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박물관 ‘유슈칸’ 대전시관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각종 무기들이 가득차 있다. 지난 6월 말 찾은 대전시관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가이텐’(回天·?5s사진)이란 이름의 인간어뢰다. 길이 14m75㎝, 둘레 1m의 원통형 모양인 인간어뢰는 금방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반짝반짝 윤이 났다.
야스쿠니 신사 쪽이 소중하게 전시한 인간어뢰의 제원과 작전내용이 적힌 팻말은 일제의 전쟁 광기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태평양전쟁 말기 제공권과 제해권을 빼앗긴 일본 해군이 마지막 수단으로 고안해 1944년 8월 처음 작전에 투입한 가이텐은 하늘의 가미카제와 같은 자폭 무기다. 잠수함이 적함에 가능한 한 근접해 가이텐을 발진시키면 사람이 조종해 적함을 격침하는 것이다. 일단 부딪히면 어떤 함선도 침몰하도록 맨 앞에는 1.55t의 폭약이 장착돼 있다. 최고 시속 56㎞로, 일단 발사되면 조종간을 잡은 병사는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살아돌아올 수 없다. 탈출장치도 없다. 승조원은 적함 격침에 실패하면 적에게 인간어뢰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폭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
올 초 <테러의 진짜 범인>이란 책을 통해 유슈칸의 전시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한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은 가이텐을 만든 발상에 분노를 나타냈다. “쇠로 만든 좁은 원통의 어뢰는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공간밖에 없어 마치 관처럼 보인다. (병사가) 그 안에 들어가 적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쟁의 무모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그러나 야스쿠니 쪽은 이 무기를 옛 일본군 위용의 상징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자료에는 “종전 직후 맥아더 사령부의 참모장이 일본 무관에게 ‘가이텐을 탑재한 채 작전 중인 잠수함은 몇척인가. 곧바로 작전을 중지시키라’고 명령했다. 이것은 가이텐이 얼마나 미군에게 공포와 위협을 주었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가이텐은 1944년 11월 첫 작전에서 기지에 정박 중이던 미군 유조선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렸다. 곧바로 미군이 각 기지의 연안 경비를 강화하자, 일본군은 항해 중인 수송선단 격침 작전으로 바꾸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국가이텐모임에 따르면 인간어뢰와 관련해 모두 106명이 숨졌다. 평균 나이는 20.8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