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고 기다려지는 시간은 바로 식사시간이다. 무엇이 이 시간을 그토록 즐겁고 기다려지게 만드는 것일까?
잠수함 조리실은 수상함에 비해 겨우 두명만이 조리가 가능한 공간으로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되는 요리는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잠수함 승조원들의 식단이 빈약한 것은 아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보통 성인의 일일 영양 권장량은 2,500㎉이지만 잠수함 승조원들은 좁은 공간으로 인해 육체적인 활동량은 다소 적으나 소리만 듣고 항해하는 특성때문에 고도로 정신을 집중하여 당직근무를 하거나 항상 긴장하기 때문에 수상함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일일 섭취량(4500kcal)보다 500㎉ 높은 약 5,000㎉를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은 없다.)
잠수함은 특성상 육상과 같은 싱싱한 채소를 먹기는 어렵다. 하지만 승조원들은 균형잡힌 식단을 위해 오이, 당근, 양파 등의 채소를 저장해 두었다 먹으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있다.
또한 승조원들이 즐겨먹는 야채 중에는 고추가 있다. 좁은 곳에서 소음을 최소화하다 보니 승조원들은 땀흘릴만한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승조원들에게 땀흘릴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음식이 바로 매운고추. 따라서 잠항이 길어질 때에는 여기저기서 고추를 먹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후식으로 사과, 배 등 과일을 먹고 있으나 수박은 먹지 못한다. 왜냐하면 수박씨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함내 청결과 장비손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 승조원이 가장 축복받은 것은 건강음료인 심해수를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한병(1ℓ)에 약 5천원 이상되는 심해수를 잠수함 승조원들은 밥을 해먹고 커피를 타 마실수 있다. 특히 처음 잠수함에 승조한 이들에게는 심연의 심해수를 함장과 함께 마시게 하여 진정한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잠수함에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식사 문화가 있다. 흔히 ‘서빙 데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함장에서부터 하사에 이르기까지 승조원 각자가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날이다.
‘서빙 데이’는 조리병도 없는 상황에서 조리장 혼자 모든 식사를 담당하다 보니 생기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조리장이 아니라 승조원 각자가 직접 만든 요리를 동료들에게 대접하며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 식단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서빙 데이’에는 각자가 만든 음식이 일상의 이야기 거리가 되며 동료들과의 식사를 더욱 윤택하게 하는 ‘조미료’가 된다.
조리장 주도하에 실시되는 부식적재 특공작전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도면을 갖고 적재공간을 확인하며 신선도 유지를 위해 부식적재 순서를 결정하는 등 철저한 계획에 따라 실시된다.
잠수함 식품이 우주선 식품처럼 특수한 전용 식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장 및 조리공간이 협소하다는 잠수함 특성으로 보관이 용이하고 조리가 간편하며 고영양가와 장기보관이 가능한 반가공식품을 이용한다.
잠수함에 싣는 재료는 덩어리째가 아니라 한끼 식사에 필요한 양만큼씩 나누어서 적재해야 하며 좁은 공간내에 냉동ㆍ냉장식품과 일반 보관용으로 구분하고 식단편성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재한다.
따라서 전입 초기의 조리장이 자칫 순서를 뒤바꾸어 예상치 않았던 부식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부식적재를 위해 작은 공간 하나하나라도 활용하여 퍼즐게임처럼 부식을 최대한 깔끔하게 적재함으로써 자신들의 휴식공간을 확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장을 발사하고 비어있는 어뢰발사관을 활용하기도 한다.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식기류는 수상함의 사기그릇과 달리 멜라닌그릇을 특수제작하여 사용한다. 이는 그릇이 깨지지 않게하여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릇 크기가 작은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식기류의 개수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인원수에 맞게 제한하여 적재한다. 조리장의 실수로 식기류 일부를 적재하지 않고 출항하여 임무 전 기간동안 수저만 사용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적재 단계부터 조리, 식사시까지 자신이 먹을 분량만큼만 철저히 계산하여 잔반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감자탕, 해물탕 애호가들은 매주 1~2회 먹기를 희망하나 쓰레기가 많이 발생되는 조리특성으로 2주 1회만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민 애호식품인 삼겹살은 냄새와 연기로 인하여 잠수함에서는 조리가 어렵기 때문에 찜이나 볶음으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장시간 조리가 요구되는 곰탕은 디젤잠수함에서 생명과 같은 축전지 전원사용을 최소화 하기위해 잠수함 식단에서 과감히 제외된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식사 분위기는 그 어느 부대보다도 화기애애하다. 비밀은 바로 좁은 장소. 장소가 좁다보니 식사시간이 되면 승조원들은 좁은 식사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식사를 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루에 3번씩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하는데 친해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또한 잠수함에서는 승조원들이 돌아가면서 조리장을 도와 조리와 설거지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상의 협동정신이 바로 잠수함 승조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장기간의 항해를 마치고 승조원 총원이 함께 축구를 하면서 땀을 흘리고 따뜻한 목욕을 한다음 삼겹살을 구어먹는 즐거움은 그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준다.
[출처 해군 블로그 블루페이퍼 blue-paper.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