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순식간에 먼저 떠오른건 우습게도 '소년탐정 김전일' 이었습니다. 고립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예고살인, 이거 딱 김전일 단골테마 아닙니까?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 ) 조선시대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문구를 붙였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사건의 진행이나 범인이 누굴까라는 궁금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걸 느낄 겁니다. 솔직히 수사과정이 치밀한 것도 아니고 범인의 윤곽은 사람 한 둘 죽어나가면 대부분 알아차리게 되죠. 생각해보면 이젠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 같은 충격을 영화에서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질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이미 관객들을 친절할 정도로 영악하게 만들어버렸거든요.
그렇다면 '혈의 누' 는 수사물의 공식화된 틀을 얌전히 따르는 그저그런 영화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목처럼 스크린에 헤모글로빈이 낭자하는 충격요법은 썼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그럭저럭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기승전결 확실하고 적절한 복선도 있고, 약하긴 하지만 로맨스까지 가미됐으니 말이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사물이라는 차별성도 있구요.
영화를 보고 난 많은 분들이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봤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모든 문화영역안에서 그들의 흉악한 본성을 둘춰내는 작업은 계속되겠죠.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뒷맛이 영 찝찝한건 어쩔수 없네요. 저도 인간인지라.... 이 영화에서 차승원 캐스팅을 놓고 말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기존의 영화적 이미지에서 오는 낯설음 때문이겠죠. 그건 극중 박용우나 지성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굳이 그들의 연기력을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일뿐..^^