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주파수 맞추고 집에서 대기하시오”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10.03 18:20
ㆍ핵 전쟁시 방송 대본 英 BBC 30년만에 공개
"이 방송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차분하게 집에서 대기하시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영국의 BBC방송이 작성한 '핵전쟁 발발 시 방송 메시지'의 대본이 BBC 홈페이지를 통해 3일 공개됐다.
이 대본은 핵전쟁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방송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30여년 만에 영국 국가기록원의 비밀 해제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를 중심으로 군비 경쟁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고 있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방송 내용은 "영국이 핵무기의 공격을 받았다. 통신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됐으며 사상자와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로 시작했다. 이어 대본에서는 "당신이 집을 떠날 경우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아무런 보호가 없는 상태에서 물, 식량, 거처를 잃게 된다"고 전했다. 핵폭발 후 방사능 낙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경고했다.
방송 내용은 또 "즉각적 위험이 지나갔다는 메시지는 사이렌으로 알려주며 이 방송에서 반복될 것이다. 가스를 비롯한 모든 연료 공급을 차단하고 모든 불은 즉시 꺼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방송은 "물 소비를 제한한다. 물은 식수용으로만 사용하고 화장실의 물을 내리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식량 공급도 제한하며, 집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할 때까지 이 통제는 14일 이상 지속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송은 "우리는 2시간마다 이 방송을 반복한다"며 "배터리 절약을 위해 주파수를 고정해 놓고 다음 방송까지 라디오를 꺼 두어야 한다"는 당부로 끝났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74년 6월 해럴드 그린우드 체신부 장관의 친서에서는 "방송 메시지는 권위 있으면서도 기운을 북돋는 어조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 출처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