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그루지야 사태로 대립했던 러시아와 미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18일 미국이 동유럽에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신예 다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가 하면,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대립 중인 이란에 러시아제 무기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러시아의 '도발'에 콘돌리자 라이스(Rice) 미 국무장관도 작심한 듯 독설을 퍼부었다.
◆러시아 "미국 MD도 안 두렵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신예 불라바 미사일이 오후 6시45분 러시아 북서부 백해(白海)에 떠있는 핵잠수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20분 후 6700㎞ 떨어진 극동지역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사정 거리가 8000㎞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최대 10개나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날 시험 발사는 미국이 지난달 폴란드와 MD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데 대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뒤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MD시스템이 이란 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러시아는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러시아 "미국의 적은 우리 편"
러시아 국영 무기 수출업체 로소보로넥스포르트의 아나톨리 이사이킨(Isaikin) 사장도 이날 "이란에 대공(對空) 무기체제인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판매하는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란은 2006년 초부터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채 남부 부셰르의 원자력발전소와 중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공장 등에서 핵 개발 활동을 밀어붙여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다.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보도와 분석들도 잇따랐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란에 방공 미사일을 판매하겠다는 얘기는 이 같은 폭격으로부터 핵시설을 보호할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뜻이라고 더 타임스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인 베네수엘라에도 지대공미사일과 장갑차 그리고 2010년부터 생산될 최신예 Su-35 전투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Tu-160 두 대를 베네수엘라에 보내고 쿠바의 레이더기지 복원을 시사하는 등 미국의 턱밑에서 반미세력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17일엔 러시아 외무부가 이례적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남미 볼리비아 정권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료제공 : 동아일보 (9월19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