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개월 정도 후임이었는데, 뭘 시키면 무조건 못 알아듣는 척 하고, 실수하고, 밥도 혼자 못먹을 것처럼 행동하더군요.
말도 더듬더듬 어눌어눌... 즉시 관심병사로 분류하고 따로 뭘 시키지도 않고 훈련도 후방으로 빼거나
막사에 남기는 등등 조치를 하던 중...
어느 날도 작업 때문에 그놈은 남기고 막사가 비었을 때, 근무복귀하던
(근무 복귀로에 막사 구석에 있는 공중전화가 있었음) 근무자가 그놈이 집에 통화하는 걸 듣게 됩니다.
또박또박하고 맑은 목소리로 "엄마, 나 이번 주에 외박 나가는데 돈 좀 보내"
통화하는 자세도 평소의 움츠린 자세가 아닌 어깨 딱 펴고 주머니에 한 손 딱 찔러 넣고...
근무자가 바로 그놈 분대장한테 그 장면을 전해주고, 그 날 저녁에 바로 분대장 및 간부들 면담...
어디서 어리버리하게 행동하면 군생활이 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
그 일 이후로, 작업 체력단련 훈련 무기체계 등등 평균 이상으로 하는 에이스로 변신 하더군요..
2. 제가 두 달 정도 남은 무렵 들어온 신병, 어리버리한 짓을 하는데 뭔가 의심스럽다가.. 일주일(노란견장)이 안 된
어느 날 아침, 느긋하게 전투화 신고 있던 제 바로 2주 선임(소대, 중대 왕고)에게 맞은 편 침상에 서서
"XXX병장님 거기 제 전투화 좀 주십시오" 라고...
일이등병들 얼어붙고 상병장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 패닉상태에 빠진 후로,
'아 이 놈은 진짜 어리버리인가 보다. 우리 소대 똥 밟았구나.'라고 생각하고
역시나 관심병사로 분류 후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달 조금 안되어서 역시나 막사에 이 놈은 남아있고 다른사람은 훈련에 작업에 다 나갔을 때
이 놈과 동기되는 신병이 들어왔고, 빨래 돌려주느라(아무도 없어서 말년인 제가 돌려줬음..백도 풀어주고)
잠시 세탁장 갔다가 소대 문 열려고 하는데 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림.. 문 유리 틈으로 들여다 보니 썩은 미소를 지으며
역시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XXX는 성질 더러우니 조심해라... XXX는 어떻고 XXX는 저떻고.." 지 고참들 욕질 중..
문 앞에서 인기척 내면서 들어가니 급하게 각 잡고 또 어리버리한 표정...
그 자리에서 따로 뭐라 하지는 않고 밑에 애들에게 저 놈 뭔가가 있는 놈이니 조심하라고만 전해주고 저는 전역하고..
몇년 뒤 넘어 넘어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그 놈이 짬 좀 먹고 우리가 없앴던 내무 부조리들 부활시키고 온갖 G랄을 하다가
영창+소대 해체 재편성... 되었다고...
전국에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군대라 별의 별 놈들이 다 있는데, 비슷비슷한 놈들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듯 합니다...
'우리 부대는 XX훈련 때문에 진짜 힘들었다.' 남들 부대도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훈련이 존재하고
'우리 부대엔 똘아이가 있어서 진짜 힘들었다.' 남들 부대에도 그런 똘아이는 반드시 있고...
결국 다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