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긴장 고조 행위로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 이후 남북한 해군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또 한 차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해군은 제2연평해전 때 북한 해군의 기습공격으로 장병 6명이 전사하고 참수리 357정이 침몰하는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절치부심(切齒腐心)해왔다. 제2연평해전 때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도 신형 함포 장착 등 장비보강과 훈련강화를 계속해와 양측 해군이 또다시 충돌할 경우 상당한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북, 신형 함포 장착=1999년 제1연평해전과 2002년 제2연평해전 때 북한 경비정들은 명중률이 떨어지는 구형 함포 및 기관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바다에서 쓰기엔 부적합한 85·100㎜ 전차포 등을 장착했고, 포탑에 덮개가 없어 우리 해군이 고폭탄(高爆彈)을 함정 위에서 터뜨려 인명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북한 해군은 제2연평해전 이후 일부 함정의 함포에 덮개를 씌우고 명중률을 높인 신형 함포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해상 기동훈련을 강화하고 해안포도 구경 76·100㎜ 포에서 122·130㎜로 대구경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30mm 포의 사정거리는 원래 24㎞였으나 개량을 통해 35㎞까지 사정거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제2연평해전 때 기습공격에 성공했지만, 우리보다 더 큰 인명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설욕을 벼를 것"이라고 말했다.
◆남, 신형함정 배치 및 교전규칙 강화=우리 해군은 제2연평해전 이후 신형 함정 배치 등 전력보강 작업을 계속해왔다. 제2연평해전 때 참수리 357정 피격을 교훈 삼아 함교(艦橋) 등에 장갑판을 대고 위성통신 장비를 장착하는 등 장비를 보강했다. 220~400t급 북한 경비정에 비해 작은 150t급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할 570t급 신형 미사일 고속함 1번함도 지난해 실전 배치했다. 이 배의 함명은 제2연평해전 때 침몰한 357정의 함장 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따 '윤영하함'으로 명명됐고, 함장도 제1연평해전의 영웅 안지영 소령이 임명됐다. 합참과 해군 등 군 당국은 북한이 NLL에서 다시 도발할 경우 백령도 등에 배치된 K-9 자주포, 해군 4500t급 구축함, 초계함, 호위함 등의 76·127㎜ 함포, 공군 F-15K·KF-16 전투기 등 지·해·공 전력(戰力)을 총동원해 초기에 제압한다는 계획이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논리에 의해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교전규칙을 적용해왔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이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연평해전 때는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해 내려와도 선제사격은 하지 말라는 지침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정으로 북한 경비정에 부딪히는 '밀어내기 작전'을 펴야 했다. 제2연평해전 때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경고방송을 하느라 700여m까지 접근했다가 북한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