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점에서 별 주저 없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라고 해서 조금 호기심도 생기고(참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실화라고 하면 조금 느낌이 남다르죠? ^^) 일단 보고난 후의 느낀 점으로 역시 유명한 영화감독이라 화면 구성이라던지 음악, 연출 이런면에서는 참 괜찮은것 같습니다.
스토리를 말해버리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군요. 하긴 말해도 어차피 결말은 어떻게 될지 예측되는 스토리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조금만 보면 알게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스토리 자체보다 커다란 스토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작은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입니다. 또한 그 작은 에피소드들은 완전 개별의 것이 아닌 주인공 라보스키(톰행크스)의 터미널 생활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나 약간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역활을 하죠.
터미날이라는 한 정된 공간에서 기약없는 생활을 해야하는 주인공은 미국 사회(하나의 작은 사회죠 터미날도..)에 순수한 마음 하나로 적응해가면서 사람들의 호감을 일으키곤 하죠. 이런 영화에서 늘 빠질 수 없는 악역의 역할도 인물 설정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그렇고 그런 악역이 아닌 조금은 인간적인 면도 볼 줄 아는 현대적인(?) 악역이라 조금은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단점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영화라는 장르의 한계상 드라마처럼 길게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고 그 와중에서 상당부분 내용의 요약이나 생략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영화에서는 보다 중요한 여러가지 장면이나 사건들을 위해서 그 핵심 배경이 되는 주인공의 과거나 능력등을 모두 전적으로 보는 사람의 상상력에 의해 해결되도록 하는 방식이라 저는 그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뭐 예를들면, 제 전공 분야인 영어에 관해서, 아무래도 극중의 톰행크스는 러시아어계통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나오고 영어는 거의 못하는 설정으로 시작되지만,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서 후반부를 가보면 어느새 사용하는 어휘나 단어가 원어민 수준의 그것으로 바뀌더군요. 물론 영화상 설정으로 인해서 발음도 러시아어의 억양이나 말투가 들어가지만 역시 단어나 문장 수준은 아무리 봐도 외국인의 것으로 보기 힘들정도로 세련된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부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그것도 성인이, 한정된 공간에서 그만큼 습득하기는 불가능 하죠. 만약 현실적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이 여전히 외국관광객을 위한 영어회화책 수준의 말밖에 못한다면 그의 로맨스나 결말이 제대로 되었을까요? (물론 이런 수준의 질문과 딴지걸기가 계속되면 영화 전체를 부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니 여기에서 그만하도록 하죠. 사실 제가 요새 영어공부가 잘 안되서 그냥 한 번 태클 걸어봤습니다. ^^)
주인공과 히로인 외에 등장하는 보조 인물들도 각자 개성있고 독특한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 한 편의 영화에서만 가능한 다양하고 특징있는 인물이더군요. 그게 영화의 재미이긴 하지만... 특히 톰행크스의 연기는 정말 검증받은 중견 배우 답게 볼만합니다. 영어 모국어를 하는 사람이 마치 자기 모국어가 아닌 것 같이 말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참 동네 아저씨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몇 안되는 헐리우드 영화배우라고 생각되네요
전반적으로 평하면, 주말에 가족들과 모여서 단란하게 저녁 식사 마치고 오붓하게 감상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 보기에 민망한 장면도 없고요. 민망한 말이나 뭐 농담 이런것도 없으니 다행이죠. (키스장면 한 두번? 있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잔잔한 영화를 이따금 봅니다. 영화 자체의 소리, 영상 이런것보다는 영화가 끝나고 주는 느낌.. 아듯하고 아련한 느낌;; 강한 소재와 색채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길게 여운이 남고 그날 하루종일 장면이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그런 것 말이죠. 만약 그런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터미널 한 번 보셔도 후회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