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유니콘 16님 글을 보고, 저도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한번 올려봅니다.
저도 공군 출신이에요. 20비 수송대대에서 올해 초 전역했네요.
재미와 빠른 서술을 위해 음슴체로 써내려가겠습니다.
일병달고 어느때부턴가 옆구리랑 허리쪽이 찢어지듯 아파서 항의전대에 갔는데
군의관은 제 말만 듣고는 'ㅇㅇ 근육통이네 파스랑 진통제 줌.'
올ㅋ 내가 일을 너무 열심히 했구나.. 약먹고 파스를 아무리 붙여도 안나음.
그래서 다시 갔더니, '아직도 안나음? 파스랑 진통제 많이 줌.'
오.. 올ㅋ 이번엔 낫겠구나.. 안나음.
내가 그때 담배를 BX에서 한라산(2000원에 맛은 걍 순수한 고전적인 담배맛. 대신 길이가 김)을 사다 피우는데
거기다가 허리에 파스까지 붙이고 다니니, 병사나 간부나 나보고 할아버지라고 놀림
그러다 상병을 달고.. 어느날 옆구리, 허리, 배쪽이 미칠듯이 아파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면서 의무대로 가니까
배 아프다고 한 것 때문인지 그땐 X-ray 찍어주심.
옴머나. 신장에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돌이 생겨잉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사리인가.
군의관 - 너이놈 니몸에 돌이 이만치 커지도록 뭐한거?
...근육통이랄 땐 언제고.ㅠㅠ
그래서, 군병원 중 甲인 수도통합병원. 즉 '수통' 으로 패스됨(공군도 병사는 그리로 감요. 아니면 대통으로.)
하지만 그곳에서도 낚시는 계속되었으니..
일단 처음에는 '외진' 으로, 아침에 갔다 수진받고 다시 자대로 오는걸로 가서 비뇨기과 진찰을 받았는데,
군의관 - 돌이 크구나. 오늘은 돌을 깨고 다음주에 다시 오면 되는 것이다.
라길래, 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가보다.. 하고 '체외충격파쇄석기' 라는 하이테크한 비주얼의 의료기기에 누웠음.
이게 겉에는 데미지가 없는데, 일정 깊이를 설정하면 그 깊이에 망치로 두드리는 데미지를 주게 설계된 머씬.
이라는 의무병의 설명을 받고 땅땅땅 기계가 내 돌을 두드리는 소름돋는 사운드... 를 감상한 뒤 약타서 자대로 ㄱㄱ
대략 나으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됨
버스에서 잠들었다가 자대에 도착해서 '다음주에 또 가야한다고 보고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몰려오는, '산통과 같다고들 하는 고통'
나중에 추정하기를, 쇄석기로 부순 돌조각이 신장에서 요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난 여기서 잠깐 쉬어야겠어.' 하고 눌러앉은
요.로.결.석 (걸려보신 분은 아실거에요...ㅠㅠ)
일주일동안 자대 의무대에서 먹은건 먹는대로 전부 다시 쏟아내고, 소변엔 피&돌이 섞여서 나옴
미칠듯이 아픈데 군의관은 '수통에서 받아온 약 머겅 두번머겅' 하고...
결국 일주일동안 살아남은 나는, 다시 수통으로 ㄱㄱ... 그런데 저번주랑 군의관이 다른 사람임.
일단 X-ray 다시 찍고나서 군의관이랑 같이 보는데, 내가보기엔 사이즈의 변화는 전혀 업ㅂ었음.
그런데 이양반이 갑자기
너능 세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치.
배를 째고 돌을 꺼내거나,
신장이랑 방광 사이에 카테터(관) 을 넣고 돌을 계속 쇄석으로 가루로 만들어서 소변으로 나가게 하거나,
그냥 아파도 참고 살덩가. ㅇㅇ
저번주엔 그냥 깨고 가면 된다더니....
그때서야 내 신장에 있는 돌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군병원에서 배는 절대 째지 마라' 라는 글을 많이 봐와서, 내 선택은 두번째였음.
그래서 준비하나 안해왔지만 바로 비뇨기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음.
그리고 카테터를 심기 위해 방광경을 함.
내가 살면서 병원에 입원한적도 없고 어디 부러져본적도 없는데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라서 한것이 방광경...
방광경을 쉽게 말하면 요도(...) 로 들어가는 내시경임요..
자세히 서술하기엔 글쓴이가 생각만 해도 아픈 기억이라 생략함ㅠㅠ
다만 시술하면서 얼핏 본 혈압 모니터가 200이었음.
카테터를 넣었으니, 이제 요로가 막힐 걱정은 없으므로 2주동안 이틀에 한번씩 쇄석술을 받았음.
원래는 쇄석 하고나서 4-5일 후 한다는데, 그냥 2일에 한번..
쇄석술 받고 나면 핏빛 소변에서 돌조각 찾아서 통에다 보관하고.. 그걸 이제 성분검사한다고 가져감.
그리고 퇴원해서 자대로 가서 운행나가고 작업하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외진가서 돌 부수고 오기를 세달.
결국 돌이 모두 가루가 난 지경에 이르렀기에 또다시 방광경으로[...] 카테터를 뽑고,
바로 소변보는데 피와 함께 우렁차게 남은 돌조각이 쏟아져나오면서 이 이야기는 끝남.
그런데 성분검사하고나서 군의관한테 이 돌이 왜 생긴거냐고 했더니 자기도 알 수 없다고...
요약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의무대에선 파스랑 진통제만 줌.
배아프다니까 X-ray 찍어보니 돌이 신장에 잉네?
방광경으로 카테터 심고서 신나게 돌을 때려잡음.
만약 군에서 아프다면, 휴가나 외박을 이용해서 사제병원에서 진단을 먼저 받고나서
군병원에서 치료하는걸 추천합니다.
이 방법이 시간을 제일 덜 잡아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