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하고 예쁜 마누라에 단란한 가족 만들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옛날 부모님들의 말씀처럼 인생이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부모님들은 아시면서도 사실대로 알려 주질 않으셨다. 세상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그래서 더 좋을 때도 있고 더 나쁠 때도 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만 된다면 세상에 불행한 사람도 없겠지만 살아가는 재미도 없을 것이다.
국경의 남쪽은 그런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너무 가슴아프다. 난 이영화를 보며 아득하게 느껴지는 20대의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인생의 너무도 큰 무게를 느끼며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했던 그 순간을, 내가 너무도 무력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던 그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도 오랬동안 잊고 지내던 내 가슴의 아픈 상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차승원이 행복하게 지내다가 사진관에서 발견한 조이진의 결혼 사진을 보고 그녀를 다시 떠올리는 것처럼 국경의 남쪽은 나에게 그 사진과 같은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