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VII AC를 두번 봤습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화려한 액션신 빠져서 스토리가 좀 별로이더라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두번째 다시보면서 액션신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전반적인 영화를 음미하면서 보니까, 뭔가 여기저기 흠이 많이 보이더군요.
파트별로 나눠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스토리: 여기서 많이 의견이 갈리는데요. 전 스토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에 한표 던지겠습니다. 남들이 전부 게임 FFVII의 스토리를 거의 찬양하다시피할때 전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타 게임들보다 우수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기는 합니다만, 나중에 FFVII공략집이 쏟아져 나오면서 어떤 캐릭터가 무슨 의미를 대표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무슨 게임의 세계관을 굉장히 철학적으로도 몰고갈때는 좀 아니라는 느낌이었지요. 문학이라든지 시나리오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피식하고 웃을 그런겁니다. 어쨌건, 게임 FFVII의 스토리는 [한 게임의 스토리]로 봤을때 상당히 우수하다는 거지요. 하지만 FFVII AC는 좀 다릅니다. FFVII AC를 게임의 굉장히 긴 엔딩 동영상정도로 보자면 스토리는 우수하다고 봐줄수 있을진 몰라도, FFVII AC를 한편의 영화로 생각하고 본 저는 스토리가 너무 부실하다고 말하고 싶군요. 성흔, 리유니온, 사념체... 이런 스토리의 기본이 되는 구성들, 스토리가 흘러가는 방향 자체, 게임으로부터의 연결 등은 좋았습니다만, 영화 내에서의 연결이 너무 매끄럽지 못합니다. 초기의 트레일러들과 비교했을때 다른장면도 많고 잘려나간 장면도 많이 보여서인지, 완성된 작품에 땜질하고 구멍도 좀 보이는듯 하더군요. 어떤 영화든지 마지막에 장면 조율을 하는데, 이부분이 영화의 완성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칩니다. FFVII AC는 시간에 쫓겨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부분에서 많이 망친거 같더군요. 좋은 기본요소들을 가지고도 스토리가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건 아무래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군요. 어찌되었든 전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거니까요. 어쨌건 FFVII AC를 하나의 좋은스토리를 가진 [영화]로 봐주기에는 힘들다는 겁니다. 그외에 각 캐릭터들의 비중성도 너무 언밸런스 하다고 느꼈고, 코믹캐릭터들을 [억지로]까지 코믹하게 한 티가 나서 거부감이 꽤 들더군요.
그래픽: 말할거 없이 최고입니다. 현대 3D애니메이션 렌더링 기술의 집약체이지요.
연출: 위에서 말한 그래픽은 단순히 폴리곤, 텍스쳐만 얘기한 겁니다만, 모션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더군요. 일본3D영화가 사람을 실사적으로 표현하려고 해서 어색한게 많이 보이는지는 몰라도, 어쨌건 부분부분 어색한 모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캐릭터들이 거의 날라다니다 시피하고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칼을 휘두르는게 문제라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 슬로우 모션, 티파가 팔짱끼는 장면, 얼굴이 클로즈업 된 상태에서 섬세한 표정묘사가 필요한 장면 등에서 어색한 면이 많이 보였다는 거지요. 그 외에도 FFVII AC가 실수를 했다고 보는게, 자신들의 3D기술을 과시하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다양한 연출기법을 사용하다 보니까 산만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냥 멋있어 보일려고 특정 연출기법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장면에서 딱 한번 사용하고 지나간다던지 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전투신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다고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클라우드가 소환수를 향해 날아가는[...] 장면, 건물부스러기를 두부썰듯이 썰때는 선을 좀 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딱히 강해지거나 약해질 계기가 없이 클라우드의 능력이 뒤죽박죽인게 일관성 없어 보이더군요.
성우: 저는 이부분에서도 많은 불만을 느꼈습니다. 뭐, 이미 모션이 어색한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음성연출이라는게 말이 안되겠지만, 그 외에 주요 캐릭터 외에는 너무 신경을 안쓴거 같습니다. 바렛이라든지, 레노, 루드 등은 보통보다는 거의 수준 미달이었습니다.
음악: 음악부전공생인 저의 입장에서 본 FFVII AC의 음악은 한마디로 뛰어납니다. 이부분은 [게임]OST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영화]OST로도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원곡들 자체도 좋지만, 리어레인지가 퀄리티를 한층, 아니 몇층은 더 끌어올린거 같더군요.
그 외에 무얼 더 말해야될지 더 생각은 안나네요. 결론은 제가볼땐 FFVII AC는 그냥 그저그런 영화였다는 겁니다. 모르겠군요, 스퀘어에닉스가 단순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내놓은거라서 이정도 퀄리티라면 굉장하다고 평가할수도 있지요. 위에서 말했듯이 FFVII AC를 FFVII의 굉장히 긴 엔딩, 보너스물정도로 취급할때 입니다. 하지만 또 꼭 그렇다고만 볼수도 없는게 이 FFVII AC영화도 어디까지나 돈받고 파는 상품입니다. 영화로도 평가될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만약에 영화관에서 열었고, 영화의 기본 바탕인 게임 FFVII이 없었다면 그냥 돈많이 처들인 화려하지만 스토리는 꽝인 영화정도로까지 평했을지도 모르겠군요. FFVII AC가 기대했던 수준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서 아쉽군요.
- 스토리에 대해서 워낙 말이 많아서 조금 더 덧붙이겠습니다만, FFVII AC의 스토리가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FFVII을 안해봐서 그러느니 이해를 못해서 그러느니와 같은 소리들이 많은데, 비하는 안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