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 무기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두드러진 가격 경쟁력과 탄탄한 연구인력, 국력 신장에 따른 재원 확
보 등에 힘입어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 무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10월1일 국경절 열병식 당시 첨단 무기를 대거 외부에 공개한 것도 국제 무기 시장에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는 게 서방 군사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중국 제3세대 전투기 젠-10전투기는 중국의 역점 수출 품목이다.
미국의 '항공주간(Aviation Week)' 최근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제3세대 전투기 젠-10을 올해 국제 무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젠-10은 미국 록히드 마틴이 만든 F16 전투기에 맞서기 위해 만든 것이다. 1998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이후 인민해방군 일선 공군 부대에 실전 배치를 모두 마쳤다.
수출 가격은 대당 4000만달러 선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최근 구매한 F16이 대당 80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값이다.
중국은 젠-10에 장착하는 러시아산 항공기 엔진을 대량 구매해 전투기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친 바 있다. 첫 고객은 중국의 맹방인 파키스탄으로 가닥이 잡혔다.
파키스탄은 14억달러를 들여 젠-10을 구매할 예정이다. 82년부터 미국 F16을 주력 기종으로 활용해온 파키스탄은 맞수인 인도 공군을 견제하기 위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젠-10의 대량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지대공 미사일 훙치-9앞서 중국은 2007년 3월 젠-10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진 샤오룽 전투기 150대(12억달러어치)를 파키스탄에 판매한 바 있다. 샤오룽이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제작한 것이라면 젠-10 전투기는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경 전투기로도 쓸 수 있는 훈련기 '카라코람 K8' 6대(5800만달러)를 볼리비아에 판매하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 베네수엘라에도 18대를 올해안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는 자국 내 마약상 소탕을 위해 K8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또다른 야심작은 미사일이다. 중국은 지난 11일 대기권 밖에서 움직이는 미사일을 격추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사용한 미사일은 훙치9 지대공 미사일로 1기당 1억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스라엘을 통해 극비리에 입수한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술과 러시아산 S400 요격 미사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자체 연구 성과를 가미했다고 보고 있다. 사정거리가 125㎞로 패트리어트보다 짧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러시아산보다 50% 싸다.
이번 요격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중국산 요격 미사일은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맞을 것으로 중국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란, 시리아 등 중국의 맹방은 물론 터키 등 요격 미사일 망 구축에 관심이 많은 나라를 대상으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순항 미사일을 인도네시아에 팔았다. 인도네시아는 1기에 100만달러인 프랑스 엑조세 미사일의 절반 가격인 중국산 순항 미사일을 최종 선택했다. 또한 에콰도르에는 방공 레이다, 페루에는 B-2000 탱크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소총류 등 경화기를 주로 원유 수출국가인 중동에 집중 판매했다. 최근에는 전투기, 함정, 미사일 등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가의 덩치 큰 무기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국도 아시아는 물론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무기 수준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꼽힌다. 주로 러시아에서 도입한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주 관련 분야 등 일부는 이미 '스승'인 러시아를 넘어서 미국을 뒤쫓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무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인건비가 싸면서도 엄청난 규모의 연구인력이 무기 개발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과감한 기술 이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밖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차관 제공 형식을 갖추거나 원유와 맞바꾸는 것도 무기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중국은 앞으로도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다. 최근 버마가 샤오룽 전투기를 4억달러어치 구매하려다가 취소한 것도 경쟁 기종인 러시아제 미그-29보다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술개발을 가속화할 경우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국제 무기 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홍인표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