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금 세대분들과는 약간 틀린 과거의 군생활이라 생각해주시고..
나름 군생활 재미있고 신나고..충실히 보낸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입니다.
각설하고..
저는 군대를 미루다 미루다 가게되서 102보충대에서 젓가락부대 신교대에서 훈련받고
강원도에 있는 자부대로 소속되어 가게되었습니다.
주특기는 070 입니다..
< 제때는 지금과 같이 4자리 주특기가 아닌 3자리 주특기였습니다 900 <행정> ---> 3111 <부관>
100 <보병> ---> 1111 ㅡ<일반보병> ? 맞나요? 암튼...
신교대에서 손수 땀질한 오바로크도 안되어있는 모자 눌러쓰고 앉아있길 일주일...
다른 동기들은 뿔뿔이 밑으로 내려가는대.. 혼자 남게되었습니다.
어찌어찌 신고까지 마치고..
대기내무반이 아닌 1내무반에 홀로 허리펴고 가슴펴고 두주먹은 무릎에 가져다놓고 앉아있기를 어언 두시간..
당시 부대는 왠일인지.. 정신이 없더군요..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살포시 일어나서 내부반 안쪽 식수대에 가서 물을 마셨습니다...
물을 마시고 돌아서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들어오는 완장 .... 저의 이등병 시절 최고의 댐딜이셨던.."박모병장님"
"너 뭐냐?"
순간 당황된 저는..
"네?"
눈꼬리가 싸악 올라가는 완장...
"네에?"
더더욱 당황되는 저는. 한손에는 먹다만 물컵을 들고 몸은 비스듬하게 틀려있고.. ㅜㅜ
"이..이병 조아무개.. 1993년 4월 xx일부로.. .."
순간 더더욱 눈꼬리가 올라가면서 목에서 쇳소리를 내는 이 완장..
"캬~~~ 이 쇄에끼"
갑자기 내무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립니다.
잠시후..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상병기지개 집합!!!!" <기지개 = CP : 이병 일병 상병까지 있으며 말호봉 또는 각 계급을 대표하는 계급 / 간혹 병장 기지개를
집합시키기도 하는대.. 병장기지개는 신병보다 아래 계급으로 인식함 ㅜㅜ = 아저씨 = 병든닭 = 폐물>
이쪽 저쪽 내무반에서 소통조가 복명복창으로 소리를 질러댑니다.
잽싸게 물컵을 내려놓고 내무실 제일 바깥쪽 자리에 각잡고 앉은 저는 알수없는 불안감에.. 손이 오글거립니다. ㅜㅜ
20분쯤 후...
밖에서 고합소리가 들립니다.
"일병기지개 집합!!!!"
또 시간이 흐르고..
대략 30분후.. 점심시간이 다되갑니다.... 저는 속으로 제발제발을 외쳐대고...
문이 벌컥열립니다..
아.. 마빡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노란색 벽돌 두장이 올려진 그대.. 전라도 출신으로 일단 지르고 보셨던..
황모병장님... 아니 당시에는 황모일병님
"너 아까 뭐했냐~아?"
"이..이병 조 아무개 그게.. 그게.."
"아까 일직하사님한테 걸렸을때 어디있었냐고 쇄꺄!!! 위치로!!!"
"위..위치로!!"
식수대로 쪼르르 달려간 저는 어정쩡한 자세로 식수대 앞에 섰습니다..
그순간..
저쪽에서 달려오는 황모일병님이 보이는가 싶습니다..
아.. 워커발이 보입니다.. 이거 맞으면 죽겠구나 싶은대.. 피하면 군생활 제대로 못끝낼듯 싶더군요...
퍽!!!
정확히 복부에 황모일병님은 군화발 작렬... ㅋㅋㅋㅋ
숨도 못쉬고.. 그자리에서 무릎이 꿇리더군요...
숨을 쉬어야하는대.. 하는대... 하다가 꼬르르륵~~ 정말로 좀있슴 40인대.. 난생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기절이란걸
하게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담배 한개피 피우고 다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