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처녀, 총각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처녀라면 자신의 신랑감은 반드시 "얼굴은 장동건을 닮았고, 키는 180센티미터 이상, 몸무게는 70킬로그램 정도에, 유머러스하고, 재력 있고, 학벌도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총각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꿈같은 이상형은 현실의 벽 앞에서 사정없이 무너지고 급기야 "남자라면(혹은 여자라면) 누구든 괜찮다"로 변질되기도 한다.
주식도 같다. 누구나 전망도 좋고, 재무구조도 우수하고 수익성도 빼어난 종목을 찾으려 하지만 그런 종목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며 흔하지도 않다. 따라서 결국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이때 차라리 '매수해야 할 종목'이 아니라 '피해야 할 종목'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면 편리하다. 현실의 벽이 높아서 이상형을 찾기 어려울지라도 최소한 손해 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덜컥 매수해서는 안 될 일.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현인'으로 추앙받는 워런 버핏의 조언은 귀담아 둘 만하다. 그는 빌 게이츠와 친하지만 기술주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마이크로 소프트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버핏은 자신만의 '기피종목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 그는 한가지 사업분야에 집중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록히드라는 전투기 제작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세계 어디선가 전쟁이 벌어져야 돈을 벌지 평화가 찾아오면 수익을 낼 수 없다. 버핏은 이런 회사는 경기 외에도 다른 위험요소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피했다.
둘째, 버핏은 연구개발 의존도가 높거나 혹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이것은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버핏의 생각으로는 연구개발 의존도가 높거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는 의미. 거꾸로 말해 그런 종목이라면 이 같은 노력이 조금만 약화돼도 즉각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크다. 장기적인 안정주를 선호하는 버핏으로서는 달가운 종목이 아니다.
셋째, 부채가 많은 기업도 피했다. 그런데 이 원칙은 비단 버핏뿐 아니라 웬만한 투자의 대가들은 다 준수하고 있는 원칙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비용을 충당하느라 수익성이 좋지 못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경영자가 솔직하지 못한 기업을 버핏은 특히 싫어했다. 버핏은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등 기업의 재무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데도 능했지만 동시에 뛰어난 경영자를 알아보는 혜안도 있었다. 버핏은 경영자야말로 주주를 대신해 기업을 경영하는만큼 무엇보다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진실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