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D-day 400일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은.......
때는 바야흐로 1981년 9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제대일자가 400일, 약 1년정도 남았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한다. 벌써 인제땅에서 두번째 맞하는 가을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지만 펜팔로 시작된 편지 때문에 마냥 활기가 넘쳐서 더운줄 모르고 여름을 보냈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그녀의 편지가 올거라는 희망속에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월간지 펜팔란에 이름이 올라가고 부터는 2달이 넘도록 편지는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많은 대상자들에게 답장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필체나 내용으로 대상자를 선별해서 답장을 보냈다.
약3개월 동안에 편지로 통하던 아가씨들이 아마도 열명도 넘었을 것이다. 이렇게 2~3개월동안 많은 아가씨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주는 아가씨도 있었지만, 때로는 한두번만에 끊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인연은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펜팔의 대상자는 전국으로 확대되어가고 있었다. 주로 대상자들은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20살 안팍의 아가씨들로 인천, 서울, 파주, 수원, 평택, 대구,마산, 부산 이렇게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어떤 아가씨는 편지에 거창하게 노래를 적어주었고, 또한 이쁜 시를 적어서 고이접어 보내기도 했었다.
지난 주말에 몇통의 편지를 쓰다가 시간이 없어서 후다닥 정리를 하면서, 두명의 아가씨들에게 보낼 편지를 서로 바꿔 넣어 보낸것이다.
편지를 보면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고, 시위를 떠나 화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돌려보낸 편지와 함께 작은 쪽지에는 " 번지수를 잘못 찾은것 같으니, 반송합니다."
짧은 한마디가 가슴이 뜨끔했고 얼마나 미안한지 어쩔줄 몰랐다. 아마도 가까이 있었으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것이다. 한마디로 번지수 바뀐 편지사고였다. 순간적인 실수로 인하여 나는 두명의 펜들을 잃어버렸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헤아리지 못할 만큼 한다스의 아가씨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석달만에 3명만 남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편지로만 주고받던 사연속에는 깊은 마음을 헤아릴수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혹시 오늘이나 내일이나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릴뿐이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연이란 이렇게해서 맺고 끊고 정리가 되는가보다. 이제 남은 아가씨는 서울에 권명희와 평택에 박화선, 대구에 장연화 이렇게 3명이 남았다. 하지만 그들도 언제 어떻게 마음이 변하면 돌아서 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울타리안쪽에서 세상을 동경하는 군바리라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부대에 있을때 한창 마음 같아서는 휴가가면 전국이 모두 내 손안에 있을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휴가나가면 어떤 아가씨를 한번 만나볼까,구상을 하면서 미리 편지로 작업을 시도한다. 과연 휴가 나가면 그녀들을 만날 수 있를까? 이제 유일하게 남아있는 3명의 아가씨들은 언제까지 인연이 이어질것인가?
다음편에는 털보의 2번째 휴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젊어서 연애한번 재대로 못하고 나중에는 단 한방의 중매결혼에 골인한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털보의 군대시절 그녀들에 대한 껄떡거림은 다음편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어떻게? 쭈~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