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 일본드라마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억개의 별"을 보고나서

이회창 작성일 05.09.14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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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그러니까 문제는 다시 "죽음"이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의 말대로 요즘 영화나 뮤직비디오 주인공들은 못죽어서 안달이다.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나고, 병원 수술비가 마련되고,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있는데도 마지막엔 꼭 죽는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주인공은 죽을 필요가 없다.
애인이 동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다니! 이 영화는 동성애를 부정한다.
이 드라마는 (알고서 한건 아니지만) 근친상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친 오빠와의 사랑을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는 것까진 좋은데 죽을 필요까진 없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자기 갈 때로 살아가면 된다. 후카츠 에리가 사실을 알던 말던 죽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후카츠 에리가 키무라를 쏜 것부터 두명을 다 죽이기 위한 술책이고 그렇게 따지면 키무라가 재벌집 딸을 죽이는 장면부터가 "결국 다 죽이기"위한 복선에 불과하다.
주인공이 죽는 것이 멋있기 때문인지, 주인공을 죽이는 것이 드라마를 마무리 짓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작가들은 암암리에 패배주의를 부추긴다.
그들은 죽음으로 모든 것을 "리셋"시키려는 사고를 부추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포기 해버리는 것을 부추긴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남자"에서 보이듯 지금 일본사회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패배주의, 포기주의. 이른바 "리셋주의"이다.
이런 패배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뮤직비디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단순히 "세기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단순한 트랜드 일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지만 비디오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인생자체를 간단히 리셋 시킬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열차내어서의 총격씬도 아니고 클라이막스의 대결장면도 아닌 해커가 죽으면서 "리셋시켜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이 장면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이 드라마에서 죽는 사람수는 왠만한 폭력영화 1편 정도의 수준이다.
작가는 료의 일가족을 다 죽이고, 그룹의 남매를 죽이고, 여대생와 미와를 죽인다.
단순한 드라마 한편에 이런 딴지를 거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마지막에 주인공 두 명이 죽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서 기분나쁜게 아니라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고, 드라마를 간단하게 끝내려는 제작진의 처사가 기분 나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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