정 대동강 하류를 따라서 안전지대까지
갈 수는 없는 문제였다.
이미 대동강에 미군 비행정이 내린 것을 아는 북한군이
하류 쪽에 중무기를 배치해놓고 대기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여튼 조종사를 구한 이상 빨리 이 대동강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SA-16 비행정
상공에서 선회와 무스탕기 조종사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이수하는 비행정 바로 위 전방 상공에서
같은 방향으로 비행을 하면서 착륙등으로 비행정의 전방을 조명했다.
불을 켜지 못한 비행정은 단지 계기와 조명을 보며 이수를 위한
속도를 냈다.
드디어 강을 가로지른 고압선이 보였고 고압선을 통과한 비행정은
어두운 하늘을 향해 기수를 치켜들고 수면을 박차며 이륙했다.
지금까지 구출 작전은 엄호했던 무스탕 기들과 함께 기지로
돌아온 비행정의 승무원들과 생환한 조종사는 기지 요원들의
환호 속에 착륙했다.
존 나자리안 중위는 이 작전으로 미국의 Distinguished Service Cross
라는 훈장을 받았다.
작지만 영웅적인 이 구출 작전은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못하고 역사 속에 묻혀있다.
자료제공 : 야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