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멍하니 보다보면 어느새 끝나있는 그런 영화들을 많이 봤다...일명 시간떼우기 영화들... 이런 영화들은 보통 내 하드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한다.
이제 지우지 않은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Equilibrium...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
무언가 느낄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세상에 산다면 어떨까. 보통 이런 상상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지 안을까. 무언가 느낄 수 없다면 우리가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Equilibrium’이라는 영화 속 세계에서는 ‘사랑, 증오, 슬픔… 이런 것들은 전쟁과 모든 분쟁의 원인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대다수는 이 주장에 동의하였고 따라서 사람들은 ‘리브리아’라는 감정이 없는 세상을 만들게 된다.
좀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사회라 생각될지 모른다...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동안 영화의 재미를 놓치는 수가 있다.
이 영화에서 큰 전제는 리브리아라는 사회다.
리브리아라는 사회를 인정하고 ‘난 그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푹 빠져서 감상한다면 영화에서 느껴지는 바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스토리”
영화 속 사람들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한다.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이 까먹고 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대충 주인공이 감정을 가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뭔가 일을 낸 뒤 해결이 잘 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감정이라는 소중한 것을 되 찾는다는 결론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중간 정도까지 보면 어느 정도 결말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이 영화가 뻔한 스토리를 가졌음에도 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흑백영화 속 칼라장면”
벽 틈새 사이로 ‘감정 유발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모아놓은 수집품들이 보인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아주 오래된 전축 앞에 서게 된다.
“루드윅…반 베토벤……”
음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늘게 떨리고 있는 주인공이 보인다. 영화 내내 무미건조하던 주인공의 표정과는 너무 대조적이었기에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내가 평소 듣던 음악의 의미와 주인공이 들은 음악의 의미는 똑같은 음악일 지라도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는 깨달음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내게도 전해졌고 그래서 주인공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좋은 영화인가.”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단순히 ‘부실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액션이 뛰어난 영화’라고만 표현했다. 그런데 이런 비평들을 보고 나면 ‘진짜로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가 저런 단어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quilibrium’이라는 영화를 봤다면 ‘느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는걸 새삼 깨달아야 하는 것 아닐까.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나는 이 영화가 준 감동적인 메시지 하나 때문에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