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여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
1894년 청일전쟁 뒤 계속 증강한 군사력에 힘입어 10년이 채 되지 않아 20만의 육군과 26만 톤의 함대를 갖춘 군사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1903년 8월 러시아 군대가 만주에서 철수할 것과 한국에서의 일본의 우위를 승인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러시아가 만주에서의 철병을 거부하고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우월권을 인정하지 않자 일본은 1904년 2월 8일 선전포고도 없이 여순군항[려순 -뤼순旅順軍港]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함대를 기습 공격해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청일전쟁에서 승리 이전부터 러시아의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던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막강한 러시아 제국과의 일전을 준비했다.
전쟁의 시기가 1904년이 된 것은 이미 한계에 달해가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이전에 결판을 내야 한다는 사이에서 도출된 시점으로,일본의 국가적 흥망이 이 전쟁에 달려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쟁의 승패는 한반도 주변해역에서의 해상권 확보가 관건으로,
러시아의 해군은 크게 태평양 함대, 발틱함대, 흑해 함대로 구성되었다.
태평양 함대는 러시아 해군 중에서도 정예로 그것만으로도 일본의 전해군세력 70~80%에 달하는데,전쟁이 시작된다면 본국에서 증원함대를 파견해서 이것이 여순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태평양 함대와 합류할 경우,세력비는 2:1로 완전히 압도될 상황이었다.
해군이 격파당해 해상권을 상실하면 만주에 전개될 일본육군은 그렇지 않아도 강대한 러시아 육군에게 압사될 것으로,일본은 전력을 기울여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에 나섰다.
서전에서는 예정대로 몇배의 전력을 투입해서 계속 승승장구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여순에 도사린태평양 함대의 동향이었다.
전쟁 이전에 일본해군의 초기 전략은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산티아고 항을 봉쇄(시도)한 것처럼 여순 항의 좁은 입구를 낡은 증기선 등을 가라앉혀서 막아버리고, 소수의 경계병력을 남겨두어 요새병력의 진출을 막아버린다는 것이었지만 결과가 신통지 못하자,결국 해군은 여순항을 봉쇄한채로 요새 육군에게 부탁하여 노기 마레스케의 지휘하에 제 3군을 편성 요새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군관 노기는 무모한 돌격전술로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히로세 다케오역시 자원해서 여순항 폐쇄 작전을 지휘하여 2차례에 걸쳐서 위험한 작전에 나섰으나 부하가 행방불명되자 그것을 찾으러 갔다가 실종되었다.
아무튼, 폐쇄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태평양 함대 사령관으로 러시아 최고의 제독으로 이름이 높던마카로프 제독은 함대를 온존시키되 항구 밖으로 진출, 일본 함대를 도발하는 함대기동을 하여휘하 함대의 사기를 높이고 기동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으나, 이를 역이용한 일본군이 정해진 기동로에
기뢰를 설치하여 마침내 기함 페트로파블로스크와 함께 마카로프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여,기뢰의 유용성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에는 일본해군이 기뢰의 유용성을 입증하게 된다.
러시아 해군이 보복으로 항구 외해에 설치한 기뢰에 걸려 주력인 미카사 급 전함 2척을 상실하는대 피해를 입는다.
이로서 주전력의 1/3이 상실되는 대 피해를 입은데다가,육군의 항구 공략은 계속 늦어지고 피해만 늘어나고 있었으며, 장기간의 항구봉쇄로 함대의
기동력이 저하되는 등, 초조한 상황에 일본해군은 몰리고 있었다.
그러나 요새 내의 러시아 군도 보급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함대가 블라디보스토크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일본군의 기습으로 불타는 여순항(Arthur)의 러시아 함선들
일본군의 의표를 찔러 거의 성공한 듯 보였으며 만약 성공했다면 일본군의 작전 수행은 엄청난 지장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에는 대단히 불행하게도 비트게프트 소장이 탑승한 기함 레트위잔의 사령탑에 12인치 주포가 명중,함대 사령부가 전멸하고, 통솔체계가 엉망에 빠지면서 탈출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일본군은 러시아 전함 2척과 순양함 1척을 파괴하고 여순항 전투에서 승전하게 되었다.
이후, 여순 공략전 최대의 격전지 203고지를 점령한 일본육군의 포격으로 항내의 태평양 함대가 괴멸되면서,일본해군은 마침내 멀리 희망봉을 돌아오는 발틱함대를 만전의 태세로 기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제공 : 두산백과사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