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자기 역할에 충실한 전정기관에 의한
배멀미를 참아내면 소연평도를 거쳐 대연평도에 도착하게 된다.
연평도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북쪽 영토와 중국 어선이 육안으로도 식별되는 바다상의 최전방이다.
꽃게잡이철이면 의례적인 북측의 군사적 도발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연평부대, 서해 5도 중 하나이자 서해 꽃게잡이의 중심항이 있는 연평도를 지키고 있는
해병대 사령부 직할부대의 이름이다.
4월 말 늦봄까지 벚꽃눈이 내리던 서해 연평도에 다녀왔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통상적인 표현에 빗대면, 연평도에서는 정말 '도민(島民) 반, 해병대 반'이란 말이 사실로
다가온다.
백주대낮에 골목골목 다니는 군용짚차의 거친 엔진소리에도 '뭐 대수냐'는 듯이 동네 강아지조차 낮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연평도에서는 부대와 마을과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軍民이 하나되어 살고 있는 곳이다.
인천은 연안쪽으로 가면 여느 시골이나 지방과 달리 산을 보기 힘들다.
더욱이 마천루라고 할만큼의 높은 건물들도 드물다.
그래서, 처음 접한 사람들은 하늘이 더욱 넓고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배를 타고 나가면 바다라는 평지에 드물지만 우뚝우뚝 솟은 섬들이 마치 바다의 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정말 섬에 있는 산이 산일까?
산이라면, 그리 험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봉우리들 만들어내는 순박한 곡선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그 작은 산세를 따라 연평부대에서 운용하는 전차들이 굽이굽이 만들어낸 길 역시 아담하게 느껴진다.
유격교장 바닦을 정갈하게 나누어 놓은 그림자들...그 사이에 홀로 자유로운 존재 빨간모자 조교!
"힘드냐? 그래도 오늘 안에 끝난다!"
4년전...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유격체조를 받던 당시 교관이 해줬던 말이다.
그 말에서 허탈감, 아니면 희망이 보았을까? 동기들 모두가 미친듯이 웃었더랬다...
"그래...아무리 힘들어도 17시 30분이 되면 밥주고 22시면 재워주겠지!"라는 자기체면으로 그 날 유격을 끝냈다.
지금도, 휴식시간에 탈진 방지를 위해 뽀까리스웨트 한 캔 먹여놓고
진정한 스웨트를 쥐어 짜내던 조교들 생각하면....... >_<
완수신호!
영화에서 군 또는 경찰들이 침투, 잠입을 할 때 동료들끼리 손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 장면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실제 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면 폭발음, 총성 등 소음이 큰 상황이나,
대침투 작전이나 은밀함이 요구되는 임무를 수행할 때와 같이
구두로 의사를 전달하기 힘들 때 완수신호가 사용된다.
기습상륙과 침투의 대명사인 해병대원들에겐 필수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다.
훈련을 마치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신변정리 시간을 갖는다.
사격장은 유격장과 더불어 엄중한 군기가 확립되는 곳이다.
여느 전투사격훈련과 다름없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철저한 통제와 절차에 따라 연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변함없이 1개의 탄피 수거에 총동원된 병사들의 모습마저도 다름없었다. ^-^;
일과시간 중 야간 해안 경계와 보초를 위한 시설 보수에도 여념이 없었다.
바다를 경계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도서지방이다 보니 북향 해안가에는 소형 보트가 정박할 수 없도록 철심을 박혀 있고
시야가 탁트인 고지에는 참호와 중화기 등 적군 침투를 저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24시간 근무가 많은 이 곳 연평부대에서는 간식을 먹거나, 개인 신병정리, 휴식, 운동, 독서 등 각자 틈나는 시간활용에 익숙하다.
후방지역 부대는 일과가 끝날 시간을 알리는 국기하강식이 전방부대에서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전방부대가 모두 그렇듯이 야간 경계ㆍ순찰 임무는 가장 중요한 일과이기 때문이다.
연평부대의 작전 구역은 부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부대이자 집인 연평도 전체가 그들에게는 감시하고 보호해야할 대상이다.
부대를 나서서 해안도로를 돌아, 항구를 거쳐 부대로 복귀하는 야간 순찰 코스를 뒤따라 가다보니
군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해가 뉘엇뉘엇 질 때 쯤부터 출항했던 연평도민들의 어선들이 속속 돌아온다.
군 부대원들은 그 날 출항했던 배들의 복귀를 일일이 체크하는 하고 해안 경계 임무에 돌입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인근 해안을 서치라이트로 비추고, 해안가 절벽을 따라 설치된 철책이 이상유무를 확인하며
도서지방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미동도 없는 밤하늘과 고요한 수평선이 만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시야를 밝혀주는 달빛과 깨알같은 별빛에 의지한채 연평부대원들의 눈은 오늘도 북쪽을 향해 있다.
그들의 노고와 희생에 사무치는 고마움이 가득하다.
[출처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