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떄 손가락 두개 골절된 추억(?)

축구재이 작성일 08.09.06 09: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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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전역한지 두달 다되가는 육군 예비역병장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다들 저보다 짬밥 아주 많으신데 -_-;; 혹시 머 저런거 가지고 이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뼈도 뿌러져보고 군대에서 다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좋은(?) 경험했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했고 K-55 사수였는데

아마 상말이었을겁니다.  일병때는 추워도 멋도모르고 해서 그냥 어찌 버틴거 같은데 나름 짬밥좀 먹었다는

생각때문인지 이번 혹한기가 너무나 추웠습니다.  손 발이 꺠질듯.

 

거두절미하고  월~금까지 진행되는 훈련중 수요일 아침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침에 밥먹자말자 느닷없이 진지 이동한다고 이동준비 단계를 발령한겁ㄴㅣ다 -_-;;

 

부랴부랴 애들 데리고 밖에 비치해두었던 각종 물자를 적재하고 위장막 걷고 겨냥틀 접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이동목적지는 바로 2분 코앞ㅇㅔ 있는 진지 -_-;;     위장막 빨리 치는 연습을 하기위해 바로 코앞에 깔짝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수측 해치를 열어놔서 측각기 바로 찾아서 방열하려고 사수해치를 딱 열었습니다.

 

열면 해치가 완전 재껴지면서 고정되는 소리 짤칵 소리가 나야하는데 그소리가 안나는 겁니다 이상해서 위를 보는순간

12.7mm 구경까지 보호한다는(?) 해치가 위에 텐트에 걸려 닫혀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제 왼손을 퉁!!! 찍어버렸습니다

장갑까지 끼고 있었는데 순간 좃되따 싶었습니다 1초동안 아무느낌도 안났는데 갑자기 참을수 없는 고통;;

장갑 벗어보니까 가운데 손가락이 짖눌러 져 있고 갑자기 눈에띄게 엄청 부풀어 오르더니 안에서 피가 차고 피가 뚝뚝뚝

떨어지는 겁니다 -_ㅠ  손가락  생각보단 이제  기동전인데.. 게다가 직책이 분대장이고 사수인데 다쳤다고 보고하면

좃될거같단 생각뿐이었습니다  근데 너무 아파서 포대장한테 갔습니다

 

포대장 인상 찡그리더니..(다행히 머라고 말안하고 걱정해주심) 대대 의무대로 데리고 가서 상태를 보게 했습니다

포대장 : 군의관 이애 손가락 어떻게 된거 같애?

군의관 : 음... 뿌러진거 일수도 있고 안뿌러진거 일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정도가지곤 안 뿌러졌을겁니다.

            오히려 어제 애보단 나은거 같습니다.(어제도 저랑 비슷한 환자가 발생)

 

근데 손가락 움직여보니 손가락 안에서 달깍 달깍 뼈소리가 나는걸로봐서 분명 뿌러진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포대장은 기동때문에 포대로 복귀하고 저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상처가 더 아파서 인상 찡그리고 있었는데

 

텐트밖에 우리 행정관 목소리가 들립니다

행정관: C포대 인원장비 이상 없이 이동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주임원서:  이상없어? 그럼 저 의무대 텐트 재는 머야?

행정관 : (의무대 텐트들어오더니 나를보고 놀라며) 이새끼는 또 왜다친거야!!!!

ㅡㅡ;;

그러던 찰나에 대대장  텐트에 오더니 

대대장: " 어제 교육을 했음에도 불구(어제 다친사람떄문에 전체교육실시함)하고 또 다치다니

              대대장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완전 의기소침해 있는데

군의관도 "ㅉㅉ 조심하지 왜 다쳐가지고 부대에 피해입히는거야?

               아 짜증나... 너 한사람때문에 어떻게 병원에 가?           인상은 왜쓰는데?

                어제 다친애는 니보다 더 심했는데 싱글벙글 웃기만 하더라   아 다쳐서 짜증나게."

 

완전 슬펐습니다.. 괜찮냐는 사람 한사람도 없이..

물론 전투력 손실을 입혔다지만;; 그러면서 군의관이 계속 머라고 하니까

상병말임에도 불구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습니다.

'씨바.... 군의관 너는 돌팔이 주제...     전쟁나서 부상당한 사람 나오면 왜 부상당했냐고 갈굴놈이다'

 

 

암튼 군의관은

"뼈 뿌러졌는지 확실치도 않으니까 내 생각에 오늘 또 너처럼 다칠거 같은 사람 나올거같으니까

그떄까지 기다리자 너 혼자땜에 병원에 어떻게 가?"

 

결국 하염없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나중엔...  주임원사, 전포사격통제관 까지 저한테 머라합니다..

 

오후에 갑자기 우리포대에서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위장막 치려고 함마로 팩을 박다가 자기 손가락을 찍어버린겁니다.

언뜻보기엔 그애가 저보다 심해보였습니다. 군의관이

"재가 너보다 더 심한데 웃고 있잖아?        ㅉㅉ"       완전 떄려주고싶었습니다

 

ㅇㅓ찌되었던 그 부상자 후임병떔에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군병원에 가는게 아니라..

X사단 의무대대로 가는겁니다....    

거기서 X레이 찍으니까 손가락 두개가 골절되었다고 판명되었습니다.

 

수술해야하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내과 군의관이라서 모른답니다.

내과군의관 ?  그럼 정형외과 군의관님은 어디계시냐고 했더니..   근취중이랍니다.

 

ㅡㅡ;;그러더니 폰을 꺼내더니 X레이 사진을 폰으로 찍더니 사진전송;;

그리고 근취중인 정형외과 군의관한테 전화로 물어봅니다.

"사진 봤지? 이애 어떻게 해야해?

 

다행히 뼈가 조각나지 않아 수술은 필요없지만 대충 접지할필요가 있다며 뿌러진 손가락 자기손으로 꾹 눌러줍니다....

그리곤 다시 훈련장으로 복귀...

 

쓰라려서 정신도 없고 밤에 잠도 못잤습니다.

침낭밖으로 다친 손 뺴놓고 자는데 진짜 동상걸릴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훈련을 뛰고...

 

경계근무 뺴주긴 하는데 불침번 근무 서고;;(한손으로 전투화끈 못묶어서 활동화 신고 ㅠㅠ)

그담주 바로 군병원 가는게 아니라..우리부대 병원가는날에 맞춰 화요일..

 

다친지 7일 후에나 병원이라는델 가봤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멀쩡하지만...     

군에서 응급환자 있었는데 X사단 의무대 데리고 갔다가 위험하다고해서 국군XX병원 까지 다시 가다가

죽은 병사들 여럿 봤습니다.   민간병원이 더 가까운데 구지 군병원만 고집하죠...

 

열악한 의무시설...

오늘 아침 갑자기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p.s 군병원에서 석고 기부스 해줬는데 휴가떄 나가서 민간병원 가보니..

    누가 요즘 이런 무겁고 두꺼운 기부스 하냐면서 조낸 웃은 기억도 납니다.

    그러면서 엄청 얇고 가벼운 기부스 해준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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