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신화>칠검>너는 내운명

윌리엄21 작성일 05.11.01 18: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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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퍼온글입니다만, 제생각과 비슷해서요... 밑에 몇분이 성룡영화를 쓰레기운운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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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요즘 개봉한 영화들의 순위는 이래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습게도, 언론 매체들을 보면 너는 내 운명을 꼭 봐야하는
최고의 영화로 추켜세우고 있어서 어이가 없고 한심하다.

왜 영화계의 분위기가 이런가? 우리 영화계는 약간 정신이 나가 있다. 우리 영화를
제일로 추켜세우는 분위기는 애국주의를 넘어선다. 요즘 우리는 확실히 우리의 영화가 외화의
작품성을 뛰어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한국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한국 영화붐을 조성해야 돈을 벌게 되는 한국 영화계의 기형적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극장체인들은 스크린쿼터제에 의해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상영할 한국 영화가 히트하면 일단 좋은 것이다. 그러면 일단
극장들이 돈을 번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홍보비는 요즘 아주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3백만, 5백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3백만이 들려면 이렇게, 5백만이 들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오프라인 시사회,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홍보팀이 흥행 가도마저 기획하고 있는 듯한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흥행기획팀들이 하는 일 중에 또 다른 중요한 일은 개봉관을 거대하게 선점하는 것이 있다.
칠검의 개봉관이 전국적으로 130개라면 너는 내운명의 개봉관은 250개가 넘어 거의 두배에
가깝다. 외화와 한국영화의 개봉 일주일 관객 수가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이유의 8할은
개봉관 거대 선점에 있을 것이다. 초반 관객을 개봉관 수로 압도해 약간만 영화가 괜찮으면
한국 영화를 본 한국 사람들의 심리적인 한국 영화에 대한 존경과 지지에 기대어 입소문을
홍보 업무와 함께 늘리고 이는 곧 이 영화 대박이라는 포장된 홍보로 관객을 더욱 세뇌시켜
간다.

가끔 인터넷 뉴스를 보다보면 중요기사의 리플에 상관도 없는 영화 홍보성 리플들이
달리고, 각종 언론 매체의 영화평과 별점주기, 문화면의 영화 리뷰기사마저 무제한으로
한국 영화를 옹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에 사본 무비위크지를 보면 10여개의 영화중에 유독 너는 내운명만을 3.5
이상의 평점을 주고 있는데, 칠검은 2.5 정도로 거의 최하의 점수가 나왔다. 게다가 영화
칠검을 혹평하는 두세줄의 별점주기옆에 달린 평은 칠검을 보려던 관객을 너는 내운명으로
돌려세울 무언의 입김을 은근히 불어넣고 있었다.

사실 칠검은 별 다섯개 만점에 별 세 개 이상은 무난히 받아야 한다. 특히 너는 내운명이
별 세개 반이라면 칠검은 별 네개는 된다. 물론 가을이고, 로맨틱한 러브스토리가 무협
영화보다 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면 요즘 한국영화 붐 현상이 이해가 될 수도 있을거다.
그러나 냉정히 작품을 볼 때, 칠검은 너는 내운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을 이해해볼려고 했다. 그런데 그저께 개봉된 성룡의 신화를 보고
우리 한국 영화계의 정신 이상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느껴졌다. 성룡의 신화. 현재 개봉되어
있는 어떤 한국 영화로라도 도저히 덤빌 수 없는 그야말로 신화적인 작품이다.
너는 내운명이 5백만 관객이 넘는다면, 성룡의 신화는 천만 관객은 가볍게 넘어줘야 말이
된다.

그런데 나를 좌절시켰던 건 아침에 지하철에서 공짜 신문을 넘겨보다 성룡의 신화에 대한
영화평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두개반을 겨우 주고 이제 성룡이
액션을 덜 하고 드라마를 하려고 한다는 냉소섞인 몇줄의 영화평을 읽고 정말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 우리 영화계가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때문에 확실히 미쳐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성룡의 신화를 보고 그 장대한 스케일과 참신한 스토리, 그리고 성룡의
유쾌하면서도 현란한 기적같은 액션씬을 보면서 절대 아직 한국 영화계는 이 영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무가지이긴 하지만, 아침 신문의 영화평에서
성룡의 신화에 대해 액션이 부족하고 드라마같다는 전혀 영화를 본거 같지도 않은 영화평을
내놓다니... 게다가 잠재 관객들의 기대를 꺾는 별점 두개반을 너는 내운명의 별점 세개반과
함께 올려 놓은 그 무언의 압력.

아마도, 그 영화평을 쓰는 사람들에게마저 한국 영화 홍보기획팀의 손길이 닿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 영화 홍보비로 몇억을 쓴다는 시대니까 영화평이나 영화기사쓰는
사람들에게 기름칠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안봐도 비디오보듯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영화계가 이렇게 나가서는 안된다. 이미 스크린쿼터제 철폐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우리 겸손했던 영화인들의 마음속에서 자만이 저만큼 자라나 있다. 깐느에서, 베를린
에서, 아카데미에서 우리 영화를 달리본다고 우쭐할 것이 아니다. 우리 영화 시장은
이제 스크린 쿼터제로 인해 기형아를 낳는 인큐베이터로 자라났기 때문이다.

당분간 그러나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홍보비로 날아가는 수억의 비용들이 이런 구조를
유지해갈 것이다. 그러나 더이상 기형아를 낳는 인큐베이터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기형적 한국 영화들이 언젠가 자생력을 잃을 날이 불보듯
뻔하게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 사실, 이런 얘기를 성룡의 뉴폴리스 스토리가 별로 흥행안하고 간판내리던 때에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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