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전투기 추락한 경험..3

유니콘16 작성일 12.07.21 14: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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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회입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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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전투기의 파손된 기체 외에 조종사 분들의 개인장비등이 수거된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수 없다.

그냥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만 했다. 추락의 원인인 엔진이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이윽고, 엔진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생각보다는 파손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완전히 불타버리고, AB파트는 사라진 J85엔진은,

처참했다.. 분명히 어제 그저께, 기관중대를 거치고 테스트셀에서 마지막 우리의 손때가 묻어있는 녀석들이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다니 그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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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녀석이 F-5E/F (제공호)에 들어가는 J85엔진이다.. 음... 정겹군.... 겁나 고생했는데..)

 

하지만, 그냥 안타까워할 시간은 없었다. 우리 병과들은 별손댈 것도 없이, 수십년간 공군에서 근무한 중사 상사 원사

분들이 그 엔진을 받아들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중간단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들 원인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을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틀? 사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억이 난다.

중대에 가서, 같은 반에서 근무하는 이 ** 상사님께, 이렇게 물어보았다.

 

"원인은 나왔습니까? 이 ** 상사님? "

 

그러자 그 분은 대답 대신 작은 유리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보여주었다.

항공유였다!!!!! 그것도 바로 그 추락한 엔진에서 빼낸!!!! MFC나 기타 다른 쪽에 일부 남아있었나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잘 봐라, 뭐 이상한것 없냐??? 이거 하루 동안 여기에 그대로 놔둔거다..."

잠시잠깐 본 것이라 이상한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이내 그 병내에 있는 물질에 이상이 있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건??? " 나는 물었다.

"그래.. 그거 물이다...  하루동안 놔뒀더니, 수증기로 증발해서 물이 고였다."

"!!!!!!!!!!!!!!!!!!!!!!!!!!!!"

그렇다.. 항공유로만 가득차있어야 하는 비행기 기체, 그리고 엔진에, 물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

어찌된 영문일까? 바로, 비행단 전체에 감찰이 시작되었고, 원인은 의외로 쉽게 발견되었다.

항공유를 보관하는 연료 저장 탱크에 크랙이 났고, 그 크랙 사이로 지하수가 들어온 것이다.

정비 지시 교본(T.O: Technical Order)에 따르면, 항공유를 공급하는 연료탱크는 항상 보급대에서 체크를 하고,

날마다 일부를 Drain 시켜서 체크를 해야 한다. 원래 항공유라는 것이 100% 기름이 있기가 어렵고 일부 수분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수분은 밀도에 의해서 연료탱크의 맨 밑으로 가라앉게 되어있고 보급대에서는,

이런 고인 물 혹은, 물+연료를 빼내거나 체크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지하수가 깨진 연료탱크 사이로 들어와 연료 내에 수분이 가득한데도,

이것에 대한 처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수분을 머금은 연료는 네대의 항공기에 연료차를 통해서 공급되었고,

그 중 한대가 이륙... 추락하게 된 것이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 같은 항공차로부터 급유를 받은 나머지 세대의 연료통 하단을 열어 빼낸 연료를 측정한 결과,

약 95% 이상이 물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언론에서는 물전투기라고 몇일동안을 떠들어댔다. 내 기억으로는, 사고후 이 사고에 대해서 자세한 후조사까지

언론에서 다시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일이었다. 그만큼, 군 기강 해이로 곤혹을 치뤄야 했던 시기였다.

 

결국, 단장님은 이것으로 인해서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고, 보급대 상사? 그리고 병과 등 수명이 구속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엔진 자체에 문제가 없어서, 우리 기관 중대에는 아무런 탈이 없었지만, 목숨을 잃으신 조종사 한분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이러나지 않기를 제대한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바라고

또 바란다...

----여     담--------------------

+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네대가 같은 연료를 공급 받았고, 단 한대만 그날 야간 비행으로 출격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네대가 다 출격했다면..... 상상조차할수 없는 일이 터졌으리라..

+ 실전이 아닌 훈련이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장착된 미사일은 더미였다. 하지만, 기총은 항상 실탄을 채우기 때문에,  추락 후, 구조대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총이 화염에 다 터질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순직하신 조종사분은 자기 비행 순서가 아니었다고 한다. 사정상 순서가 바뀌었는데, 사고가 난 것이다.

+ 순직하신 조종사 분의 부모님은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시며, 외동 아들이었다고 들었다.

+ 추락 당시 사출모드가, 한사람이 사출하면 두 사람이 사출되는것이 아니라, 각각 사출을 해야 했다고 한다. 후방석 교관님이 먼저 사출을 한후, 전방석 훈련생이 사출을 했는데, 전방석 사출직전 비행기를 살리기 위해서 몇몇가지 조작을 더 해보았다고 한다. 더욱이, 민가를 피할수 있도록 했다고 했는데, 그 때문에 사출 고도를 더 많이 잃어버린 것이다.

순직하신 조종사 분에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 다시한번 조의를 표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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