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AK) 개발자인 러시아의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지난해 사망 전 AK소총으로 인한 인명 살상에 대해 회개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총은 지금까지 다양한 변종으로 전 세계에서 7000만 정 이상이 생산된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 북한을 비롯한 100개 이상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94세로 숨진 칼라슈니코프는 그보다 약 8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초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신이 개발한 AK 소총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책임감과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영혼의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라면서 “제가 만든 소총이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으면 그들이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정교회 신자인 제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물음이 떠나질 않는다”고 밝혔다. 칼라슈니코프는 또 선과 악의 대립이 끝나지 않는 세상의 부조리한 이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그는 “이 땅엔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싸우고 있으며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둘이 사람의 영혼 속에서 서로 화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인생의 황혼기에 도달한 결론”이라고 적었다.
칼라슈니코프는 서한에서 자신이 AK 소총을 개발한 동기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강력한 방위산업을 키웠고 뛰어난 설계 전통을 가진 강대국인데도 정작 전장에서 나와 전우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가 없었다”며 “우리게겐 자동소총도 기관총도 없었으며 전설적인 ‘모신-나강 소총’은 3명에게 1정이 주어진 실정이었다”고 전했다. 칼라슈니코프는 자신이 만든 AK-47 소총을 “기적의 무기”라고 부르며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교회 대변인 알렉산드르 볼코프는 이즈베스티야에 키릴 총주교가 칼라슈니코프의 서한을 받았음을 확인하면서 그에게 답장도 했다고 밝혔다. 답신에서 키릴 총주교는 “미하일 티모페예비치 (칼라슈니코프)는 애국주의와 국가에 대한 올바른 태도의 모범”이었다고 위로했다고 볼코프는 전했다.
볼코프는 인명 살상 책임에 대한 칼라슈니코프의 고뇌와 관련, “무기가 조국을 위해 이용됐을 때 교회는 그 무기 개발자와 그것을 사용하는 군인들을 지지한다”면서 “칼라슈니코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테러리스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AK 소총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후 1947년 AK-47 소총을 개발한 칼라슈니코프는 지난해 12월 생애 대부분을 살아온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AK-47이란 명칭은 자동소총 칼라슈니코프(Avtomat Kalashnikova)의 머리글자와 소총이 개발된 연도를 합쳐 붙여졌다. 한국전 때 북한군이 사용한 ‘따발총’으로도 잘 알려진 AK-47 소총은 성능이 우수하고 분해 조립이 간편하며 잔고장이 적어 ‘소총의 명품’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