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비 무인화 확대속 20억弗 비밀 프로젝트 등 의혹 잇달아 주목
유인기 보다 훨씬 작고 가볍게 제작 가능
'인체 속도부담' 없어져 마하10 극초음속 비행도
한번의 오작동으로 핵폭탄 사고 등은 논란 예상
노스롭그루먼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디자인. B-2 스텔스 폭격기와 유사한 가오리연 형태다.
미 해군의 차세대 공격형 무인전투기로 선정된 노스롭그루먼의 X-47B가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미군의 유일한 스텔스 폭격기다. 하지만 B-2 스텔스 폭격기는 지난 1980년대 개발된 모델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오는 2018년까지 B-2 스텔스 폭격기를 대체할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10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차세대 폭격기는 핵폭탄을 포함, 총 6.4~12.7톤의 무기 탑재가 가능한 아음속 폭격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F-22 랩터 수준의 방어체계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와 관련한 세간의 최대 관심사는 따로 있다. 무인화 여부다. 과연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무인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해낼까.
현재 미 공군은 B-52 폭격기, B-1B 폭격기, 그리고 B-2 스텔스 폭격기 등 세 가지 기종의 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중 B-2 스텔스 폭격기는 미국의 유일한 스텔스 폭격기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모두 탑재할 수 있으며 공중급유를 받으면 최대 44시간의 비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구상에 있는 어떤 표적도 B-2 스텔스 폭격기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B-2 스텔스 폭격기는 노스롭그루먼이 1980년대 개발해 1997년 실전 배치된 기종으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각종 전자장치들이 인텔 286 프로세서로 통제된다는 게 대표적 사례.
미 공군이 2037년까지 B-2 스텔스 폭격기를 대체할 미래형 스텔스 폭격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때까지 B-2 스텔스 폭격기만으로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미 공군은 과도기를 메워줄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100대를 2018년까지 도입, 운용할 계획이다.
F-22 랩터의 방어체계 채용
현재 보잉ㆍ록히드마틴ㆍ노스롭그루먼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아예 연합팀을 구성해 공동 개발에 나선 상태다.
미 공군은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의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측이 제시한 시안을 통해 기본적인 성능과 기능은 상당 부분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는 공중급유 없이 3,200㎞를 비행할 수 있으며 핵무기를 포함해 총 6.4~12.7톤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아음속 항공기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B-2 스텔스 폭격기처럼 레이더 신호를 반사하는 꼬리날개가 없는 가오리연 모양이다.
또한 한층 정밀한 동체 표면설계와 마감공법을 적용, 레이더 피(被)탐지율을 최소화했다. 자세한 것은 비밀이지만 첨단 컴퓨터 모델링을 거쳐 레이더 신호 산란능력을 극대화한 동체 디자인을 완성했고 악천후에 취약성을 드러낸 기존 페라이트(ferrite) 전파흡수제 대신 날씨에 강한 신개념 소재로 표면을 코팅할 예정이다.
이 기술들에 힘입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는 레이더 신호 반사량이 모기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어떤 고성능 레이더로도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체 방어력에서도 B-2 스텔스 폭격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에 쓰인 방어 시스템을 이식한데다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것. 특히 기체에 날아오는 미사일은 물론 지상의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는 극초단파 또는 레이저 무기의 채용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핵무기 탑재 무인 스텔스 폭격기
이처럼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스텔스 기능과 막강한 공격 능력을 바탕으로 하늘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와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따로 있다. 무인화 여부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이 핵무기를 탑재한 무인폭격기 개발이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항공 전문지 '애비에이션 위크'도 지난해 봄 이 같은 의혹의 일단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 공군 예산에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관련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다. 반면 노스롭그루먼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재무성과 보고서의 항공기 사업 부문에는 전에 없던 20억 달러 규모의 비밀 프로젝트가 적시돼 있다. 양측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게다가 노스롭그루먼은 B-2 스텔스 폭격기 개발자이자 지난해 말 미 해군의 차세대 공격형 무인전투기로 선정된 X-47B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노스롭그루먼은 예전부터 X-47B의 대형화 버전 제작에 큰 관심을 표명해왔다. 이 같은 정황에 의거해 군사전문가들은 노스롭그루먼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를 B-2 스텔스 폭격기와 X-47B가 융합된 무인기로 설계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인 스텔스 폭격기에 대한 의구심은 보잉도 제공했다. 지난해 1월 대릴 에이비스 보잉 첨단시스템사업부 사장이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가 유인기가 될지 무인기가 될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것. 이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를 무인화하려는 논의가 실제로 있었으며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무인화의 이점과 위험성
사실 미군은 오래 전부터 각종 군장비의 무인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3년 발족된 미래전투시스템(FCS) 프로젝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FCS는 미래의 전쟁에 대비한 군 첨단화 사업으로 2015년까지 군용차량ㆍ항공기 등 모든 군장비의 3분의1을 무인화ㆍ자동화한다는 게 핵심 목표다.
도대체 왜 미군은 이렇게 조종석과 운전석을 없애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무인화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전투기를 예로 들면 무인기는 동일한 능력의 유인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제작비용이 저렴하다. 무기탑재부 등 몇몇 부위를 제외한 동체 대부분을 완전 밀폐구조로 설계해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증진할 수도 있다.
또한 고속비행을 할 때 인체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만큼 속도의 한계도 없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채용하면 마하 5, 마하 10의 극초음속 전투기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군사 분야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무인 스텔스 폭격기는 적군에게 들키지 않고 표적의 상공에 며칠이라도 머물 수 있다"며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는 폭격기의 군사적 가치는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 공군은 이라크에서 1,000대 이상의 무인기를 정찰과 공격 임무에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인기에 대해 거의 종교적 수준의 신뢰를 갖고 있다"며 "올해는 유인기보다 무인기를 더 많이 구입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래식 폭탄이나 미사일을 장착한 기존의 무인기들과 12.7톤의 핵무기를 탑재한 무인 스텔스 폭격기는 엄연히 다르다. 단 한번의 오작동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군사무기 무인화가 지속되는 이상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인기는 향후 가장 뜨거운 군사적 논쟁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공군이 정말로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의 무인화를 모색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엄중한 기밀을 유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