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진지공사도 끝나고 동계 준비도 끝나고 나면 슬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사람들도 뭔가 훈훈한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할 무렵
오전 구보도 상의 완전 탈의 하지 않고 런닝셔츠는 허용할 즈음이면
크리스마스 & 새해맞이 내무실 꾸미기 경쟁이 시작됩니다.
그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남은 '소대 운영비'가 얼만지 알게되고
특히 미술 전공자들이 우대받기 시작하는 시기..
두 번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한 번은 상품이 휴가증 1장이었고
한 번은 외박증 여러장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부대는 포상휴가는 소대 내에서 돌려쓰는게 가능했기 때문에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동계에
정신집체교육, 축구, 족구, 소대 환경미화 등등을 통해서 휴가/외박증 적립을 위한
경쟁과 갈굼과 닥달과 피곤함이 넘쳐나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평일에는 해가 일찍 떨어지니 주로 주말에 한 분대 정도 뽑아서 보고하고 산에 올라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만들만한 나무를 구해오고 필요한 솜이나 장식재료들을 적어 놓으면
소대장&반장님들이 따로 나가서 사오거나 출근길에 사다주시곤 했습니다.
물론, 그 틈을 타서 다른 소대 필요 물품들도 조달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종교 모임 가진 후 대대적인 미싱이 시작되고
중대장님을 중심으로 전 간부님들이 소대별로 돌아보며 점수를 매겨서 포상을 뿌립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여서 그런 것인지 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라서 그런 것인지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포상은 우리소대가 얻지 못하더라도 크게 갈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포상 못받은 경우에 해가 바뀌고 장식들을 다 치운 후에 가~끔 장식했던 솜이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고 하면 분위기 험악해지긴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